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오늘의

읽을꺼리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도종환 칼럼] 그 글을 불태워주시오

수필칼럼사설 도종환............... 조회 수 3322 추천 수 0 2008.01.23 11:23:12
.........
출처 :  
퇴계 선생과 고봉 기대승이 주고 받은 편지 중에 재미있는 편지가 있다. 1567년 2월에 퇴계 선생이 쓴 이 편지는 자기 이름으로 나도는 ‘용학석의’라는 책을 불태워 없애 달라고 고봉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편지다.

평안도 중화군수 안위와 훈도 문명개가 판각한 이 책은 ‘중용’과 ‘대학’에 대한 여러 설이 너무 어지러운 것을 보고, 퇴계 선생이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여 버리고 받아들일 것을 헤아려 본뜻을 찾아 하나의 주장으로 모아보려고 저술한 ‘용학석’을 다시 만든 것이다. 퇴계 선생은 ‘용학석’을 저술하고 나서 논변은 하였지만 결론을 제대로 내지 못해 남에게 보이기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화군에서 ‘어록석’을 덧붙여 다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자신의 책을 부끄러워한 퇴계-

퇴계 선생은 당시 몇 달째 병중에 있었는데 기대승이 중국 사신을 맞이하기 위해 관서지방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편지를 써서 “엎드려 바라건대 중화군에 도착하거든 바쁜 일을 제쳐두고, 곧바로 그 판본을 찾아다가 뜰에서 불태우는 것을 감시한 다음 떠나기 바랍니다”하고 거듭거듭 부탁을 한다.

책을 만드는 데 관여한 두 사람 다 퇴계 선생이 아는 사람이고 퇴계 선생의 학문을 다른 이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 일이었는데 퇴계 선생은 어찌나 이들을 책망하고 간곡하게 부탁하는지 기대승은 중화군에 들러 여섯 개 판 스물 네 장의 판각을 모아 마당에서 불태운다. 그리고 “관리들과 벗들이 매우 아쉬워했고 나 역시 매우 슬펐다”고 답장을 쓴다.

퇴계 선생은 단지 남에게 보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책의 판각을 불태워달라고 한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 68세로 크고 깊은 학문을 이룬 때였는데도 스스로는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헛된 명성을 지닌 채 과분한 은혜를 입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경계했던 것이다.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종이책으로 출판되는 서적 말고도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이 너무 많아 지식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글들 중에는 저자가 미처 알지도 못하는 상태로 떠돌아다니는 글이 많다.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글을 올릴 수 있고, 그 글을 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원문과 다른 채로 떠다니고 있는 글이 무수히 많다. 어떤 글은 임의로 편집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산문은 일부분이 시로 행 가름 된 채 바뀌어 있기도 하다. 오·탈자가 있는 글은 무수히 많고 지은이가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다.

엊그제 집으로 온 시선집을 보았더니 오·탈자 투성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발표한 시 중에 좋은 시를 가려 뽑은 책인데 오자가 많았다. 글은 한 자만 틀리게 인쇄되거나 띄어쓰기를 잘 못해도 다른 내용이 되기 때문에 문인들로서는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미국의 문학사가 매티슨이 허먼 멜빌의 ‘백경’에 나오는 ‘soiled fish of the sea’라는 구절을 보고 ‘바다의 더렵혀진 고기’란 이 심상은 “지상의 바다는 물론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심해의 공포를 의식하고 있던 상상의 산물”이라고 해석했는데 원전을 보니 ‘soiled’는 ‘coiled’ 즉 ‘몸을 사리고 있는 고기’의 오자였던 것이다. 한두 자의 오자가 어떤 결과를 빚어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유명한 예이다.

-변질된 채 e세상 떠도는 내 글-

자기가 저술한 책도 다시 보니 부끄럽고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태워달라고 한 퇴계 선생 같은 분을 보면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책 한 권 세상에 내 놓는 일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쓴 글도 본래 내가 쓴 내용이 아닌 모습으로 변형되어 옮겨 다니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망연자실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어떤 때는 불태워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할 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도종환/시인〉
  
출처/경향신문  2007년 03월 29일

댓글 '1'

나무

2008.01.23 11:27:41

마음에 와 닿는 어떤 것이 있어서 글을 퍼왔다. 저자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5 경포호수가에서 귀소본능 피러한 2008-02-10 4381
1164 정치건강취미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 file 이진우 2008-02-05 4096
1163 경포호수가에서 헛 소문 피러한 2008-02-04 3448
1162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25끝] 루터의 독일신학 송광택 2008-01-31 5548
1161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24] 주홍글씨 송광택 2008-01-31 5273
1160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23]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체험하기 file 송광택 2008-01-31 5223
1159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22] 무지의 구름 [1] 송광택 2008-01-31 5086
1158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21] 하나님의 사랑 [1] 송광택 2008-01-31 7155
1157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20] 쿠오바디스 [1] 송광택 2008-01-31 5138
1156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9] 로빈슨 크루소 송광택 2008-01-31 5780
1155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8]와서 최고의 신랑 ... 송광택 2008-01-31 4708
1154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7]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1] 송광택 2008-01-31 4954
1153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6] 참 목자상 송광택 2008-01-31 5378
1152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5] 신도의 공동생활 송광택 2008-01-31 5033
1151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4] 신곡 [1] 송광택 2008-01-31 6813
1150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3] 내게는 영원한 의가 있다 송광택 2008-01-31 4791
1149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2]대교수학 송광택 2008-01-29 5581
1148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1] 웨이크필드의 목사 송광택 2008-01-29 5074
1147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0] 경건한 삶을 위한 부르심 [1] 송광택 2008-01-29 5437
1146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9] 기도 [1] 송광택 2008-01-29 4733
1145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8] 경건한 열망 [1] 송광택 2008-01-29 5124
1144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7] 크리스천의 본질은 무엇인가 송광택 2008-01-29 4965
1143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6] 실락원 [1] 송광택 2008-01-29 5188
1142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5] 고백록 [1] 송광택 2008-01-29 4727
1141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4] 천로역정 [1] 송광택 2008-01-29 4842
1140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3] 기독교 강요 [1] 송광택 2008-01-29 4881
1139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2] 그리스도를 본받아 [1] 송광택 2008-01-29 4350
1138 목회독서교육 [기독교고전산책1] 팡세 file [1] 송광택 2008-01-29 5165
1137 경포호수가에서 팔팔하게 살려면... 피러한 2008-01-28 3097
1136 주보회보신문 인생에서 꼭 필요한 5가지 끈 [1] 주보글 2008-01-27 4078
» 수필칼럼사설 [도종환 칼럼] 그 글을 불태워주시오 [1] 도종환 2008-01-23 3322
1134 경포호수가에서 변선생 유감 [1] 피러한 2008-01-21 4559
1133 영성묵상훈련 눈물의 여정 루디아황 2008-01-16 3331
1132 영성묵상훈련 사랑과 집착 루디아황 2008-01-16 3414
1131 주보회보신문 12제자의 순교 [1] 최용우 2008-01-16 4046

 

 혹 글을 퍼오실 때는 경로 (url)까지 함께 퍼와서 올려 주세요

자료를 올릴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단 자료는 통보 없이 즉시 삭제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