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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기도의 이해와 실천 - 토마스 키딩을 중심으로

수도관상피정 권명수............... 조회 수 3182 추천 수 0 2008.08.25 23: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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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권 명수 (한신대 강사, 영성과 목회상담학)
bearfoot@kg21.net), 기장회보 398호(1998년 12월).
                  
        신자의 신실한 신앙 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기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기도란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 또는 "하나님과의 대화"라고 이해하고 있다.  "간구하는" 기도는 신자가 믿음의 자녀로서 세상에서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삶의 정황들을 주님께서 주시는 능력으로 자녀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하여 하느님께 바라는 사항을 청원하는 기도를 말한다.  "대화"로서의 기도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 뜻을 알고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나눔의 시간을 갖는 대화로서의 기도를 말한다.  
        외형적으로 보면 소리내어 하는 구송기도,  마음속으로 드리는 묵도가 있다.  내용을 중심으로 보면 중보기도, 통성기도, 탄원기도, 참회기도, 방언기도, 예언기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런 기도들의 핵심 내용은 인간의 사정을 하나님께 아뢰고,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하여 예비해두신 은총, 사랑, 뜻을 받아, 그 은총을 일상의 삶 속에서 구현하는데 있다.  필자는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 어떻게 하면 일상의 삶속에서 은총과 은혜 속에 살기를 기도해왔다.  모든 신실한 신자들은 주님 안에서 살며 주님으로부터 오는 능력과 은총을 받으며 주님과 대화를 나누는 깊은 단계의 신앙생활이 되기를 누구나 염원하는 주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도를 기독교 역사에 관상기도라는 이름으로 내려져 왔다.  
        관상(觀想)기도 (contemplative prayer)는 천주교와 동방교회, 개신교의 일부에서 실천되고 있다.  이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이 주도적으로 시작은 하지만,  주님과의 하나되어 그 분 안에 머무르게 되면, 인간의 주도적 의지는 사라지고  하나님께서 신자의 영혼 속에서 주도적으로 역할하신다.  필자는 이런 기도로 유지되어 가는 영성에 관심을 갖고 틈틈히 기도에 관심을 갖고 이해를 넓혀 가던 중,  오늘 다루고져 하는 토마스 키딩의 글을 접하면서 관상기도를 직접적으로 실천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키딩의 글을 통해 접하고 실천한 관상 기도는 필자에게 낯설지가 않았다.  외면적으로 동양에서 오랫동안 행해온 좌선이나 명상과 비슷해서인 싶다.  키딩의 쉽고도 친절한 안내로 어렵지 않게 관상기도의 맛을 보게 되어 필자의 영성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회보에 필자의 기도체험에 문을 열은 키딩의 관상기도의 이해를 다루어, 독자들의 영성 생활의 성숙과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을 갖고 이 글을 쓴다.  더불어 독자의 직접적인 실천과 수련의 결과에 대한 경험담을 기다리면서....
        기독교 영성사를 보면, 관상기도에 대한 이해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리 하였음을 보게 된다.  예를 들면, 동방교회에서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예수의 기도'를 쉬임없이 기도함으로 종국에는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져 하였다.  이를 통해, 자신이 "신성화" (deification)되어 가는 것이 관상기도의 최고의 수준과 궁극적 목적으로 삼았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의지적으로 성화에 이르고져 기도의 수련을 통해 내 영이 하느님과 일치되고져 하였으며, 이 과정을 통해 점점 주님의 모습으로 닮아가고져 했다.  
        이에 비해 서방교회의 전통에서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서방교회의 관상기도 이해가 지역의 넓음과 오랜 시기로 인해 한마디로 요약 정리하기가 매우 어렵기는 하다.  그럼에도 중세 시대의 초반에 서방교회를 대표하는 인물인, 대 그레고리 (Gregory the Great, 540-604) 성인의 관상기도 이해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관상기도란  "하나님의 환상 (vision)"을 보는 데에 초점이 있다고 하였다.  이런 류의 기도를 觀想기도, 즉 상을 보는 기도라고 번역하여 사용한다.  
        이렇게 볼 때,  키딩의 관상기도 이해는 동방교회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의 관상기도는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어 주께서 그 안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열린 자세로서 하느님께 보여드리고,  성령께서 인간의 심령에 내주하시어 그 분이 하시고져 하시는 일을 하도록 한다.   이 영역에로 들어가는 것은 인간의 의지적 관할의 영역을 벗어나는 미지의 세계에 자신을 내맡기는 대단한 모험을 의미하기에, 하나님에 대한 순수한 믿음이 기본적으로 요청된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순수한 믿음이 없이는 나 자신을 열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열어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순수한 믿음 가운데 자신을 열어 하나님께 나아가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다린다.  그래서 성령이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고 우리는 그 기도에 동의하는 상태의 기도를 전통적으로 관상 (contemplation)이라고 불렀다 (로마서 8:27-28).  
        키딩은 관상기도와 관상 생활과를 구분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전자는 "하나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상태로 이끌어주는 일련의 경험"이라면, 후자는 "하나님과 일치를 이룬 그 상태 자체"를 의미하며, 이 속에서 기도와 행동이 성령에 의해 움직인다.  이 말은 관상기도를 통해서 여러 기도 경험들을 한다고 해도, 그 열매는 관상생활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즉, 관상기도는 자신만의 개인적인 영역에서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기도의 열매는 일상의 삶 속에서 나타난다는 말이다.  그래서 키딩은 "일상생활에서 ... 큰 평화와 겸손과 사랑"의 존재 여부가 이 기도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말한다.  하나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관상 기도의 경험이 세속 속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남으로,  삶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삶이 되는 생활을 지향한다.  행동과 기도가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통전적으로 통합된다.
        그런데,  관상 기도 이해에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첫째, 이 기도는 내적 침묵으로부터 시작된다.  관상 기도는 어떤 바램이나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생각 자체를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을 벗어나서 텅 빈 채로 하나님께 자신을 열어드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의식을 거부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내버려 두어, 그 너머에 있는 상태로 나아가고져 한다.  키딩은 의식 너머의 상태에 이르고 거기에 머무는 데는 성령의 역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부잣집에 입양된 아이를 적응시키려고 가르치는 능숙한 가정부'란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새 집에 입양된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능숙한 가정부는 서두르지 않고 사랑으로 친절하게 아이를  가르치기도 하고 격려도 하면서 새 삶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키딩은 관상기도의 수련을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교육이라고 부른다.      
        둘째, 관상기도란 어떤 기도의 기술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인격적인 관계를 통하여 형성되는 역동적 과정으로 본다.  관상기도에 이르는 단계적 절차와 기술들이 도움이 되는 면이 있겠으나, 그것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기도자가 하나님과의 인격적 신뢰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도 생활에 힘쓰는 가운데 주님의 은혜로서 드러나는 기도상태이다.  기도의 효과나 결과에 대한 관심보다는 믿음과 신뢰 가운데에 있음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관상기도는 세속의 신자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관상기도는 수도원에서 수도하는 수도사들의 전유물로 여기어 왔다.  그러나 키딩은 세속 속의 신앙공동체가 진정한 관상기도의 실천 장소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도원의 핵심은 따로 떨어진 "수도원의 외부적 구조"에 있지 않고,  그 "내면적 상태"인 관상기도에 있기 때문이다 (47-8쪽).  그래서 진정한 수도 생화의 실천에 있어 중요한 관상기도는 수도원이나 세속 속의 신자들 누구에게도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특별히 세속 속의 평신도와 신앙 공동체들에게는 오히려 그 필요성이 더욱 크다.  왜냐하면 이들은 세속 속의 유혹과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내적 수련인 관상기도를 실천함으로 믿음을 지키고 영성생활을 영위하며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늘나라에 참여하며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 욕구 때문에 키딩은 현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게 전통적으로 어렵다는 느낌을 주는 관상기도의 세계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실천적 안내서를 저술하였다.  그는 관상기도에 이르는 장애를 줄이려고 향심기도 (Centering Prayer)란 이름의 기도를 발전시켰다.   키딩은 향심기도를 관상기도에 이르는 사다리의 맨 밑에 있는 제일 첫 번째 다리일 뿐 만아니라,  관상의 세계로 쉽게 들어가도록 인도하는 "유일한 길"일 뿐아니라 "매우 좋은 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향심기도는 수도 영성의 정수의 하나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필자가 향심 기도를 몸소 실천해보고서 느끼는 바는 향심기도는 기도의 방법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기도라고 하는 사실이다.  

        향심기도의 구체적인 실천에 대해서는 직접 키딩의 책자를 참고해야 할 것이나, 먼저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도자는 조용한 장소와 시간을 마련한 후,  편한 자세를 취하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 속에 떠오는 생각을 바라보며 조용히 있지 생각들을 쫒아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해서 생각이 떠오르거나 졸음이 올 경우에 "성스런 이름"이나 "거룩한 단어"를 마음 속으로 한 두 번 불러본다.  그렇게 하여 마음 속에 뗘오르는 생각들에서 다시 마음이 조용히 잠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정해진 시간 동안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향심기도가 관상기도의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그의 경험에 의하면 20 - 25분을 기도하며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 실천하기를 권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하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 몰라, 깊은 기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자명종 시계나 예정된 시간이 지나면 음악이 나오도록 테이프를 틀어 놓고 기도에 들어가는 방법을 권한다.  음악이 끝나면 1-2분 정도 침묵을 지키다가 기도를 마친다.            
        향심기도는 아주 성서적이고 초대 교회 전통적이다.  일세기 초대 교회는  거룩한 독서, 즉 성서를 읽되 성서가 말하는 바를 듣고져 했다.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에는 3단계가 있다.  첫째 단계는 성서구절을 읽으면서 묵상하고 (meditatio),  둘째 단계는 읽은 내용을 묵상하며 응답을 하고 (oratorio),  마침내는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의 쉼 (contemplatio)으로 옮겨갔다.  이렇게 향심 기도는 거룩한 독서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하느님 안에서 쉼"에 해당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성서를 사랑하고 애독하는 한국교회의 성도들이 성서를 읽음과 함께 향심 기도를 사용하면 많은 영성적 도움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키딩은 향심 기도가 단순히 관상기도에로의 인도하는 역할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후속 저서인 <사랑에의 초대> (Invitation to Love)와 <하나님과의 친밀관계> (Intimacy with God)에서 많은 사람들이 향심 기도를 통하여 성령이 그들의 심령 속에 역사하여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가 치유되었다는 간증들과 그 근거들을 다루고 있다.  즉 향심기도를 통하여,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 있어 의식치 못하는 상처들이 의식 속으로 떠올라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고, 기도자의 정서적인 성숙을 가져옴으로 온전한 영성적 건강에 기여하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님으로부터 오는 은총과 능력으로 일상의 삶을 살길 염원하는 신실한 신자들이 향심 기도의 실천을 통해 하느님과 일치하는 관상생활의 체험으로 기도와 사회 속의 활동이 서로 조화 균형을 이루어 참된 영성생활을 영위함으로 신자 자신의 심령과 가정 그들이 속한 공동체와 교회, 구제금융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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