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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 요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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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 : | 김용목 목사 |
참고 : | 2012년 7월 15일 주일예배 |
장애를 통한 은혜
(요한복음 9:1-3)
김용목 목사 (실로암사람들 대표,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상임대표)
1 예수께서 가시다가,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보셨다.
2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선생님, 이 사람이 눈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이 사람의 죄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
3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이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요, 그의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그에게서 드러내시려는 것이다.
저는 전라도 광주에서 장애인 선교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2005년에 알려진 일명, 도가니 사건의 해결을 위한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상임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도가니 피해학생들을 보호하는 홀더 그룹홈과 공부방을 운영해 오면서 4년여 전에 새길교회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홀더’란 ‘홀로’와 ‘더불어’의 약칭으로 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뜻과 꿈을 가진 도가니 피해자를 지원하는 그룹홈과 공부방, 카페의 이름입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했고,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신 문경란 선생님이 홀더 그룹홈과 공부방을 방문하였고, 도가니 피해자의 지원을 새길교회와 연결해 주신 것입니다. 사실 당시나 지금이나 도가니 피해자들에 대한 행정기관이나 사회적인 무관심 뿐 아니라 교회적으로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우리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이 바로 새길교회 공동체였습니다.
작년 도가니 영화가 개봉한 이 후에 청각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카페가 만들어졌고, 요즘에는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적인 치료와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1. 내게 족한 하나님의 은혜
제가 5살 때 소아마비 장애를 갖게 되면서 제 삶은 온통 꼬여버렸습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저의 설자리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의 장애는 제 자신과 가족과 학교와 사회와의 거대한 장벽이 되었습니다. 또한 장애는 영적으로도 견고한 장벽이었습니다. 장애의 장벽 속에 살고 있던 저에게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이 다가 왔습니다.
시편 139:7-10
7 내가 주님의 영을 피해서 어디로 가며, 주님의 얼굴을 피해서 어디로 도망치겠습니까?
8 내가 하늘로 올라가더라도 주님께서는 거기에 계시고, 스올에다 자리를 펴더라도 주님은 거기에도 계십니다.
9 내가 저 동녘 너머로 날아가거나, 바다 끝 서쪽으로 가서 거기에 머무를지라도,
10 거기에서도 주님의 손이 나를 인도하여 주시고, 주님의 오른손이 나를 힘있게 붙들어 주십니다.
세상 온 천지에 하나님의 은혜가 미치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그 하나님의 은혜는 저에게 족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저의 연약함에 집중했는데, 주님은 오히려 그것이 자랑이 되고 능력이 되게 하셨습니다.
고린도후서 12:9-10
9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무르게 하기 위하여 나는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내 약점들을 자랑하려고 합니다.
10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병약함과 모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란을 겪는 것을 기뻐합니다. 내가 약할 그 때에, 오히려 내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2. 장애를 통해 하나님의 하시는 일들
어린시절 저는 늘 “장애 때문에”라는 핑계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제 인생에 희망이 없는 것도 장애 때문이었습니다. 장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장애 때문에 남에게 베풀고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인 총신대 이재서 교수는 그의 책에서 “실로 실명은 내게 축복의 통로였다. 내게 좌절과 고통도 줬지만, 보람과 기쁨도 안겨주었다. 실명 때문에 울었지만, 실명 때문에 웃었다. 실명 때문에 절망도 알았고, 실명 때문에 희망도 알았다. 실명 때문에 어둠도 알았고, 진정한 의미의 빛도 알았다. 실명은 내게서 모든 것을 앗아 갔지만, 내게 모든 것을 가져다주었다. 더 밝은 마음의 눈을 뜨게 하여 참되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게 하였다.”고 했습니다.
장애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장애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장애를 통해서 제게 주신 하나님의 사명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장애를 통해서 제 아내와 장애인사역의 동역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장애는 제게 가장 숨기고 싶은 부분이고 저의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제가 견디기 어려운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하나님 앞에서 제가 감당할 수 있었던 것들은, 저의 장점이나 능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저의 부끄러움인 장애를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에게 있어서 날개는 거추장스런 짐이 아닌 것처럼, 새의 두 날개가 있어야 마침내 창공을 높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제게 있어 장애는 제 인생이 하나님의 뜻을 좇아 비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행복한 짐이 되었습니다.
3. 상처 입은 치유자
전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그것이 제 적성이나 장래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제 삶의 주인이신 예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고, 대학을 졸업한 후 구령의 열정으로 신학을 공부하여 목회자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실로암선교회에서 장애인선교 사역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장애인들을 만나고, 장애인 속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자존심이 상하고, 죽을 만큼 힘이 들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장애라는 제 인생의 생채기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그냥 외면하고, 덮어둔다고 해서 치유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언제가 덧이 나고 마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갔지만 저는 제가 가진 장애와 맞부딪칠 힘도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장애를 외면하고 피해만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혼자 골목길을 걷다가 다른 장애인을 만나기라도 하면 벌거벗은 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킨 듯, 부끄러운 저의 자화상을 보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마태복음 25:40, 45
40 임금이 그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할 것이다.
45 그 때에 임금이 그들에게 대답하기를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 이 사람들 가운데서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사람들은 장애를 치료하라고, 극복하라고 요구하는데, 예수님께서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집중하며, 동일시하는 모습 속에서 제 자신의 장애를 대면할 자신감과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장애인 치유는 자신의 메시야, 즉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메시야로서의 활동의 목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눅 4:14-16)
누가복음 14:14-19
14 예수께서 성령의 능력을 입고 갈릴리로 돌아오셨다. 예수의 소문이 사방의 온 지역에 두루 퍼졌다.
15 그는 유대 사람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셨으며, 모든 사람에게서 영광을 받으셨다.
16 예수께서는, 자기가 자라나신 나사렛에 오셔서, 늘 하시던 대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는 성경을 읽으려고 일어서서
17 예언자 이사야의 두루마리를 건네받아서, 그것을 펴시어, 이런 말씀이 있는 데를 찾으셨다.
18 "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다. 주님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포로 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고,
19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마태복음 11:2-6
2 그런데 요한은,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들을 감옥에서 전해 듣고, 자기의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어,
3 물어 보게 하였다. "오실 그분이 당신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4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가서, 너희가 듣고 본 것을 요한에게 알려라.
5 눈 먼 사람이 보고, 다리 저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 환자가 깨끗하게 되며, 듣지 못하는 사람이 들으며, 죽은 사람이 살아나며,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
6 나에게 걸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
무한 경쟁의 사회 속에서 경쟁에서 이탈된 사회적 약자에게 향한 주님의 모습을 통해서 세상과 다른 교회의 참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것에 제게 진정한 복음이 되었습니다. 제가 장애인 선교현장에서 일하면서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두 가지 은혜가 있습니다.
첫째는 1992년, 처음 실로암에서 일하면서, 일 년만 장애인 선교하고, 교회에서 목회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있어야할 자리, 제게 주신 사명이 장애인 선교임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제가 가장 부끄러워하고, 외면하고 싶은 장애가 오히려 사명이고, 사명을 이루는 은사이고,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임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둘째는 제가 다른 장애인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을 만나고, 장애인 가족을 만났는데,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받은 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헨리 나우웬이 말한 ‘상처입은 치유자’로 훈련하고 세워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지혜롭고, 강하고, 완벽해야만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고,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사람은 상처입은 사람들입니다.
장애인이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여, 장애를 자신의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때,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될 뿐 아니라, 상처입은 치유자로 세워질 수 있습니다.
송명희 시인이 하나님은 공평하시다고 하는 신앙고백은 재벌회장이나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그 어떤 신앙인의 그것과는 다른 큰 울림을 줍니다.
실로암에서는 매주 목요일에 채플을 드립니다. 그곳에서 기대용이라는 뇌성마비 화가가 “하나님, 사랑합니다.”는 고백을 3분 만에 비지땀을 흘리며 어렵게 내 뱉었을 때... 그 자리에 함께한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이 어떠해야하는 것인지 온 몸으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조용호 라는 왼팔이 없는 절단장애인이 몇 년 전 여름 수련회에서는 참석한 적 있습니다. 그는 교회는 다니고 있었지만 믿음이 없었습니다. 수련회 내내 말썽만 피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늘 골칫거리였습니다. 예배시간에도, 조별모임에도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 조별로 구역을 나누어서 수련회장을 정리하는데, 문제는 화장실의 변기가 막혀서 물이 넘쳐 화장실 바닥이 온통 오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찾아 혈안이 되었습니다. 겨우 쓸만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화장실에 왔을 때 조용호 씨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오른팔로 오물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있어야 청소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밖에 없는 팔로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소중한 몸으로 가장 추악한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만질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장애는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땅에 떨어진 하나님의 영광을 누가 회복할까요? 오늘날 장애인 선교사역은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의 실재를 삶과 교회 공동체 속에서 경험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은 자신의 장애와 삶으로 하나님과 교회와 세상과 비장애인을 섬길 수 있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축복이고, 비장애인들을 섬기라는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입니다. 새길교회 공동체가 지극히 작은 자 장애인, 노인, 가난한 자들을 예수님처럼 대하고, 주님의 따뜻한 사랑으로 맞이하여 이 세상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평신도 열린공동체 새길교회 http://saegilchurch.or.kr
사단법인 새길기독사회문화원, 도서출판 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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