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사유와 성찰]초·중·고교에 실내체육관 선물하자
축구 대표팀이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했다. 축구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도 오늘 저녁 한국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려 국민들의 시름을 위로해주길 바라는 심정은 똑같을 것이다. 최고령 국가대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차두리의 시원한 돌파와 끈질긴 수비가 팬들의 화제이고, 연속 무실점 경기의 선봉에 선 수문장 김진현의 선방 장면은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대표팀을 향한 환호도 우리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체육이 차지하는 초라한 모습 앞에서는 무색해진다. 큰애가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시무룩한 표정의 하굣길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담임 선생님이 체육시간에 교실에서 자습을 시키면서 너희들이 떠들었기 때문에 벌이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전담 체육교사가 없는 현실에서 행정 잡무도 많은 선생님이 아이들과 햇볕 아래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을 사정은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운동장에서 뛰놀아야 할 아이로서는 마음에 멍이 드는 일이었다. 한동안은 학교가 등굣길 아이들에게 운동장을 몇 바퀴 뛰게 한 후에야 교실에 들어가게 한 기억도 난다. 취지는 납득이 가지만, 아이들이 과연 즐거운 마음이었을지 의문이 든다.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가 결국 4대강 사업으로 둔갑할 때, 엉뚱하다면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정히 건설산업의 이해를 앞세워야 할 정권이라면 차라리 그 예산의 일부로 전국 초·중·고교마다 실내체육관을 지어주라는 것이었다. 실내체육관이 있으면 학생들은 날씨가 궂어도 체육 시간을 거르지 않을 수 있다. 심신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서 적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체육을 매일 한 시간씩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설비용이야 이미 연 25조원에 가까운 SOC 예산에서 급할 것도 없는 도로와 교량 건설 예산의 거품만 좀 빼면 언제라도 가능하다.
운동장도 비좁아 교내에 적절한 실내체육관 부지를 마련할 수 없는 초·중·고교가 특히 수도권에 많을 것이다. 비싼 땅값 탓에 어려운 문제지만, 개별 학교의 실정에 맞는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경우라도 실내체육관은 실제 교통량이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도로사업보다 생산적이다. 지역 학교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실내 수영장 등도 꼭 주장하고 싶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깎으려 드는 정부 앞에서 말 꺼내기도 민망하다.
한국에서 아마추어 스포츠나 사회체육의 저변은 좁고 부실하며 엘리트 체육 일색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경쟁만 강조하는 입시 위주의 한국 학교에서 체육활동은 없는 것과 다름없지만, 우리도 선진국처럼 학교마다 실내체육관을 갖추고 농구, 배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방과후 스포츠가 꽃을 피우면 그 긍정적 효과는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의 각종 클럽팀이 주변 학교들과 리그를 치르면서 자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가운데 혼자만 살아남는 경쟁의식이 아닌 함께 협력하고 즐기는 공동체 의식이 몸에 익을 것이다. 그것은 일상생활의 민주화, 지역 자치의 내실화에 밑거름이 된다. 자연히 지역주민의 스포츠 활동도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공론의 장 형성에 더욱 기여하는 방향으로 점차 다변화되고 발전할 것이다. 아직 우리는 등산, 테니스, 배드민턴, 남성만의 조기 축구회 정도에 지역주민 체육 동아리가 국한되어 있다. 그러니 학교에서부터 여자 축구를 포함하여 다양한 스포츠를 북돋울 이유는 많다. 더불어 그저 ‘몸짱’만 내세우는 ‘피트니스 센터’ 간판에 담긴 편협한 가치관에 눈살을 찌푸릴 이유 또한 적지 않다.
나는 교육정책을 손에 쥔 이들, 국정을 운영하는 엘리트들이 청소년들의 신체건강과 체력의 중요성에 대해 무감각하며 체육 교육의 정상화와 학생 스포츠의 육성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교육부가 작년 10월 영재교육진흥법의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하면서 전인교육과 거리가 먼 영재학교 설립 범위를 초등학교, 중학교, 심지어 유치원까지 확대하려고 한 것도 그런 증상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 축구 대표팀이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약간 밀려도 오늘 우승하리라고 감히 장담한다. 고달프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국민은 그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
< 김명환 | 서울대 교수·영문학>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가 결국 4대강 사업으로 둔갑할 때, 엉뚱하다면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정히 건설산업의 이해를 앞세워야 할 정권이라면 차라리 그 예산의 일부로 전국 초·중·고교마다 실내체육관을 지어주라는 것이었다. 실내체육관이 있으면 학생들은 날씨가 궂어도 체육 시간을 거르지 않을 수 있다. 심신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서 적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체육을 매일 한 시간씩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설비용이야 이미 연 25조원에 가까운 SOC 예산에서 급할 것도 없는 도로와 교량 건설 예산의 거품만 좀 빼면 언제라도 가능하다.
운동장도 비좁아 교내에 적절한 실내체육관 부지를 마련할 수 없는 초·중·고교가 특히 수도권에 많을 것이다. 비싼 땅값 탓에 어려운 문제지만, 개별 학교의 실정에 맞는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경우라도 실내체육관은 실제 교통량이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도로사업보다 생산적이다. 지역 학교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실내 수영장 등도 꼭 주장하고 싶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깎으려 드는 정부 앞에서 말 꺼내기도 민망하다.
한국에서 아마추어 스포츠나 사회체육의 저변은 좁고 부실하며 엘리트 체육 일색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경쟁만 강조하는 입시 위주의 한국 학교에서 체육활동은 없는 것과 다름없지만, 우리도 선진국처럼 학교마다 실내체육관을 갖추고 농구, 배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방과후 스포츠가 꽃을 피우면 그 긍정적 효과는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의 각종 클럽팀이 주변 학교들과 리그를 치르면서 자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가운데 혼자만 살아남는 경쟁의식이 아닌 함께 협력하고 즐기는 공동체 의식이 몸에 익을 것이다. 그것은 일상생활의 민주화, 지역 자치의 내실화에 밑거름이 된다. 자연히 지역주민의 스포츠 활동도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공론의 장 형성에 더욱 기여하는 방향으로 점차 다변화되고 발전할 것이다. 아직 우리는 등산, 테니스, 배드민턴, 남성만의 조기 축구회 정도에 지역주민 체육 동아리가 국한되어 있다. 그러니 학교에서부터 여자 축구를 포함하여 다양한 스포츠를 북돋울 이유는 많다. 더불어 그저 ‘몸짱’만 내세우는 ‘피트니스 센터’ 간판에 담긴 편협한 가치관에 눈살을 찌푸릴 이유 또한 적지 않다.
나는 교육정책을 손에 쥔 이들, 국정을 운영하는 엘리트들이 청소년들의 신체건강과 체력의 중요성에 대해 무감각하며 체육 교육의 정상화와 학생 스포츠의 육성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교육부가 작년 10월 영재교육진흥법의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하면서 전인교육과 거리가 먼 영재학교 설립 범위를 초등학교, 중학교, 심지어 유치원까지 확대하려고 한 것도 그런 증상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 축구 대표팀이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약간 밀려도 오늘 우승하리라고 감히 장담한다. 고달프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국민은 그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
< 김명환 | 서울대 교수·영문학>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