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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끄와] 세상을 먹이도록
세상을 먹이도록
빵집 앞에 행렬을 지어 선 이는 주여, 당신이십니다.
쓰레기통의 찌꺼기들을 먹는 이도 당신이십니다.
배고픔에 시달려 죽은 것도 당신이십니다.
스물여섯 살로 어느 길모퉁이에서
굶주리다 홀로 죽어간 이도 당신이십니다.
그런데 나는 길거리의 큰 홀에 앉아 굶주림의 ‘굶’자도 모르는
가족들과 마냥 먹고 마시고 했습니다.
그것만 있었으면 당신은 굶어 죽으시지 않았을 텐데...
“...내가 굶주렸을 때...”
주여, 한 순간이라도 나 자신의 봉헌을 잊어버릴 때
이 말씀을 꼭 들려 주십시오.
나의 형제들이 그토록 굶주리고 있는데
그들 몇 사람에게만 먹을 것을 주었다 해서 이것으로 족한 게 아닙니다.
자기 몫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는데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싸우는
일 따위는 이제 그만 해도 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주여, 먹을 것을 모든 사람에게 고루 나눠 준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차라리 나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꼬박꼬박 기도하고
금요일엔 단식을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해 주며
고아원 같은 어려운 단체에다 기부하는 편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넉넉하지 못합니다.
주께서 언젠가 “내가 굶주렸을 때...” 하고 내게 말씀하신다면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주여, 이제는 배불리 먹지 않겠습니다.
주여, 다시는 배불리 먹고 싶지 않습니다.
주여, 나는 앞으로 살기에 필요한만큼 먹고
당신을 섬기며 나의 형제들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주여, 이는 제가 싫도록 먹을 때
당신은 굶주리고, 죽으시기 때문입니다.
ⓒ미셸 끄와(Michel Quoist. 프랑스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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