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오늘의

읽을꺼리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김교신2] 대가가 지불되지 않은 쌀알

수필칼럼사설 백소영 교수............... 조회 수 412 추천 수 0 2015.02.28 23:59:30
.........
출처 : 꽃자리 http://fzari.com/21 

꽃자리로고_mini.jpg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

대가가 지불되지 않은 쌀알


- <성서조선>, 19403월호 -


김교신.jpg


해가 바뀌는 즈음이라 그런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음에 가득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가다보니 어느 덧 안산 하늘공원이다. 가늘게 내리는 하얀 눈송이를 맞으며 홀로 서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 앞에 마주했다. 한 이름, 한 얼굴씩 눈에 새기고 마음에 담으면서 기도하며 한 걸음씩 움직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안타까움이 클수록 또 분했다. 어이없는 죽음이라서, 너무 어린 죽음이라서, 무엇보다 어른들의 탐욕과 부정직함과 무책임이 빚은 참사라서, 기성세대로서의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납덩이처럼 마음을 짓눌렀다.


어느덧 저 아이들은 마치 대가가 지불되지 않은 쌀알처럼 그렇게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일깨우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김교신의 표현이다. 1940, 일제 치하의 막바지에 김교신은 한 일본 무교회 잡지를 읽다가 큰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시즈오카에 사는 한 일본인 쌀장수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선인 근로자들이 주요 고객이었는데 주로 일거리를 따라 1~2년씩 거주하다가 타지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들은 모두 마지막 쌀값을 갚지 않고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쌀장수들은 조선인들에게 쌀을 팔 때에는 아예 그것을 계산에 넣고 저울추를 속여서, 그러니까 말을 적게 되어서 쌀을 팔았단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었던 그 쌀장수는 저울추를 속이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길 수 없어서 그냥 정확하게 되어 쌀을 팔았고, 언제나 마지막 쌀값은 받지 못한 채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인가 놀라 일본에 있는 지인에게 물은 뒤 김교신의 통탄어린 글이 이러하다.


혹시나 하여 쿠와나시 거주의 지우에게 물었더니 바로 그대로이고, 그 중에는 상당한 자산을 만들어 고향에 토지를 살 정도의 여유가 있는 생활을 하면서도 역시 최후의 쌀값은 미불한 채 도망치는 동포가 상당히 많고, 그 때문에 정직한 사람끼리 누명을 쓰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실로 기막힐 소식이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쌀알 하나하나가 지금 성스러운 하나님 앞에서 외친다. 쌀알 하나하나의 대가가 지불되어 이 소리가 멈출 때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구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어라? 김교신은 정통 구원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네!’라며 비난하는 신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예수께서 말씀하신 구원의 현재적 차원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김교신의 저 통탄에 찬 외침은 예수께서 성전 중심의 속죄제의 의식을 무력화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믿음과 우러름(信仰))이 구원의 삶을 얻게 할 것이라선언하신 참 의미와 맞닿아 있다.

 

수정됨_판화동화03.jpg

 

예수 당시 평범한 유대인들은 참으로 궁핍하고 처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로마 제국에도, 유대 지방 정부에도, 그리고 유대교 성전에도 삼중으로 세금을 내야하는 까닭에 일상이 늘 빚쟁이이던 삶이었다. 변변치 않은 벌이에 강제로 걷어가는 세금을 채우자 하니 안식일이라고 쉴 형편이 아니었다. 안식일 법을 철저히 지키고 나는 경건하다 떳떳이 고개 들고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소위 있는 자들뿐이었다.


누군들 쉬고 싶지 않겠나! 안식일의 정신이 무엇이었나! 하나님의 피조물들에게 숨을 돌리게 하라는 지상명령 아니었나. 숨이 무엇인가? 루아흐, 생기, 하나님께서 무릇 생명을 가진 피조물들에게 불어넣어주신 그 숨을 돌릴 틈을 주는 것, 그게 안식일의 정신이었는데. 예수 시절, 하나의 형식적 규례로 굳어진 안식일 법은 오히려 그 법으로 가여운 평민들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숨통을 조이는 올무가 되었다. 죄를 지었으니 죄사함을 위한 제의를 드려야 할 터. 하여 속제제의를 위한 제물이라도 준비하려면 그게 또 돈이다. 준비한 제물이나마 제사장들이 고이 받아주면 좋으련만, 이 양은 흠이 있다. 이 비둘기는 결격이다. 이리 퇴짜를 놓으며 미리 뒷돈을 받은 장사치에게로 이 가여운 사람들을 인도한다. 하여 죄사함을 받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시세보다 더 많이 주고 제물을 사야하는 사람들. 그만큼의 돈이 없으면 그냥 죄인으로 고개 숙이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이 예수 당시의 이웃들이었다.


이렇게 귀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죄인 만드는 성전 제사장들을 향하여 예수는 분노하셨다. ‘만인이 기도하는 집인 성전을 도둑들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소리치시고, 장사판을 다 뒤엎으셨다. 죄의 용서는 사랑으로 용서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면 얻을 것이요, 구원의 삶은 오직 하나님의 길로 돌이키겠다는 회개그것 하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삭개오에게 선포된 구원(소테리아)은 그가 주여, 제가 남에게 부당하게 취한 것이 있으면 네 배로 갚겠나이다.” 결단했을 때 도래했다.


대가가 지불되지 않은 쌀알 하나하나여, 여호와 앞에 호소하기를 잠시 유예하여 다오. 그대들에게 모조리 ・・・ 대가가 지불될 때까지 우리는 천국에의 입장권도 유예하여 노력하리라. 주 예수의 복음에 그 힘이 있음을 확신하면서


오늘 우리가 저 하늘에, 꽃이 되고 별이 된 아이들에게 해야 할 약속인지도 모르겠다. 김교신의 절절한 고백은 식민사관의 연장선에서 한국인들의 민족성이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아니었다. 자신의 구원까지도 유예하면서 노력하겠다는 그의 각오는 회개(돌이킴)’의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이 구원의 여정과 무관치 않음을 보여준다. 다시 볼 일 없다고 제 몫의 삶을 정직하게, 책임 있게 살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이 어찌 구원받은 이의 삶일까! 비단 그리스도인들만의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무책임한 삶, 비도덕적인 행위, 탐욕스런 실천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초래하는 억울한 희생이 있다면, 그 하나하나를 갚아낼 때까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적 삶을 그치지 않겠다는 각오이다.


예수께서 단번에 모두를 위해서이미 대가를 지불하신 구원을, 무슨 이유로 천국 입장권마저 유예하며 노력을 하나? 모르는 소리다. 예수께서 단번에 모두를 위해서 이미 지불하셨던 것은 유대교적 속제제의가 담보한다는 죄의 용서이다. 우리는 더 이상 죄의 용서를 위해 제의를 드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는 막 살아도 된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죄의 용서를 받은 이로써 합당한 삶, 자신이 그동안 이웃에게 행해온 부당함과 억울함을 갚아주고 다시는 그와 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하나님의 방향으로 삶을 돌이키는 것! 그것이 구원의 삶일진대, 오늘 우리가 한 생명 한 생명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쌀알은 세월호 아이들이고 송파 세 모녀이며, 곧 그처럼 될 만큼 삶이 위태로운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들의 ’()을 도적질하거나 방관하는 한 우리도 구원의 삶에서 멀리 있다. 예수의 복음이 진정으로 기쁜 소식이려면, ‘나만 구원받는 사적이고 이기적인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백소영/이화여자대학교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99 목회독서교육 퍼져가는 가정교회, 집만한 예배장소는 없다 file 이상준 목사 2015-05-01 467
2898 영성묵상훈련 언약의 이름 요한 2015-04-23 269
2897 영성묵상훈련 그리스도의 이름 요한 2015-04-19 422
2896 영성묵상훈련 하나님의 이름 요한 2015-04-13 409
2895 순전한신앙이야기 주일을 지워가는 세대 황부일목사 2015-04-07 494
2894 순전한신앙이야기 예배당은 성전이 아니다 황부일목사 2015-04-07 606
2893 순전한신앙이야기 교회를 통해 자기 유익을 구하려는 자들 황부일목사 2015-04-07 422
2892 수필칼럼사설 부활을 묵상하는 시 12편 모음 정연복 2015-04-05 448
2891 주보회보신문 2028년 한국교회 몰락… 앞으로 ‘10년’, 골든 타임 놓치지 말라 file [1] 표성중 기자 2015-03-24 607
2890 수필칼럼사설 [김교신4] 버텨라, 버티자 file 백소영 교수 2015-03-08 404
2889 수필칼럼사설 [김교신3] 줄탁동시(啐啄同時) -손기정 군의 세계 마라톤 제패 file 백소영 교수 2015-03-07 450
» 수필칼럼사설 [김교신2] 대가가 지불되지 않은 쌀알 file 백소영 교수 2015-02-28 412
2887 수필칼럼사설 [김교신1] 응답하라. 2015년 이 땅에서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이여! file [1] 백소영 교수 2015-02-28 362
2886 목회독서교육 2015년 2월의 기독교서적 배스트셀러50 최용우 2015-02-21 785
2885 수필칼럼사설 죽은 예수의 국물만 마실 셈인가 최용우 2015-02-17 336
2884 논문신학성경 화란 개혁 교회의 영성과 경건 - Gisbertus Voetius를 중심으로 변종길 교수 2015-02-05 827
2883 논문신학성경 삼위일체와 현대신학의 과제 [1] 황돈형 2015-02-03 265
2882 논문신학성경 칼빈의 삼위일체론, 그 형성과정과 독특성 김재성 교수 2015-02-02 690
2881 경포호수가에서 희망이 없어서 행복해요 피러한 2015-01-19 400
2880 목회독서교육 2014년 기독교도서 베스트셀러 20 운영자 2015-01-17 922
2879 논문신학성경 17세기 경건주의 운동과 한국 교회 지형은 목사 2015-01-06 411
2878 영성묵상훈련 영성 관리를 위한 자아 점검 최용우 2014-12-20 638
2877 영성묵상훈련 미로기도 (The Labyrinth) file 최용우 2014-12-20 762
2876 영성묵상훈련 렉시오디비나 수련회의 실제(말씀으로 기도하기) file 최용우 2014-12-20 851
2875 영성묵상훈련 목회자의 영성 관리 최용우 2014-12-03 919
2874 영성묵상훈련 영성목회(영성훈련)의 실제 최용우 2014-11-01 1289
2873 영성묵상훈련 영성목회를 위한 이론적인 틀 최용우 2014-10-01 1010
2872 생명환경자연 사람이 건강을 해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가톨릭농민회 2014-09-13 1772
2871 생명환경자연 나는 과자가 내게 한 일을 알고 있다 가톨릭농민회 2014-09-13 1123
2870 선교화제현장 100권의 기도 노트에 담긴 ‘슈퍼맨’의 비밀 이성원 기자 2014-08-21 1518
2869 순전한신앙이야기 예배당 건물이 우상이 되어가는 시대 [1] 황부일목사 2014-08-05 1642
2868 순전한신앙이야기 참된 교회는 하나님나라를 살게 한다 황부일목사 2014-08-05 1194
2867 순전한신앙이야기 은혜를 조성하려는 교회들 황부일목사 2014-08-05 1263
2866 사회역사경제 한국의 종교 지형 한겨레신문 2014-08-05 1390
2865 영성묵상훈련 주를 아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 형제사랑 2014-08-03 1352

 

 혹 글을 퍼오실 때는 경로 (url)까지 함께 퍼와서 올려 주세요

자료를 올릴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단 자료는 통보 없이 즉시 삭제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