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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짐의 길

창세기 김부겸 목사............... 조회 수 365 추천 수 0 2015.03.13 21: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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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창11:1-9 
설교자 : 김부겸 목사 
참고 : http://blog.naver.com/malsoom/63322625 

2009년 3월 8일 주일설교

성경말씀 : 창세기 11장 1절~9절 / 사도행전 1장 6절~9절

설교제목 : 흩어짐의 길


주께서 거기에서 그들을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창세 11:8) / 그러나 성령이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그리고 마침내 땅 끝에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책 이야기>

  며칠 전 책방에 갔다가 예전부터 꼭 사고 싶었던 책을 한 권 발견했습니다.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이현주 대담엮음, 삼인출판사). 얼마나 반갑던지 꽤 비싼 가격이지만, 흔쾌히 사들고 집에 돌아왔고, 저는 요즘 틈을 내서 이 책을 숙독(熟讀)하고 있습니다. 오늘 그 책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그 책 내용의 한 부분을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이 문명의 대전환이 진행되는 시기인데 자칫하면 대란이 일어난다 이 말씀이야. 무슨 말인고 하니, 모든 분야에서 지금까지 얽혀있던 매듭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그것이 바로 엄청난 반역이 되지 않을 수 없고, 거기서 엄청난 비극이 오고 충돌이 일어나게 된단 말씀이야”(장일순) /


“그렇지요. 요즘 환경문제니 공해문제니 하면서 많은 사람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 말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만일 한 ‘조직’으로 결집된다면 선생님 방금 말씀하신 대로 엄청난 충돌이 일어나겠지요.”(이현주)/ "내말이 그말일세. 그러니까 이래야 한다고 여기 저기서 말하고 가는 건 좋은데, 그걸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어 세우는 건 좋지 않다 이 말이지. 삼삼오오(三三五五) 산개(散開)해서 자기 나름대로 여태껏 지니고 있던 문명의 때를 씻고 나아가야 해. 그래야 다음번에 만났을 적에 허심탄회하게 얘기가 되고, 이쪽에서 이렇다라 하면 저쪽에서 아 그렇겠다 하고 … 그렇게 얘기하면서 함께 나아가게 되는 거지. 그게 서로 한 몸을 이루는 거야…”(장일순) / “… 누구 말대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게 아니라 반대로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는 건데, 그러나 흩어져서 제각기 대자연의 품에 안기면, 대자연은 한 어머니 품이니까 거기서 모두 하나가 된다는 그런 말씀이겠지요? …”(이현주)】


  저는 장일순 선생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 ‘흩어짐의 길’이 우리 인생의 살길이고, 우리 교회의 살길이고, 인류공동체의 살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계속할까 합니다.


  <성경 이야기>

  이제 성경말씀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는 바벨탑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예수승천 당시의 마지막 당부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세상에는 언어가 하나뿐이어서, 모두가 같은 말을 썼다.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동하여 오다가, 시날 땅 한 들판에 이르러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자,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그들은 또 말하였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주께서는, 사람들이 짓고 있는 도시와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다. 주께서 말씀하셨다. "보아라, 만일 사람들이 같은 말을 쓰는 한 백성으로서, 이렇게 이런 일을 하기 시작하였으니, 이제 그들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이 거기에서 하는 말을 뒤섞어서,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주께서 거기에서 그들을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주께서 거기에서 온 세상의 말을 뒤섞으셨다고 하여, 사람들은 그 곳의 이름을 바벨이라고 한다. 주께서 거기에서 사람들을 온 땅에 흩으셨다. (창세 11:1~9) / 사도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에 예수께 여쭈었다. "주님, 주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나라를 되찾아 주실 때가 바로 지금입니까?"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때나 시기는 아버지께서 아버지의 권한으로 정하신 것이니, 너희가 알 바가 아니다. 그러나 성령이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그리고 마침내 땅 끝에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신 뒤에, 주께서 그들이 보는 앞에서 들려 올라가시니, 구름에 싸여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도 1:6~9).


  이 두 성경 이야기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공통적인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그건 한 마디로 “흩어지라”는 것입니다. 민들레 홀씨들이 바람에 날려서 새롭고, 넓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여행하듯이 각기 다른 삶의 현장으로 흩어져서, 또 하나의 민들레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온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하느님의 아들딸로 태어나서 자라난 우리들이  각기 다른 삶의 현장으로 날아가서 ‘또 한 울타리의 하느님 가정’을 이루라는 것, 그게 오늘 성경 이야기의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온 세상을 하느님의 향기로 채우라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의 반성>

  저는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 그리고 우리 세계교회의 가장 큰 병폐는 흩어지지 않는데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들은 ‘모이기만 할 뿐’ 흩어지지를 않습니다. 매주 마다 크고 화려한 교회건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는 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왜 메마르고 흉측하고 음흉하고 더럽고 시끄럽고 불행하기만 할까요? 그건 하느님의 사람들이 세상으로 흩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1천만명을 넘어섰다는 우리 한국교회 성도들이 세상으로 나아가서, 민들레 홀씨를 꽃피우는 삶을 산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 흩어짐의 길, 흩어져서 꽃피우는 길을 바벨탑 이야기와 예수님 승천 이야기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가톨릭에 대한 비판 이야기>

  얼마전 인터넷 신문(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 : www.nahnews.net)을 보다보니까, 가톨릭 개혁에 관한 어느 신부님 이야기 실려 있었습니다. 참 훌륭한 메시지였습니다. 그 신문 기사를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본당 중심의 교회에서 세상 중심의 교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용 신부(광주 가톨릭대학교의 교수,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위원)는 <경향잡지> 2009년 3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우리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로서 제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회는 작아져야 하고 예수 그리스도는 더욱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본당 중심에서 세상 중심의 교회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김 신부에 따르면, "본당 중심적 사고는 교회의 시선을 오로지 본당만을 향하게 하고, 교회 공동체 역시 세상 사람들과 동일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회는 스스로 "고립된 성채"가 되고, "세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집단"처럼 되어버렸다면서 교회가 "함지속 등불"이 되어 "세상의 빛"이 되길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폐쇄적 교회는 흔히 "거대한 성전의 화려함"에 매달리게 되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는 분'이어서 온 세상과 세상의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당신의 거처를 찾으셨던 것을 잊어버린 것" 과 같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회가 머물러야 할 거처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하느님 나라를 향한 길 위에 있다"고 하면서 "바로 그 길 위에서 하느님은 현존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회의 사명을 본당활동에 묶어두는 교회는 "교회 울타리 밖에서는 무력하거나 인색한 것으로 드러나기 일쑤"이며, "세상의 누룩이 되기보다는 자기 몸매를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따라서 김정용 신부는 이제 "본당공동체의 힘과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위해 쏟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세상 속에서 세상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연대하고, 세상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세상의 복음적 치유를 지향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본당의 존재 이유가 있다면  "복음적 영적 충전소" 역할이며, 신자들이 "세상 속에서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 봉사하고 투신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덧붙여 예수께서 공동체를 형성한 까닭은 "교회의 조직 운영이나 관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원하셨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교회는  "그리스도교적인 꼴을 갖춘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과 연대하고,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굽힘없이 선포하고, 공생과 생명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이들과 더불어 걸어가는 "가치의 공동체"라고 설파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함지속 등불 된 교회 벗어나야"-본당 중심에서 세상 중심으로 가는 교회로】였습니다. 아주 적절한 메시지였습니다.

  저는 가톨릭이 갖고 있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조직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정말 세심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진리는 중앙집권적인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진리는 ‘중앙’적이고, ‘제일 위’적인 것이 아니라, ‘변두리’적인 것이고 ‘가장 아래’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이기 때문에 가톨릭에서 개신교가 분화되었던 역사적인 사건이 더욱더 계승발전되어서, 중앙집권적인 교회가 지방분권적인 양태로 진화되어야할 것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말씀 더 들이자면, 우리 한국교회의 살길은 큰 교회들이 작은 교회들로 분화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작은 교회들로 분화되는 과정 속에서 교인들이 성숙하고 더 완전한 하느님의 성품을 제대로 닮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 한국사회의 대기업들과 세계의 대제국들이 작은 기업과 작은 나라로 분화되어 가는 길로 가야만 인류공동체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교를 마치면서>

  이제 설교말씀을 정리하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말씀의 제목을 ‘흩어짐이 길’이라고 잡아보았습니다.   민들레 홀씨들이 온 세상에 퍼져 나가서 꽃의 아름다움을 피워내듯이, 하느님의 아들딸로서 성장한 우리들이 저 세상으로 나아가서 하느님의 향기를 피워낼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고 비옥하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축도 : 이제는 우리에게 진리의 길을 몸소 보여주신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와, 언제나 어디서나 자비의 마음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총과, 진리의 상담자로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동행이 여기 고개 숙인 우리 수도교회 교우들 머리 위에 지금부터 영원토록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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