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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할 ‘근심’을 주시고

마태복음 김부겸 목사............... 조회 수 448 추천 수 0 2015.03.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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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마6:34 
설교자 : 김부겸 목사 
참고 : http://blog.naver.com/malsoom/67844785 

2009년 5월 31일 주일설교

성경말씀 : 마태복음 6장 34절

설교제목 : 일용할 ‘근심’을 주시고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마태 6:34).


  <일용할 양식 이야기>

  우리 기독교에서 ‘일용할 양식’은 굉장히 중요한 신앙 언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종살이 하던 이집트를 탈출해서 자유를 찾아 광야로 떠났을 때, 그들에게 ‘일용할 양식’, 즉 ‘만나’가 하늘에서 내려졌습니다. ‘만나’[manna]는 모세의 지도 아래,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 이르러 굶주릴 때 하느님이 내려준 신비로운 양식이었습니다. 구약성서 《출애굽기》를 보면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광야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그들은 먹을 것이 떨어져 굶어 죽기 직전의 상태에 빠졌습니다. 하느님은 이를 불쌍히 여겨 “하늘에서 빵을 내려주겠노라”고 모세에게 전하였습니다. 이튿날 아침 이스라엘 백성들의 야영지 한쪽 언저리 마른자리에 밤 사이에 내린 싸락눈 같은 것이 하얗게 덮여 있었습니다. 이것이 만나인데, 맷돌에 갈거나 절구에 찧어 솥에 쪄서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만나’는 40년 동안 그들의 주식이 되었는데, 이것은 날마다 내렸으며 하루치 이상은 되지 않았습니다. ‘만나’는 곧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일용할 양식의 대표적인 것이었습니다.

 

 신약시대에도 ‘일용할 양식’은 굉장히 중요한 신앙언어였는데, 특히 예수님에게 있어서 그 의미가 특별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기도문을 가르쳐 주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구절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의(義)를 구하는 삶을 먼저 살게 되면, ‘일용할 양식’은 하나님께서 채워주신다는 신앙의 정신은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일용할 양식의 깊은 의미들>

  일용할 양식의 일차적인 의미는 물론 음식(밥, 빵)입니다. 먹을 것입니다. 그리고 먹는 ‘밥’은 굉장히 중요한 영성적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는데, 이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음식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밥 한 톨에 우주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밥을 먹는 일은 곧 우주를 먹는 일입니다. 즉 밥을 먹는 일은 하느님의 온 세계를 먹는 일입니다. 그래서 경건한 마음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식사 철학과 관련해서 우리는 동학의 사상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합니다. 동학의 세계관은 조선시대의 양반사회나 다른 나라의 사상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는데, 대표적인 예는 이천식척(以天食天)의 사상입니다. 인간생활의 기본이 의식주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밥 먹는 것, 즉 식사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다른 종교나 사상에서는 밥 먹는 일에 대해서 철학적 의미를 탐구하지 못했습니다만, 동학은 달랐습니다. 동학의 해월 최시형은 놀랍게도 식사는 ‘한울이 한울을 먹는 일’이라 하여 식사의 행위를 한울님을 높이는 일로 높이고 신성화하였습니다. 우리가 늘 하는 밥과 반찬을 먹는 행위에 ‘하늘을 먹는다’는 의미를 부여할 때, 식량문제와 부엌 일, 식사예절 등이 모두 신성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 ‘일용할 양식’에 깃들어 있는 ‘또 다른 차원’에 대해서 묵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경 이야기>

  이제 성경말씀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마태 6:34).】

  예전에 저는 이 성경구절을 읽으면서 “아, 예수님께서 고생하는 민중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위로의 차원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구나!”하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 성경구절을 읽으면서 “그래, 나도 괜한 걱정근심 속에서 살지 말아야지.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 편하게 자자!!”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득 약간 다른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이런 겁니다.

 

 “이 성경구절을 일용할 양식의 사상과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 어? 그래 ‘한 날의 괴로움’, 어! 그거 역시 일용할 양식 아닌가!!!” 정말 그랬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수십 년 세월동안 ‘괴로움’이 없는 날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이란 이런 저런 걱정근심의 나날이었습니다. 하나의 산을 간신히 넘으면 또 하나의 산이 우리 앞을 막고 있는 ‘근심의 나날’이 곧 제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제가 인격적으로, 정신적으로, 신앙적으로, 철학적으로, 영성적으로 성숙하는 일은 ‘한 날의 괴로움들’ 덕분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매일 먹는 밥만이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겪는 ‘근심걱정’이 더욱더 소중한 ‘일용할 양식’이었던 것입니다. 


  ‘걱정근심’이 일용할 양식입니다. ‘걱정근심’을 통해서 우리는 더 아름답고 경건하게 성장합니다. ‘한 날의 괴로움’이 우리를 더 훌륭한 인격으로 변화시킵니다. 즉 하느님을 닮은 완전한 존재로 우리를 성화(聖化)시킵니다. 그래서 ‘한 날의 괴로움’은 소중한 것이고, 감사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 이야기>

  교우 여러분들에게 ‘한 날의 괴로움’이 오늘도 찾아오셨나요? 일단 감사하십시오. 그 괴로움은 교우 여러분들을 하느님을 닮은 사람으로 성화시키기 위해서 찾아온 천사의 선물입니다. 그 ‘한 날의 괴로움’과 씨름하십시오. 괴로운 그 일, 괴로운 그 사람, 괴로운 그 사건을 곱씹으면서 생각하고, 명상하고, 기도하고, 반추해 보시기를 반복하십시오.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그 ‘괴로운 일’을 잘게 부서서 소화하는 일을 계속하다보면, 반드시 그 ‘괴로운 일’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 메시지를 깨닫게 되면,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에 놀라운 희열이 있고, 기쁨이 있고, 평온이 있고, 해방이 있습니다. 그것이 ‘한 날의 괴로움 이야기’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해방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설교를 마치면서>

  이제 설교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말씀의 제목을 “일용할 ‘근심’을 주시고”라고 잡아보았습니다. 오늘 이 시간 ‘일용할 근심을 주시고’란 메시지를 유념하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잠깐 기도하겠습니다.


축도 : 이제는 우리에게 진리의 길을 몸소 보여주신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와, 언제나 어디서나 자비의 마음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넓으신 은총과, 진리의 동반자로서 우리와 함께 걸으시는 성령님의 아름다운 동행이 여기 고개 숙인 우리 수도교회 교우들 머리 위에 언제나 어디서나 풍요로우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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