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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엄벙덤벙 지리산 종주기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그 범위가 3도 5군 15면에 걸쳐 있으며 4백84㎢(1억3천만평)으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이러한 지리산의 등뼈를 이루고 있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활처럼 굽은 25.5㎞의 주능선은 노고단, 반야봉, 토끼봉, 칠선봉, 촛대봉, 천왕봉 등 1천5백m 이상의 봉우리만도 16개나 이어진다. 이 주능선 산행을 지리산 종주라 한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거리까지 합치면 35km-40km 나 되는 거리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지리산종주를 꿈꾸지만, 그러나 웬만큼 산에 다닌 산악인이라도 인내를 갖고 산행해야 할 만큼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한 쉽지 않은 코스이다.
7월 초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리산 종주한번 합시다. 세석대피소 세 사람 예약하려고 합니다.”
“어... 언제요?”
“7월20-21일 1박2일”
다시 문자가 왔다. “아내도 간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한 목사님 사모님이 동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자기도 가겠다고 한다. 지금 안 해보면 평생 언제 해보겠냐며... 쿠웅......!!
드디어 7월 19일 밤 대전 반석역에서 한 목사님을 만나 지하철로 서대전역으로 이동하였다. 지리산 입구인 구례구역으로 가는 00시 45분 기타를 타기 위해 한용일 목사님과 사모님, 올해 63세이신 김태우 목사님, 그리고 아내와 나 모두 5명이 서대전역에 모였다.
한 목사님과 나는 지리산 종주의 경험이 있어 그 힘듦을 알기 때문에 ‘아고... 아고...’ 소리가 절로 나왔고, 김 목사님은 ‘가면 가는 거지 뭐...’ 세상을 달관한 도사의 모습이고, 아내와 정 사모님은 약간 긴장하면서도 미지의 여행에 마음이 설레는 소녀들 같이 표정이 해맑다.ㅠㅠ
사람들은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가끔 한 번씩 일탈하는 꿈을 꾸지만 그것이 실제로 행동에 옮겨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그 순간에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기차는 3시 10분쯤 수많은 사람들을 구례구역에 내려놓고 가버렸다. 구례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성삼재 까지 올라왔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올라가는 문은 3:00에 개방을 한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리는 화장실 불빛아래서 출발 기념사진을 찍고 3시 50분 역사적인 지리산 종주의 첫발을 내딛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노고단까지 40분 만에 올라와 주먹밥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노고단 언덕을 올라가 05:15분에 능선길에 들어섰다. 아직은 어둑어둑하지만 서서히 날이 밝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노고단 능선길 문은 4:00에 개방을 한다.
5시50분에 돼지령 철쭉 군락지에 이르러 잠시 쉬며 물도 마시고 주위도 둘러본다. 주변이 환해지면서 산의 능선이 나타나고 구름이 흘러 다닌다. 그 모습에 취해 잠시 걸음을 멈춰서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하염없이 먼 산을 바라본다. 정말 신비로운 아침이다. 바로 이런 기분을 맛보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우리가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다.
6시 30분에 임걸령샘터 도착.
정말 물이 달고 시원하다. 빈 물통을 여기에서 채우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07:40분에 삼도봉 도착했다.
삼도봉에 도착하자말자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거대한 구름 쑈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야~ 우와~ 기가 막히다. 감탄사 대 방출... 잠시 쉬면서 건빵과 땅콩으로 요기를 했다. 삼도봉 구름 쑈가 5분 만에 끝났다. 정말 아주 잠깐 동안 하나님이 지리산의 속살을 보여주셨다. 구름이 몰려와 산을 감쪽같이 감추는데 걸린 시간은 채 5분이 안 걸렸다.
새벽 3시 50분부터 약 3시간동안 8km를 왔다. 여기서부터 토끼봉 명선봉을 넘어 연하천대피소에 9시에 도착하여 아침을 해 먹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늦어졌다. 그래서 걸음이 빠른 나와 한 목사님이 먼저 달려가 밥을 해놓고 기다리기로 하고 먼저 뛰어 나갔다.
11시30분에 연하천대피소에서 밥과 된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시간상으론 아침이 아니고 점심이네! 오늘 걸을 거리의 반을 왔다. 앞으로 반이 남았다. 그런데 몸은 이미 지쳐서 더 이상 못 갈 것 같다. 하지만 가야만 한다. 연하천에서 발바닥에 에어파스를 잔뜩 뿌리고 다시 출발!
형제봉 고개에서 잠시 쉬고 벽소령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나 시간이 지체되어 화장실에만 다녀온 이후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안 내리는 것도 아니고 햇볕을 가려 주어서 덥지는 않은데 주변 조망을 할 수가 없다. 몸은 더 갈 수 없을 만큼 완전 지쳤다. 사실은 지금부터 세석대피소까지 6km를 가는 것이 문제이다. 무조건 앞만 보고 가야 한다.
칠선봉 통과(3:35) 오메... 힘들어서 눈이 풀렸네. 영신봉 통과(6:46) 오늘의 숙소인 세석대피소에 7시 30분에 가까스로 도착! 해는 넘어가버렸고 우리는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쳤다. 어쨌든 주린 배를 채우는 게 급선무라 얼른 식사준비를 했다.
어제 저녁 집에서 나오며 냉동고에서 꺼내 뽁뽁이에 싸고 얼음주머니에 넣은 삼겹살 한 근이 배낭 밑바닥에서 나왔다.^^ 상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뜨겁지 않아 무사하다. 식사를 마치고 예약한 숙소에 들어가 잤다.
밤새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둘째 날 아침 5:00에 출발 예정이었으나 밖에 나와 보니 비가 세차게 내린다. 비 그치면 떠나기로 하고 조금 더 눈을 붙였다.
6:00시에 밖에 나와 아침준비. 원래는 장터목에서 아침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출발이 늦어져 아예 먹고 가기로 했다. 누룽지를 끓여먹었다. 어제 선비샘 근처에서 발견한 노루궁댕이버섯을 삶아 먹었다. 식사의 마지막 마무리는 바리스타 목사님의 신중한 커피 제조로 만든 맛있는 커피 한잔!
노고단에서부터 장터목까지 어떤 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 저 꽃이 무슨 꽃일까? 궁금해 하며 산길을 걸었다.
집에 오자마자 식물도감에서 찾아보았다. 지리산에서만 자라는 먼지털이처럼 생긴 꽃이라 하여 이름이 ‘지리털이꽃’이었다. 지리터리꽃은 지리산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었고, 세계적으로 지리산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이라고 한다. 지리터리꽃은 붉은 색에 가까울 정도로 색깔이 진하고 아름답다. 그밖에도 동자꽃, 꿩의다리꽃, 다래꽃, 물레나물꽃, 비비추 등등 지리산은 그야말로 이름 모를 야생화의 천국이었다.
7:00에 세석대피소에서 출발하여 15분 만에 촛대봉 정상 도착했다. 어젯밤 잘 잤더니 몸이 가뿐하여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8시10분 삼신봉 도착, 고사목 지대를 넘어가며 다시 한번 구름 쑈를 감상했다.
지리산 종주 코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로 꼽는 연하선경에 8시35분 도착. 이곳에서 무슨 영화도 찍었고(제목은 생각이 안 난다) 텔레비전 광고 화면으로 종종 나오는 곳이다. 연하선경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두 여인네들에게 자연스럽게 걸어가라고 했다.
구름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빨리 안 찍으면 그냥 구름 속으로 사라질 것 같은 풍경인데 여인네들 발걸음은 더디기만 허네! 그림 같은 연하선경 -천국으로 가는 길에서 멋진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연하봉 도착(08:51) 일출봉 통과(09:00) 장터목대피소 도착(09:12) 오락가락 하던 비가 장터목에 도착하자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처음으로 배낭 바닥에 있던 비옷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통천문을 통과해 이 땅에서 하늘의 세계로 막 들어서는데 위에서 어떤 분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kbs경남 방송의 pd가 지리산에 관한 다큐를 찍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인터뷰도 하고 한 줄로 서서 손을 들고 “지리산을 사랑해요!” 하라는 대로 소리도 쳐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10시 40분 지리산 정상에 발을 딛었다! 마치 사람 혓바닥처럼 생긴 정상석을 껴안고 감격의 재회를 했다.
아내는 “세상에 내가 여기에 오다니...” 감격스러워 한다. 사방을 둘러보니 천왕봉이 마치 구름위에 둥둥 떠 있는 작은 섬 같다. 등산 시작 30시간 만에 도착한 천왕봉 정상에서 일행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상석을 애매한 곳에 세워 놓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위험한 곳에 서서 찍어야 한다.
조금만 생각을 더 해 좀 안전한 곳에 세웠다면 좋았을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정상석을 돌려서 세웠으면 좀 넓은 곳에 사람들이 함께 서서 사진 찍기에 좋았을 것을... 뒤쪽 바닥이 넓은 쪽에는 엉뚱한 글씨가 새겨져 있다. 아마 정상석을 세운 사람이 정말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없이 얼른 빨리 심고 내려갈 생각만 가득했던 것 같다. 아니면 아침에 마누라와 싸우고 올라와서 심술을 부렸던지....
천왕봉에서 15분간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11:00 정각부터 중산리 방향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중산리 코스는 험하기로 이름난 난코스이다. 등산 등급으로 최고난이도인 D급 산길이다. D급 산길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군데 없다.
망바위 도착(2:15) 칼바위 도착(3:07) 드디어 3시46분 중산리 탐방안내소 입구도착! 종주 성공! 엄벙덤벙 하다가 벌써 여기까지 와버렸네. 내이럴 줄 알았지.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축하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후에 택시를 타고 진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올라왔다. * 최용우<시인, 금남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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