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내가 컴퓨터 앞에서 머리를 싸매고
끙끙댑니다.
"왜 그래?"
"자기는 머리에서 글이 그냥 술술 나오지요?"
"글이 무슨 비듬이야? 슬슬 나오게."
"오늘 머 했는지 통 모르겠어요... 글로 쓰려고 하니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자기라면 오늘 뭐라고 쓸 것 같아요?"
"음... 오후에 같이 산책하며 운동했쟎아요. 길 가면서
본 것들 열 가지만 나열해도 멋진 글이 되겠네"
"나는 암 것도 안 봤는데...'
"안 보긴 뭘 안 봐! 풀섶에 떨어진 알밤도 주워 먹고,
길 건너가는 달팽이랑 인사도 나눴고, 저만치 먼저 뛰어
갔다가 주인이 안보이니 다시 돌아오는 별이(강아지) 대견하다고도
했고, 거름 냄새도 맡았고, 칡꽃 향기도 맡았고... 옛날
데이트할 때 생각하며 으슥한데서 둘이 손도 잡았고..."
"아...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만, 그만 말해요.
뭘 써야될지 생각났어요"
나중에 살짝 보니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오후에 아이들이 돌아오기 30분전에
집에서 나와 남편과 함께 산책을 했다.
진짜 목적은 운동인데, 운동보다는 조금 약한 산책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산으로 난 길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다리가 뻐근하다.
인적이 뜸한 곳에 느릿 느릿 달팽이가 길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야, 언제 지나가냐 죽지 말고 풀 속으로 잘 숨어
알았지?
사방으로 뻗어 얽힌 칡넝쿨 잎 뒤에 피어 있는 칡꽃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온다.
누가 이 칡꽃으로 차를 담았다고 했는데...
어? 밤이다!
남편 한 알 나 한 알 주워 먹다.
나머진 다 다람쥐가 물고 갔을거야.>
매일 오후에 아내와 산책을 하는 최용우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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