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문에서 봤는데, 장성댐 아래
광장에 코스모스가 근사하디야"
추석명절에 오랜만에 고향에서 만난 가족들을 이끌고 큰소리
빵빵 치면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장성댐 광장으로
차를 운전하여 갔습니다.
황량하기만 했던 넓은 터에 가득 피어있는 코스모스길을
걸으며 탄성을 지르기는 했지만, 이미 상당히 많이 떨어져버린
코스모스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 친 것이 미안할
정도로 쓸쓸함을 가득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사계절 내내 피어 있다면 우리는
그 꽃에 대해 그다지 경이로운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언제라도 볼 수 있고 변함 없이 오랫동안 피어있는 조화(造花)에서는
새롭다거나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습니다.
꽃은 어느 한 순간에 피었다가 한 줄기 비를 맞고
떨져버리는 너무도 나약하고 덧없는 짧은 생애를 살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아름다움 뒤에 숨어있는 슬픔과
허무가, 그리고 소멸의 쓸쓸함이 우리의 가슴을 깊이 찔러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피어 있었으면
...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뒤에는 언제나 쓸쓸함이 그늘처럼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꽃들은 피어있는 동안에 온 힘을 다하여 피어납니다.
온 몸으로 웃고, 온 몸으로 흔들리며, 온 몸으로 세상을
밝게 합니다. 그러므로 꽃들은 아름답습니다. 곧 떨어져
내릴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일의 낙화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여 몇 일간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물해 줍니다.
하나님께서 꽃으로 만든 그 꽃의 사명을 다합니다. 그 몇일간의
꽃들의 축제를 보면서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활기를 찾고, 희망을 설계하게 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을 갖게 됩니다.
비록 화려하게 만개하여 제각각 아름다움을 뽐내는 코스모스
광장의 넉넉한 모습을 마음에 담지는 못했지만, 한 순간
사명을 다하고까만 씨앗을 남기며 떨어져가는 코스모스의
장렬한 최후를 감상하게 된 것만 해도 감사한 일입니다.
*
-수필가 월간<들꽃편지>발행인
http://cyw.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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