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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237-8.25】비 오는 날
태풍 고니가 올라오면서 몰고 온 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담 넘어 쑥 올라온 칸나가 비에 젖어 촉촉하다. 심기는 앞집에서 심어 놓았는데 하루 종일 꽃을 바라보고 즐기는 사람은 나다.
촛불처럼 타오르는 한 송이 꽃을 그윽하고 깊은 눈으로 바라보니 참으로 아름답다. 참된 기쁨과 사랑이 거기에 숨어 있다. 꽃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나에게 온 심부름꾼 같다.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꽃이 은근한 향기로 말을 걸어온다. “어이, 자칭 시인 최용우 안녕하신가?”
나는 대답 대신 썩은 미소를 지으며 씩 웃는다. 이 까지 하나 빠져 내 모습이 완전 영구 같다. 그 모습을 보고 꽃이 깔깔대며 웃는다. 고양이 한 마리가 은근슬쩍 담 위로 지나간다.
더 없이 평화롭고 조용하고 넉넉하다. 꽃이 있고 고양이가 있고 거기다가 조용히 비까지 내리는 더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최용우
칸나
담 너머로 칸나 꽃이 불쑥 솟았다.
고고한 자태로 하늘을 향하여
마치 촛불처럼 횃불처럼
붉게 타 오르는 열정적인 꽃
아름답고 멋있는 꽃
나도 칸나 꽃 같이 되고 싶다.
당당한 자세로 주님을 향하여
마치 용맹스러운 전사처럼
붉게 뜨겁게 타오르고 싶다.
행복한 주님의 꽃이 되고 싶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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