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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김학현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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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맥아더 원수’? 이젠 잊으시라
[책 뒤안길] 맥아더의 삶의 진실 파헤친 <맥아더>
김학현(연서교회목사) | 2015.07.07 19:49
<맥아더>(리처드 B. 프랭크 지음 / 김홍래 옮김 / 플래닛미디어 펴냄 / 2015. 6 / 400쪽 / 2만2000 원)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 아마 한국인이라면 6·25전쟁과 관련하여 그를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일 것이다. 불가능하다는 만류를 뿌리치고 단행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한국전쟁을 역전시킨 전쟁영웅, 한국인 대부분이 알고 있는 맥아더상이다. 그래서 한없이 고마워하는 미국인 중에 맥아더를 능가하는 이가 없을 정도다. 육군대장 웨슬리 K. 클라크의 말은 이런 점에서 진리다.
“그는 남한에 대한 북한의 침략에 맞서 신속하고 결정적인 반격을 실시하여 전쟁의 흐름을 역전시키고 남한 정부를 유지시켰으며, 그 결과 반세기 동안 중공의 팽창이 억제될 수 있었다.”(본문 7쪽)
인천상륙작전과는 달리 패배한 전투도 있다. 미국 행정부와 합동참모본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8도선을 넘어 압록강까지 진군하다 대패를 하였다. 이로 인하여 말년에 그의 용맹성에 흠집을 남기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하여튼 우리가 알고 있는 맥아더는 한국전쟁과 관련된 것이 많다.
맥아더, 가장 복잡한 인물
인천상륙작전 전 상륙지점을 살펴보는 맥아더 장군
그게 누구든 한 인물을 놓고 평가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다. 그러나 맥아더만큼 극과 극의 평가로 엇갈리는 인물도 흔치 않다. ‘전쟁영웅인가, 전쟁광인가?’ 혹은 ‘구원의 신인가, 정복의 신인가?’ 또 ‘군사적 천재인가, 군사적 광인인가?’ 심지어는 ‘슈퍼영웅인가, 사기꾼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극단적인 질문이 맥아더에게 쏟아지고 있다.
이런 맥아더를 좀 더 진지하게 살피고자 펜을 든 이가 바로 리처드 B 프랭크이다. 저자는 태평양전쟁 전문 역사가로 <맥아더>(플레닛미디어 펴냄)를 통해 ‘진짜 맥아더는 누구냐’고 묻고 있다. 저자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료들을 참고하면서 맥아더의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맥아더에게 이런 점이 있었어?’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서술들도 있다.
“맥아더는 내가 만난 인물들 중에 가장 복잡한 인물이었다.”
맥아더를 표현하는 말 중에 백미가 이것이다. 이토록 맥아더는 미국 공화진영과 민주진영의 엇갈리는 반응을 한 몸에
받은 인물이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맥아더를 보는 가장 진실한 눈은 “그를 고전적 비극의 영웅”으로 보는 것이라며, 위대한 재능이 파멸과 연결되어 있음을 놓치지 말자고 제안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탁월한 능력보다는 적응력이 그를 위대하게 했다고 평가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머스 블레이미는 맥아더를 평가하길, “그에 대해 당신이 들은 최악의 말과 최고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377쪽)고 말한다. 맥아더의 평가가 얼마나 극과 극을 달리는지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맥아더는 엄청난 결점과 실패가 있는 인물인가 하면 그것을 상쇄할 정도의 위대한 자질과 업적이 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제외하고 20세기 미국 인물들 중에서 누구보다도 리더십에 대한 많은 사례를 남겼다”(377쪽)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공화·민주 양진영에서 맥아더를 보는 눈이 다르다.
맥아더, 영웅 논리는 신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친일보수주의자들과 진보진영의 논리가 팽팽하다. 그러다 보니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는 인천자유공원 동쪽에 있는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느니 존치하느니 하는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맥아더는 우리나라를 구원한 군사영웅’이라는 보수진영의 논리는 다분히 신화화된 논리다.
책을 읽다 보면 맥아더가 진정으로 한국이란 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맥아더는 일본 점령군의 사령관으로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일본이 항복하기 전 단 한 번도 그는 자신의 상관에게 원자폭탄에 대한 꺼림칙한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다”(263쪽)는 조금은 애매한 서술로 이 문제를 다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핵 투하는 점령군의 최고사령관인 맥아더의 요청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실은 맥아더가 사령관 직에서 해임된 이유가 ‘핵사용을 포함한 점령지의 초토화 전략’이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절재절명의 위기 때 한국전쟁이 터졌고 한국전쟁은 그를 위기에서 구원할 유일한 돌파구였을 것이다. 일본을 점령한 미국의 최고사령관으로서의 맥아더는 사뭇 개혁적이며 인정적이다. 부드러운 정책, 일본인을 위한 개혁정책 등으로 읽혀진다.
맥아더는 군정기간 동안 모든 범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너무나 정치적인 인물이어 증거를 덜 남겼을 뿐이다. 일본인들이 인정이 있는 인물로 보기에 충분한 정책들(농지개혁, 재벌해체, 천왕 전범제외 등) 역시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의 일환이었다. 특히 천왕 히로이토를 전범으로 죽이면 국가가 해체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한 것을 저자는 “엄청난 과장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였지만 고위 장교들과 민간 공직자들이 겁을 먹고 침묵했다”(287쪽)고 적고 있다.
맥아더가 사령관으로 있을 때 일본인들을 먹여 살리는 일에 매진했다. 심지어는 미국 본토의 명령을 어겨가면서까지 굶주린 일본에 급식을 제공하도록 하급부대에 명령했다. 맥아더가 단지 사랑이 많은 긍휼주의자여서 그랬을까. 이는 ‘평화로운 점령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장기적인 정치 변화 때문이었다”(281쪽)고 쓰고 있는 걸 볼 때 맥아더가 얼마나 정치적인 인물인지 알 수 있다.
맥아더, 정치적인 인간이었다
“나는 인천이 5000대1의 도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확률을 감당하는 데 이미 익숙합니다. 우리는 인천에 상륙할 것이고 나는 적을 분쇄할 것입니다.”(본문 329쪽)
1950년 9월 15일, 결국 맥아더는 그의 말대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고 성공했다. 일본의 핵문제로 인한 맥아더의 입지가 어려워질 때 맥아더의 이런 연설과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개인적인 상황과 전혀 무관한 것일까. 대부분의 ‘맥아더 영웅 신화’는 무관하다고 다룬다. 그러나 인간 맥아더를 보지 않고 영웅만 보는 견해는 결코 진실하지 않다.
저자의 표현처럼, 인천상륙작전은 “맥아더의 모든 경력을 통틀어 가장 찬란한 성공”(329쪽)이었다. 다음날 서울을 탈환했다. 일본에서의 패배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핵문제에서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말았다. 후에 한국전쟁에서 중국의 개입을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았지만, 38도선을 넘자 중국은 대규모로 개입했다.
왜 맥아더는 미국 정부를 무시하면서까지 북진했을까. 정치적인 이유다. 이미 맥아더는 2차 세계대전 초기부터 그의 코뮈니케를 통해 자신을 선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맥아더는 응답자 중 43%의 선택을 받아서 다른 모든 사람을 한참 앞섰다. 아이젠하워(31%)와 패튼(17%)이 맥아더의 뒤”(217쪽)를 이었다. 이때 ‘맥아더를 대통령으로’라는 구호는 당연한 것이었다.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너무나 인간적인 맥아더는 우리에게 실망을 준다. 영웅이라고 알고 있는 맥아더는 잊어야 하지 않을까. 태평양전쟁에서의 그의 승리들은 “그를 사악하게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고 했고, 자신의 상관에게 광적이고 편집증적인 전문”(140쪽)을 계속 보내기도 했다.
참모진들까지 “맥아더는 허영심과 자아로 인해 자신의 성취를 눈부시게 포장해서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다”(94쪽)고 증언해 준다. 제럴드 나이 상원의원은 맥아더를 “전쟁광이자 무기 상인들의 앞잡이”(80쪽)라고 묘사한다. 더 한심한 것은 그가 마닐라에서 근무할 때 아사벨 로사리오 쿠퍼(당시 16살)와 불장난에 빠진 일이다. 그와 헤어지는 대가로 1만5000달러를 지불한 사건은 그의 영웅 신화에 찬물을 끼얹는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유명한 연설로 미국 상하원합동회의에서 은퇴의 변을 토했던 맥아더, 그의 유명한 말이 지금도 극과 극의 평가로 우리 곁에 죽지 않고 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미화도 폄하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에겐 너무나 포장된 채 영웅인 맥아더를 제대로 만나기 원한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다소 장황하고 난해한 서술을 빼면 치우치지 않는 맥아더 평전임에 틀림없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길일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려고요.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김학현(연서교회목사)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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