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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학현 목사 

만적부터 녹두장군까지... 인권이란 이런 거야
[책 뒤안길] 초등학교 선생님이 들려주는 <역사 속 인권 이야기> 
김학현(연서교회목사) 2015.08.1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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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역사 속 인권 이야기> 표지

<역사 속 인권 이야기>(정용주 글, 정연희 그림 / 리젬 펴냄 / 2015. 7 / 115쪽 / 1만2000 원)


여보! 인권이란 뭐라고 생각하오? 너무 쉽다고? 물론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말하는 거지요.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혹 인권이란 단어를 모른다 해도, 정작 단어의 뜻을 모르는 거야 그리 부끄럽지 않소. 그 의미를 삶으로 살아내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거지요.


하지만 대한민국 땅에서 정말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생각하오? 국정원의 계속되는 민간인 사찰문제,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을 무시한 인사나 조치들, 인권을 위해 애쓴 지사들의 투옥과 사형언도 등등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반인권을 말한다는 게 부끄럽소. 독재국가나 왕정국가도 아닌데,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인권의 아우성 소리가 요란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한국 인권 걱정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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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네스티 로고(왼쪽)와 국가인권위원회 설립목적을 알리는 그림(오른쪽),

그림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 로고가 보인다.(국제엠네스티,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여보, 요즘 성매매 비범죄화 추진 투표로 이슈가 된 국제엠네스티(International Amnesty)는 여러 차례 한국의 언론 자유와 인권에 대하여 우려를 표했었소. 그만큼 한국의 자유와 인권이 위태롭다는 반증일 게요.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룰 유엔(UN) 북한인권사무소(OHCHR)를 지난 5월 서울에 두기도 했소. 북한은 강력히 반발했소. 일각에선 한국의 인권도 문제인데 북한의 인권을 한국에서 조사해야 하는지 묻는 이들도 있소.


국제엠네스티는 유엔과 유럽의회·미주인권위원회 등의 자문기구지요. 이미 1977년 노벨평화상과 이듬해 유엔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소. 전세계 150여 개국에 300만 명의 회원들을 갖고 있는 세계 최대 인권단체라오. 그런데 이런 국제인권단체가 한국의 인권에 대하여 자주 언급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인권문제를 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말하는 게 아니겠소.


여보! 특히 이번에 내정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내정 과정이 비밀 인선·불투명 인선이라고 질타하는 이들이 많소. 대한민국의 인권을 책임질 국가인권위원회의 장과 위원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선정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소. 인권조차도 국가의 손아귀에 넣는다면 정부로부터 당하는 반인권적 아픔은 누가 치유한단 말이오.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국제엠네스티는 국가인권위원회 차기 위원장을 내정하고 임명하는 과정에 대해서 우려한다”며 “인권을 보호, 증진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위원장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국가인권기구는 독립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우려하고 있소. 이어 ”위원장 및 위원을 내정, 임명, 해임하는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한다고 촉구하고 나섰소.


여보, 실은 이번에 내정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는 2013년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시절 성전환자가 성별정정신청을 했을 당시 예규에도 없는 성기 사진을 요구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인물이오. 정의당 대표 정진후 국회의원은 “극도의 수치심 유발, 인권침해 당사자가 인권위원장 자격 있나?”며 강하게 질타했소. 11일 현재,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 중이오.


한국의 인권은 이게 현주소라오. 왜 이런 것에 대하여 국민 대다수는 무지할까요? 배울 기회가 없었고, 배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여보, 우리가 어렸을 때 인권이란 무엇인지, 아니 인권이란 말이라도 들어 봤나요. 박정희 독재 통치밖에 모르며 살았던 어린 시절이었으니 그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오.


‘인권’에 대하여 조곤조곤 가르쳐 주는 책

 

그러나 참 다행이오. 요즘 아이들은 참 행복한 것 같소.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우지 못했던 인권에 대하여 조곤조곤 짚어주는 책이 있으니 말이오. 서울염경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정용주 교사가 글을 쓰고 정현희 선생께서 그림을 그려준 <역사 속 인권 이야기>(리젬 펴냄)이 그것이오.


저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법에 따라 벌을 받는 것과 인간으로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다른 문제”(4쪽)라며,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는 누구나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있소. 책은 인권의 개념으로부터 자유와 인권, 사회적 약자의 인권 그리고 국가와 환경의 인권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소.


먼저, 인권의 포괄적인 의미를 가르쳐 주고, 인권의 정의와 인권이 변화 과정 그리고 인권을 얻기 위해 애쓴 대표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소. 많은 인물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인권이 주어졌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고 있소. 결코 그 어느 열매도 수고 없이 되는 것은 없지 않겠소. 인권은 더욱 그랬음을 간단명료하게 써주고 있소.


이어, 인권의 종류와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말하는데, 자유·사회적 약자·국가·환경처럼 다양한 주제별로 인권을 분류하여 각각의 내용을 말해주고 있소. 저자는 어렵게만 생각할 수 있는 인권을 일상생활의 경험, 최근 뉴스나 신문 등 언론에서 화제가 된 사건 등을 예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가 될 듯하오.

더군다나 동성애, 용산 재개발 지역의 참사, 고문, 유신 독재, 도롱뇽 소송 등 오늘날까지 이슈가 되는 인권 사건들을 잘 가르쳐 주고 있어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이 나라의 자유의 일꾼이 되는데 충분한 소양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아 기쁘오.


여보, 지금의 아이들은 우리 때보다는 훨씬 멋지게 자랄 것 같아 감사할 뿐이오. 저자는 “한 개인이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할 책임 또한 가진다는 것”이라며, “한 개인의 인권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지켜져야 한다”(13쪽)고 강조하는군요. 인권의 사회성이 무시되면 그런 사회는 건강한 인권사회는 아니겠지요.

1948년 유엔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써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함으로 세계는 공히 인권존중사회로 가는 기틀을 마련했소. 하지만 북한처럼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여도 구체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허점이 있다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인권을 명기하고 있소.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본문 19쪽)


인권은 싸워서 쟁취한 것


책은 권리장전, 프랑스 인권선언,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격리정책) 등의 인권 사례들을 들면서 우리나라 전봉준의 동학운동이야말로 참된 인권운동이었다고 소개하고 있소. 1980년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연좌제폐지는 죄와 인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가르쳐주는 본보기라고 소개하오.


여보! 특히 한국의 인권은 싸워서 쟁취한 것임을 가르쳐 주고 있소. 고려시대 신분제도 폐지를 위해 최충헌의 노비 만적이 일어났고, 어린이 인권을 주창한 방정환 선생, 녹두장군 정봉준의 봉기, 피복공장 제단사인 전태일의 분신 사건까지 상세히 짚어주고 있소.


저자는 이외에도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금지를 들며 자유로운 의사표시의 제한에 대하여 논의하고, CCTV의 사생활 침해요소, 장애인 차별, 역사적 고문 사건들, 인종차별과 난민문제, 유신독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권사항들을 들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소.


특히 세계 인권을 간섭하는 미국이 난민의 인권에는 무심한 것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고 있소. “미국은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들을 비판하지만 정작 자기 나라로 난민이 오는 것을 막고, 난민들을 ‘안전한 제3국’으로 보냄으로써 난민에 대한 의무를 회피한다”(94쪽)고 지적하고 있소.


여보, 실은 이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하오. 국제인권기구의 여러 차례 권고를 무시한 채 여전히 방송이나 언론에 개입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계속되고,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나 국민 사찰 의혹은 계속 불거지고 있소. 그러면서도 북한의 인권이 어쩌니 저쩌니 하고 있는 면에서 미국과 꼭 닮은 꼴 아니겠소. 여보! 모쪼록 어린이들이 이 책을 많이 읽고 그렇게 행함으로 앞으로는 이 나라가 알토랑 인권 국가로 나아갔으면 좋겠소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내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김학현(연서교회목사)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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