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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김학현 목사 

'교회를 운영한다'는 목사, 사장 노릇 멈추시오

[책 뒤안길] 참 교회 제시하는 <대한민국교회 리스타트> 


김학현(연서교회목사) 2015.08.22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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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한민국교회 리스타트> 표지

<대한민국교회 리스타트>(박재훈 지음 / 라온북 펴냄 / 2015. 7 / 271쪽 / 1만3800 원)


"교회가 장사가 가장 잘 되는 것 같아. 그치? 저기 봐 저기도 교회고, 저기도... 또 저 앞에도 교회잖아."
 "그러게. 한집 걸러 한집마다 교회가 들어서네. 커피집 들어서는 거랑 속도 경쟁하는 거 같아."


여보! 커피 전문점 한 귀퉁이에서 음료수를 홀짝거리며 건물 밖 풍경을 감상하던 이들의 대화 내용이오. 지금 세종특별자치시(신도시 풍경은 아마 대동소이할 것)에서 가장 활발하게 창업을 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음식점과 커피집이 아닐까 생각하오. 그런데 교회도 이에 질세라 설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오.


내가 들은 대화는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가 않소. '교회가 장사가 가장 잘 되는 것 같아' 이 말이 내 귀에서 사라지질 않는구려. 솔직히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교회가 장사(?)가 잘되면 얼마나 좋겠소. 목사인 나로서는 이들의 말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소.


교회 창립이 많아지고는 있으나(설립 자체가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다) 해마다 인구 조사 결과 기독교인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니 이들의 말은 전혀 합리적인 증거가 없는 것이오. 하지만 이런 불경기에도 교회를 세우는 걸 보니 '교회는 그래도 살만한가 보다' 생각하는 뜻일 게요.


교회는 회사, 목사는 사장?
 

여보! 이들이 말하듯, 교회가 장사를 하는 곳이면 목사는 사장이지요? 사장, 자영업자, 혹은 교회라는 이익 공동체를 이끄는 CEO. 그게 어떤 직함이든 이들의 말 속에서 교회라는 것을 차리는 이는 사장이 분명하오. 왜 이런 말이 일반인들 사이에 등장하는 걸까요? 정말로 사장 노릇하는 목사가 있기 때문이오.


옥성호는 <내가 꿈꾸는 교회>(부흥과개혁사 펴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소. 자신은 세 가지가 없는 교회를 꿈꾼다고 하오. 그 중 대표적인 하나가 '사장 CEO가 없는 교회'를 꿈꾼다는 내용이오. 왜 이 말이 이토록 가슴에 와 닿을까요? '사장님의 교회'가 너무 많기 때문이오.


그의 말을 한 번 들어보겠소?


회사에서 사장이 갖는 권한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재정에 대한 권한과 의사결정의 최종 결정권자라는 점일 것입니다. 사장은 회사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짐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지기 마련입니다.

목사가 사장의 역할을 하는 교회의 경우, 담당목사가 교회를 비우는 순간 교회의 전 행정은 올 스톱됩니다. 사장의 능력이 회사의 매출신장에 따라 결정되듯 목사가 사장이 된 교회의 목사의 능력은 교인 수의 증가와 헌금액 증대에 따라 좌우됩니다. 따라서 교인 수를 늘리고 헌금액을 늘린 목사는 점점 더 그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본문 119~120쪽, <내가 꿈꾸는 교회>)


여보! 세상의 자본주의 맘몬이즘(Mammonism : 돈을 신처럼 숭배하는 사상)은 이미 교회 속 깊숙이 쳐들어와 똬리를 틀고 있음이 분명하오. 유진 피터슨 같은 위대한 기독교 저술가도 자신이 경험한 바를 이리 토로한 적이 있소. "대화 중에 이런 질문이 나왔다. '무슨 일 하세요?', '교회를 운영합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고 말이지요. 교회를 운영한다니요? 이런 대답이 바로 '사장스런' 대답이 아니겠소.


박재훈의 <대한민국교회 리스타트>(라온북 펴냄)에는 '교회 사장'에 대한 안타까움이 올올히 배어 있구려. 저자는 "목사가 교회를 운영하는 존재인가, 아닌가 하는 기로에서 충격을 받았던 유진 피터슨 목사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목사는 교회를 운영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견해에 찬성하기 때문이다"(123쪽)라고 동조하고 있소. 나 역시 전적으로 이 말에 박수를 보내오.


교회는 '목사 사장' 추방해야


 여보! 목사의 전문성은 교회를 운영하는 경영 능력(성과를 내는, 이익을 내는)에 있는 게 결코 아니지 않소. 그럼에도 예수의 CEO 능력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예수까지 끌어다 대며 비뚤어진 물량주의, 성공주의, 기복 신앙, 번영 신학을 교회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소. '개독교', '먹사'란 말을 들어가면서도 여전히 말이오.


목사가 교회의 사장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저자는 '교인들은 고달파질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소. 사장 목사는 무엇인가 결과를 내놓기 위해 발버둥칠 것이고, 그 발버둥치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성도들이 있기 때문이오. 사장이 경영 능력을 발휘해 인사를 하고 재정을 활용하듯, 교회에서 사장된 목사는 분명히 그런 형태의 경영 능력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오.


목사는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책임이 있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도들을 믿음이라는 명분으로 닦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정해놓고 구호를 외치면서 성도들을 몰아가야 한다. 그 결과로 교회가 확장되고 헌금액이 증가되면, 결국 목사는 사장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이유로 인정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교회 리스타트> 본문 124쪽)


여보! 얼마나 살벌한 교회 풍경이오. 사장 목사는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매진하고, 성도들은 그게 당연한 하나님의 목적이겠지 생각하면서, 이런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이오. 그렇게 성공한 사장 목사는 "성도들을 통하여 자신의 사장 자리를 더 강하게 굳혀가고자 노림수"를 쓰게 되니 말이오. 그러면서 교회의 권위는 세상 바닥의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하여 뒹구는 거지요.


사장 목사는 성공을 기뻐하고, 사장 목사가 있는 교회는 물량주의의 꼭대기에서 축포를 터뜨리는데, 세상은 그들을 향하여 손가락질을 하게 되는 거고요. 교회의 머리 자리에 있던 예수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그 머리 꼭대기에 앉았으면서도 자신의 자리가 낮은 자리라고 우기기도 하고 말이오. 이런 교회 사장을 추방해야 교회가 살지 않겠소.


교회를 빌미로 사장 노릇 하겠다는 목사들을 추방해야 성도들이 사랑으로 회복될 수 있다. 모든 교회에서 사장 노릇을 하는 목사들이 추방되는 그날을 소망한다. 그날이 바로 사장 목사의 지시와 명령 때문에 잃어버렸던 성도들의 사랑이 회복되는 날이다.(본문 125쪽)


여보! 참으로 이런 날이 왔으면 좋겠소. 빨리 왔으면 좋겠소. 회사에서 사장의 목소리가 크듯, 한국 교회도 이런 사장 목사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오. 이들이 한국의 개신교를 대표하는 자리 하나씩을 거의 꿰차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소. 그리고 그들의 소리가 한국 교회를 대변하는 소리겠지, 착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소.


그래서 어느새 한국 교회는 돈 있는 자의 대변자, 권세 있는 자의 대변자가 되어 있소.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지 않소. 큰소리 내는 한국 교회의 사장 목사들이 그들과 끼리끼리 아니겠소. 그렇게 낮은 자, 소외된 자, 가난한 자는 교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태가 발생했소.


그럴 수 없는 걸 그렇게 뒤집은, 역전의 명수 대한민국 교회! 이를 어쩌면 좋을지. 이미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내가 몸담은 이 한국 교회, 그래도 멈춰 서서 생각해 볼 기회를 저자가 주는구려. 저자는 성도들의 교회 이탈 현상, 왜곡된 교회와 목사 이미지, 교회의 본질 회복 등에 대한 진지한 답을 주고자 애쓰는 구려. 소위 성공했다는 교회 지도자들이 읽었으면 참 좋겠소.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내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김학현(연서교회목사)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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