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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 출처 : | 김학현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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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책 속 박근혜 모습, 흥미롭다
[책 뒤안길] 박영선의 <누가 지도자인가>
김학현(연서교회목사) 2015.08.22 03:39

책 <누가 지도자인가> 표지
<누가 지도자인가>(박영선 지음 / 마음의숲 펴냄 / 2015. 7 / 399쪽 / 1만5000 원)
여보! '트라우마(trauma)'란 말을 들어보았죠? 의학에서야 단순히 외상을 말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으로 영구적인 정신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뜻하는 말이오. 사건 사고나 큰 충격으로 인해 당시와 비슷하거나 당시 상황을 연상할 만한 일이 있으면 정신적으로 불안해하는 증세를 일컫는 말이오. 정신적 불안은 당연히 어떤 결단과 행동을 낳기도 하오.
어떤 사람에게 한 나라의 가장 큰 권력을 소유한 아버지가 있었소.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이었소. 가장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부하가 아버지를 총으로 쐈소. 1979년 10월 26일, 저녁에 있은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들이 모인 만찬장은 그야말로 피로 얼룩지고 말았소.
부모보다 먼저 나라를 생각한 사람, 박근혜?
이 사건을 역사는 '10·26사태'라고 말하오. 여기서 최고 권력자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고, 그를 쏜 사람은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였소.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이 있기 5년 전인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그의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이 쏜 총탄에 피격 당해 사망했다는 것이오.
여보! 이렇게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오. 가정사로 보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 모르오. 그러나 영애(당시는 어머니를 대신하는 그를 이렇게 부름) 박근혜는 김계원 비서실장에게 아버지의 총격 소식을 전해 듣고 한 첫마디가 "휴전선은요?"라고 전해지고 있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박근혜는 애국자 중의 애국자가 아니겠소? 어떤 면에서 박근혜 애국 신화의 극치를 이루는 말이 '휴전선은요?'라는 말일 게요. 후에 여러 사람들이 박근혜 측근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어 논란이 되는 말이기도 하오. 만약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신화화의 극치로, 일종의 우상화라고 할 수 있소.
하지만 사실이라도 문제는 되오. 그의 삶이 어떤 것이었기에 이미 잃은 어머니에 대한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똑같은 총격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딸이 슬픔을 삼키며 나라를 걱정한단 말이오. 분명히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오. 한마디로 '피보다 나라'라는 등식을 적용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오.
여보! '휴전선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전제로 볼 때, 개인적 슬픔을 뒤로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말이 되오. 이렇게 대범한 사람이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말이고요. 그러나 박영선은 그의 책 <누가 지도자인가>(마음의숲 펴냄)에서 조금 다른 모습의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 흥미롭소.
박근혜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
고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년을 맞아 당시 MBC 기자였던 박영선 의원은 재단법인 육영수기념사업회 이사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고 하오. 이 자리에서 육영수 여사에 대한 말보다는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말을 더 많이 했다고 술회하고 있소. 육영수 여사의 딸을 인터뷰하는 자리가 딸의 아버지 자랑의 자리가 되었다는 뜻이오.
"내 삶의 목표는 아버님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무런 사심이 없이 소신과 비전을 가지고 나라 일에 임하셨습니다. (중략) 세월이 아무리 바뀌고 시대가 달라진다 해도 제가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원칙입니다"(본문 92쪽)
"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버지를 말한 것"이라고 박영선은 논평하고 있소. 이토록 사무치도록 박근혜의 마음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회한과 아픔이 어려 있소. 그런 그가 대통령 후보시절 5·16과 유신헌법에 대한 입장을 두루뭉수리로 말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보이오.
그때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5·16이 국가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했지 않소. "찬반의 논란이 있으므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피해를 보고, 고통 받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항상 죄송스런 마음이 있고,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함으로 표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도 했었소.
박 대통령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그 측근에 의해 벌어진 시해사건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것임에 분명하오. 그래서인지 특이하게도 박영선과의 인터뷰에서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하오. 이 장면에서 10·26사태의 현장이 오버랩 되는 것은 자연스런 것이지 않겠소.
그때 박근혜 이사장은 하루일과를 묻는 내 질문에 'TV 프로그램 중에 <동물의 왕국>과 중국어 등 EBS 언어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고 했다. '왜 <동물의 왕국>을 즐겨 보세요?'라고 재차 질문하자 '동물은 배신을 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답변했다.(본문 93쪽)
박근헤의 트라우마, '수첩공주'를 만들다?
저자는 이를 두고 "박정희 사후 당시 운둔생활을 하며 박근혜 이사장이 삼켰을 분노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며, "잔잔한 미소 뒤에 숨어있는 설욕을 위한 비장함을 느끼게 했다"고 술회하고 있소.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얽히는 박근혜의 트라우마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중용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났소.
여보!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중 대표격이 되는 이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일 것이오. 고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때 담당 검사로서의 눈부신 활약에서부터 유신헌법 제정의 일등공신이었소. 중앙정보부에 파견되었던 경력이나 박정희 정권의 유신 말기 청와대 근무경력은 덤이고요. 결국 아버지의 사람을 쓴 것이라고 할 수 있소.
박 대통령은 여론에 밀려 결국 끌어안고 있던 자신의 사람, 아니 아버지의 사람 김기춘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소. 박 대통령의 계속되는 인사 실패는 자신의 수첩을 고수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소. '아버지와 배신, 그리고 죽음'이라는 생각은 굳이 트라우마라고 말하지 않아도, 박 대통령을 좁은 시야로 몰지 않았나 생각하오.
흔히 박 대통령은 '자신의 사람이 아니면 쓰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요. 그러다 보니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소. '나홀로 수첩인사'라느니 '낙마 축구팀을 만들고도 남을 것'이라는 소리를 들은 이유가 여기 있소.
박 대통령은 취임하고 1년 남짓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로부터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에 이르기까지 11명이나 추천했지만 낙마하였소. 그 이후에도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그의 사람들의 불명예 사퇴는 이어졌고요. 후보자 사퇴나 임기 초반 사퇴 등으로 역대 정권에 비해 두 배나 되는 낙마사태를 빚었소.
여보! 다시 한 번 박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 생각나오. <동물의 왕국>을 자주 보는 이유가 "동물은 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대통령 자신이 배반당하지 않으려는 트라우마 때문에 국민이 배신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쓰레함이 남는구려.
이 책에는 박근혜 대통령 말고도 노무현, 문재인, 안철수 등 국내 지도자 8명과 넬슨 만델라를 포함하여 외국의 지도자 5명의 대통령 꿈과 그 현실을 말해주고 있소. 박영선 의원이 기자 시절 만났거나 정치인으로 만난 이들에 대한 기록인데, 참된 지도력을 배울 수 있는 지침서로 일독하면 좋은 듯하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내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김학현(연서교회목사)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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