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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출처 : 김학현 목사 

‘창조경제’ 말하면서 복지부동 법 체제는 여전

[책 뒤안길] <문화와 법의 해석> 통해 본, 다윗의 혁신 막는 골리앗 법 


김학현(연서교회목사) 2015.09.1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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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문화와 법의 해석> 표지

<문화와 법의 해석>(김승열 지음 / 한송온라인리걸센터 펴냄 / 2015. 6 / 348쪽 / 1만5000 원)


여보! 한 10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지요. 폐지를 주워 연명하던 이웃집 할머니가 볼멘소리로 하소연하던 사연. 할머니가 자신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분명한데 정부에서 안 준다는 거였소. 동에 가서 알아봤더니 자기에게 부양할 의무가 있는 아들이 있다는 거예요.


‘허허!’ 혀를 차던 할머니 모습이 지금도 선하오. 자신이 낳은 자식은 없고 죽은 남편이 오래 전에 양아들을 하나를 들였다 하오. 물론 어디서 사는지 무얼 하는지조차 모르는, 호적에만 올라 있는 양아들. 법에 따르면 배우자나 부모, 직계 1촌의 혈족인 자녀, 사위, 며느리 등이 일정액의 재산이나 소득이 있으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거요.


등은 남산허리만큼 구부러졌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낫 모양의 ㄱ자이고, 폐지를 담은 유모차를 뒤뚱거리며 밀며, 허리를 잡고 ‘어쿠, 아이쿠!’를 연발하시던 할머니, 당시 할머니에게 법이란 무엇이었을까요? 골리앗 앞에 선 다윗만큼이나 넘기 어려운 풀리지 않는 숙제였겠지요.


여보, 할머니 사정이 하도 딱해 할머니와 동사무소에 동행했던 적이 있소. 역시 동사무소 직원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조건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소. 그때 자닝한 할머니에게 법은 움직이지 않는 바위라서 아예 계란 몇 번 던져보다 포기하고 마는 그런 거였소.


창조적 아이디어, 법으로 인프라 구축해 줘야


법을 싸잡아 능멸할 생각은 없소. 허나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회자하는 것은 법이 그리 공평하지 않다는 증거 아니겠소. 누구는 그 법 때문에 벼락부자가 되기도 하고, 누구는 그 법 때문에 현란한 가난에 몸부림쳐야 되기도 하오. 누구는 그 법 때문에 교도소에서 하루에도 변호사를 여섯 번씩 만나 정담(?)을 즐기고, 또 다른 이는 장발장처럼 가중처벌을 받기도 하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라는 기치를 들고 나왔소. 참신한 아이디어가 존중받는 경제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도 그 말 속에 포함되었다고 믿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소. 할머니에게 태산 같은 법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소유한 1인 창업자에게도 역시 넘기 어려운 골리앗이오. 한마디로 정책적인 법적 장치가 거의 없다는 말이오.


그동안 법을 국민생활의 더없는 친구로 만들려고 노력한 김승열 대한변협 부위원장은 여기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소. 법무법인 양헌온라인리걸센터 대표변호사로 카이스트의 지식재산대학원의 겸직교수 및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경험을 통해 진정한 창조경제가 되기 위한 제반 인프라를 정부가 서둘러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소.


김 변호사는 그간 언론에 쓴 칼럼들을 모은 <문화와 법의 해석>(한송온라인리걸센터 펴냄)에서 신탁제도를 통해 “아날로그의 골리앗(법)과 디지털의 다윗(창조적 아이디어)이 상호 조화롭게 공생하는 사회 인프라의 조속한 구축으로 창조경제”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소.


여보! 1인 창조기업은 창업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소. 정부가 ‘창조경제’를 말하는 것으로 되는 게 아니라, 창조적 아이디어를 소유한 인재를 발굴하여 창업과 성장을 보장하는 법적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 주는 게 시급하다는 뜻이오.


“1인 창조기업의 경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초기 창업기에는 충분한 정보와 협업의 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장기에는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즉 시제품 제작단계의 정책금융지원영역과 초기사업화 내지 양산화 단계에서의 민간금융영역 사이의 공백 기간의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관건이 된다. 그리고 성숙기에는 매출의 일시적인 정체현상 즉 캐즘(Chasm)을 성공적으로 극복하여야 한다.”(본문 23쪽)


저자가 말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나 캐즘(Chasm)의 극복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대기업 기조의 정책들 가운데서 창조적 기업이 살아날 확률이 거의 없소. 몰론 정부도 ‘눈엣 가시 뽑기’ 등의 정책을 나름대로 펴고 있소. 하지만 그게 중소기업이나 1인 창조적 기업에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니면 대기업에 도움이 되는 건지 물어야 할 것이오.


소외계층·소외분야 위한 법 정비 시급해


저자는 1인 창업자의 창조적 아이디어도 사업 성공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소. 이어 창조적 아이디어가 보호받고 사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지식재산긍융의 활성화 방안으로,

▲ 클라우드펀딩의 입법화

▲ 지식재산거래시장의 활성화

▲ 신탁의 활성화

▲ M&A 등의 활성화

▲ 지식재산관련 법제도의 정비

▲ 컨트롤타워 기능의 강화 등을 들고 있소.


여보! 저자는 방송포맷 등의 저작권 보호 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소. 일반적으로 대본이 있는 방송 포맷은 대본이 저작물로 인정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지식재산권을 인정받는 게 모호하다고 하오.


최근 <꽃보다 할배>의 포맷이 미국 NBC에 판매되고, <도전 골든 벨>이 중국 CCTV에,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 K>, <히든 싱어> 등이 잇따라 수출되고 있소. 한류의 붐을 타고 방송포맷이 각지로 판매되고 있는 와중에 최근 중국에서 우리나라 방송포맷을 표절하는 사태가 일어났소.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송포맷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은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소.


“우리나라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포맷이 저작물에 해당되는지 여부 등에 관한 법원의 명확한 판결은 아직 없다. (중략) 아직까지 방송 프로그램 포맷이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거나, 인정되더라도 유사성 판단을 엄격하게 해석해 포맷의 보호에 다소 미흡하다. 따라서 포맷 표절 분쟁 시에는 단순히 저작권법 적용뿐 아니라, 관련법인 부정경쟁방지법, 비밀유지 계약법리 내지 상표법 등 다양한 관련 법률에 의한 보호가 가능한지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본문 66쪽)


여보, ‘나는 다윗에 기는 골리앗’이라고나 할까요. 방송포맷은 디지털로 날아가는 다윗인데, 법은 아직도 아날로그 골리앗으로 기면서 큰소리만 치는 격이오. 창조적 1인 기업이나 방송 포맷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정부정책이나 법률정비는 아날로그 풀밭에서 기지개조차 펴지 못한 형국이오.


저자는 사법 분쟁절차에 대해서도 법원 주도하의 관료적인 제도를 넘어 온라인 중재를 비롯하여 보다 민주적이고 사법소비자 친화적인 사법 절차를 주문하고 있소. 그 일환으로 주장하는 온라인 분쟁해결 절차는 타당성이 있어 보이오.

또한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말하고 있소. 최저생계비를 못 받는 이웃 할머니 예의 경우도 법정비가 필요하다 하겠소. 최저임금제에 대해선 불평등의 심화를 들며 중소기업의 범정부차원의 지원을 통해 상향조정을 주문하고 있소. 특히 우버 택시에 대한 법정비나 캐디에 대한 직업정체성 확보와 근로기준법 적용은 눈길 가는 대목이오. 고객지위남용과 성추행 등이 잇따라 발생하는 현실을 개탄, 보호입법체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소.


이 책에서는 회사법, 지식재산권, 조정·중재, 예술문화 및 스포츠, 법률 문화, 방송 통신법, 금융 및 기업 관련법 등 현안에 대한 법률가의 시선이 꽤나 분석적이오. 대안도 튼실하고. 정부는 혁신과 창조를 강조하지만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음을 지적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꽤나 카랑카랑 하오. 이젠 아날로그 골리앗(법)이 빨리 잠에서 깨어 디지털 다윗(창조적 아이디어)을 힘껏 밀어주었으면 좋겠소.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제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김학현(연서교회목사)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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