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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출처 : 김학현 목사 

은행의 원리, 알고 보면 ‘사기 치기’다?

[책 뒤안길]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이 말하는 돈의 철학 
김학현(연서교회목사) 2015.09.20 20:02


1914_1655_4130.jpg책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표지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권재원 지음 / 창비 펴냄 / 2015. 9 / 145쪽 / 1만1000 원)


여보! 솔직히 우리는 돈에 대해 모르오. 날마다 그것 때문에 안달이 나고, 그것 때문에 인간 이하로 전락하기도 하고, 비굴과 아첨 사이를 오고가면서도, 정작 우리는 돈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오. 돈의 기원도 모르고, 돈의 속성도 모르고, 돈의 가치나 원리도 잘 모르오. 더더군다나 돈 버는 방법은 깜깜한 한밤중이고.


하긴 우리 같은 평범한 서민이나 모르는 거지, 돈 좀 번다는 사람들이야 다 알겠죠. ‘나는 돈을 안다!’ 외칠 분도 독자 중에 있으시겠지요. 그러나 그런 사람들보다는 돈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 않겠소. 아무튼. 하여간! 혹, 우리 부부만 모른다고 치더라도 좋소.


돈의 기원과 원리, 돈의 가치와 신용사회의 뿌리, 돈의 이율배반적인 모순과 그에 상충하는 좋은 점 등등 돈의 본질에 대하여 쉽게 접근한 책이 있소. 말 그대로 ‘돈의 철학’ 맞소. 물론 우리 같은 어른들을 위한 책은 아니오, 어린이를 위한 책이오. 창비의 ‘좋은 어린이 책’ 공모 수상작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쉬울지 알 수 있잖소.


은행의 원리, “모든 은행은 사기를 치고 있어”

 

여보! 권재원의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창비 펴냄)이 그것인데, 무슨 영화 제목 같지 않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김지운 감독)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서부극 스타일에 코미디 액션을 옷 입혀 관객을 웃겼소.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각각의 캐릭터를 맡았지만, 실은 영화의 내용으로 보면 ‘좋은 놈’은 없고 모두가 ‘돈 놈들’이었소.


혹 저자가 비슷한 제목의 영화에서처럼 ‘돈(미친) 돈’만 이야기하면 어쩌나 의구심이 ‘째끔’ 있었소. 하지만 내용이 전혀 딴판이었소. 어른이라도 체면 던지고 한번쯤 읽어 보면 너무 유익하리라 생각되오. 모르는데 체면이 어디 있소. 먼저 은행의 원리를 ‘사기 치기’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숨이 멎소. 그게 사실이라서 더 그렇소.


“신용은 개뿔! 사기 맞아요.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을 속인 거니까. 그걸 신용이라고 한다면 두통 씨 역시 사기꾼이에요.”

두통 씨는 재원이를 노려보았다.

“내 눈을 똑바로 봐, 금 보관증이 사기라면 모든 은행은 사기를 치고 있는 거야. 바로 이것이 은행의 원리니까 말이야. (중략) 은행은 빌려 준 액수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아. 은행은 사람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을 보관해 두기는 해. 하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맡긴 돈을 찾는다면 은행은 망해 버릴 거야. 돈을 되돌려 줄 능력이 없거든.”(본문 60쪽)


여보! 파산을 영어로 “Bankrupt’라고 하는데 이는 ‘부서진 의자’라는 뜻이란 거 알아요? 사람들이 맡겨 놓은 자기 돈 내놓으라고 은행으로 달려가 의자를 집어던져서 그런 거라나. 한동안 우리는 신용금고 등의 파산사태를 언론을 통해 접한 적이 있소. 그게 다 이런 종류인 거요.


중세 유럽에서 금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가 있었소. 그러나 금을 가지고 다니는 게 번거롭게 되자 금세공업자가 금을 맡고 보관증을 써줬소. 그런데 세공업자가 잔머리를 굴리게 되었소. 사람들이 맡긴 금의 중량보다 더 많은 보관증을 써 준 것이오. 보관증을 써주고 이자를 받아 돈을 벌었다오.


사람들이 자신의 금이 보관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이 사업을 가능하게 한 거요. 이게 바로 은행의 원리가 된 것이오. 그러니까 ‘사기(거짓)’를 바탕으로 한 ‘믿음’이 신용사회의 근거가 된 거요. 그러고 보면 참 이상한 게 돈이라는 거란 생각이 드오. 저자가 ‘이상한 돈’이라고 한 게 이해가 되오.


돈의 가치, “변덕스런 사람의 마음을 근거로 해”


여보! 돈은 ‘가치를 재는 도구’라는 데 동의할 거요. 물물교환 시기에 바꾸려는 물건들의 가치가 서로 다르다 보니 평화가 깨졌소. 그래서 그 가치를 재는 도구로 돈을 사용하면서 평화가 유지되었소. 돈의 종류야 곡식, 깃털, 소금, 옷감, 금, 은, 조개껍데기, 돌, 동전, 지폐 등으로 변했지만 말이오. 돈 때문에 가치 기준이 바로 선 거요.


그런데 문제는 가치 기준은 시대에 따라 자꾸 달라진다는 거요. 물이 공짜였던 시대가 있었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누가 물을 돈을 주고 사먹느냐고 했었소. 지금은 모두 돈을 주고 물을 사먹고 있소. 물의 가치가 달라진 거요.


사람의 가치도 달라지오. 예전엔 ‘딴따라’라고 천대받던 이들이 그 귀하신 연예인들 아니오. ‘농자천하지대본’의 시대는 가고 ‘사’자 붙은 분들이 위세를 떠는 시대가 되었소. 앞으론 또 어떤 사람이 대접을 받을지 모르고. 돈은 사람의 마음의 ‘믿음’을 근거로 하고 있소. 그런데 사람의 가치(마음의 가치)가 자꾸 바뀌니 돈의 가치는 유동적이라 할 수 있소.

“가치가 길이나 무게와 달리 변덕스럽게 변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야. (중략) 가치란 것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것이야. 생각과 느낌이 끊임없이 변하는데 가치가 어떻게 안 뱐할 수 있겠나?”(본문 39쪽)


여보! 돈의 가치도 변하고, 사람들의 마음도 변하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게 돈이나 신용사회의 전제요. 그건 돈이나 신용을 보는 사람들의 ‘믿음’이요. 저자가 “돈이 돈인 이유는 돈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돈이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네. 사람들이 믿지 않으면 돈이란 아무것도 아니야”(47쪽)라고 한 말이 맞소.

사람들의 ‘믿음’ 저버리지 않는 신용사회가 필요


책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왕자와 거지>를 예로 들며 거지를 왕자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믿음처럼, 쇳조각이나 종잇조각을 돈이라고 믿는 믿음이 돈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하오. 심지어는 폴리네시아의 섬 얍에서는 물에 빠진 바위도 화폐로 인정했다고 하오. 주인 말만 신뢰하고 돈의 가치를 인정한 거요.


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화폐가 전 세계적으로 지배력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사람들의 ‘믿음’ 때문이오. 칭기즈 칸의 손자 쿠빌라이는 원나라가 발행한 지폐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주기로 했소. 믿음을 저버리지 않음으로 종잇조각에 불과한 지폐를 통용할 수 있었소.


여보! 돈은 사람들의 믿음을 담보로 하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돈 없이 살 수 없는 시대요. 그렇다면 믿음이 견고해야 하오. 그런데 가끔 돈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들이 나서 큰 곤욕을 치르기도 하오. ‘믿음은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어서 ‘안전하지 않은 돈’을 안전한 신용사회의 주인공이 되게 하오.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오.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 또한 안전한 사회를 만들면 가능하오. 그러나 돈이 모든 가치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경제활동에 관한 가치만을 보여준다는 것, 돈 이외에 더 가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잊지 않고 책을 읽는다면 돈에 대한 몰이해는 해소될 것 같소.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제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김학현(연서교회목사)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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