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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신교회와 수도원 운동

수도관상피정 배덕만 교수............... 조회 수 476 추천 수 0 2015.11.07 23:27:47
.........
출처 : 월간<기독교사상>2015.10월호 

한국개신교회와 수도원 운동
 

본문


시작하며


‘수도원’은 오랫동안 개신교 역사에서 금기의 대상이었다. 종교개혁의 기수 마르틴 루터가 ‘이신칭의’ 교리를 설파하면서, 수도원을 해체시켰기 때문이다. 루터 자신이 아우구스티누스수도회 수사였으나, 구원을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신자의 믿음에 근거시키면서, 하나님과의 신비적 합일을 위해 수행에 정진하던 수도원은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루터의 생각과 종교개혁의 유산은 한국교회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쳐서, 오랫동안 수도원(운동)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팽배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한국개신교회 안에 ‘수도원’ 간판을 내건 단체와 모임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영성, 영성훈련, 영성형성, 관상, 묵상, 공동체, 거룩한 기도 같은 용어들이 통용되고 있으며, 개신교 수사나 수도원이란 표현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러한 현상은 한국개신교회가 자신의 종교개혁적 유산을 포기하는 배교행위일까? 아니면, 기존의 편견을 극복하며 영적으로 성장했다는 긍정적 증거일까? 이런 현상의 기원과 발전,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개신교 수도원 운동의 현주소에 대한 분석과 성찰을 시도해보자. 
 
기원


1930년대부터 한국교회는 제도화의 길에 들어섰다. 신학교육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한국인 목회자들이 대량으로 배출되고, 총회를 비롯한 다양한 조직들이 정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한국교회는 서양교회들이 경험했던 제도화의 부정적 증상들도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덕주 교수는 그런 증상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그 두드러진 현상은 ‘분쟁과 다툼’이었다. 교파주의와 교권주의, 배타적 교리주의, 진보와 보수간 신학적 갈등, 여기에 지방색이 가미된 파벌주의까지 작용하여 1934-45년 적극신앙단 사건을 필두로 경중노회 사건, 신편찬송가 사건, 여권옹호필화 사건, 이빙돈단권성경주석 사건 등이 일어났다. 제도권 교회 내부의 갈등과 분쟁으로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탐욕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제도권교회의 모순을 반영하였다.1)


이런 현상을 목격하면서, 한국교회의 갱신을 촉구하는 비판적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 포문을 연 사람은 감리교 목사 이용도(1901-1933)였다. 1930년대 초반, 한국교회에 성령의 불길을 전달한 이용도 목사는 한국교회가 본질을 상실하고 형식화되는 현상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아, 조선 교회의 영들을 살펴 주소서. 머리속에 교리와 신조만이 고목같이 앙상하게 뼈만 남았고 저희들이 심령은 생명을 잃어 화석이 되었으니 저희 교리가 어찌 저희를 구원하며 저희의 몸이 교회에 출입한다고 하여 그 영이 어찌 무슨 힘과 기쁨을 얻을 수 있사오리까?


이런 비판의식이 한국교회의 대안적 영성 추구로 이어져서, 한국적 수도원 운동의 맹아가 되었다. 이용도 목사를 중심으로 1933년 1월 설립된 ‘예수교회’의 목회자 양성을 위해, 같은 해 9월에 원산신학산이 문을 열었다. 원산신학산은 성경, 신학, 노동에 중점을 둔 수도원적 신학교였다. 이 학교는 예수교회 원산예배당에서 시작되어, 일 년 정도 운영되다 1934년 가을에 문을 닫았다. 그 결과, 그 영향력이 한국교회에 제도적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전라도에서 토착적 수도원 운동의 또 다른 흐름이 출현했다. 그 기원은 이세종(1880-1942)이었다. 그는 교회에서 교리나 신학을 배우기 전, 스스로 성경을 읽으며 예수와 바울의 금욕적 삶에 매료되었고, 프란체스코처럼,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수도생활에 전념했다. 누더기를 입고 쑥에 밀가루를 섞은 범벅을 먹으면서, 다른 책은 읽지 않고 오직 성경만 읽었다. 아내와 성적 관계를 끊고 남매처럼 살다가, 부인이 두 번이나 다른 남자에게 가 버렸다. 하지만 훗날에 부인은 이세종과 마지막을 같이 했고, 그의 무덤을 3년이나 지켰다.


이런 이세종의 영성은 강순명 목사, 이현필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현필(1913-1964)은 이세종 때문에 수도적 영성을 추구하게 되었는데, 남원에서도 몇 십리 들어가 있는 산중(서리내골)에서 수도생활을 실천하며, 10여명의 소년소녀들을 제자로 삼아 성경을 가르치고 훈련시켰다. 이렇게 하여 수도공동체 동광원이 탄생했다.(1947) 그가 세운 동광원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순결, 청빈, 순명, 사랑, 봉사, 노동을 서원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기도, 성경공부, 구제 사업에 힘썼다. 동광원은 처음엔 남원에서 시작했다가, 광주 방림동 밤나무골로 이주하여 고아, 걸인, 환자 등 오갈 곳 없는 이들을 하나님 사랑으로 돌보며 수도생활과 은혜의 복음을 전하였다. 이들은 고아원 동광원도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 고아원은 현재 광주의 대표적 사회복지시설인 귀일원이 되었다. 


분화


한국적 기도원의 탄생 1940년에 흔히 “현존하는 한국개신교 수도원 중에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수도원”으로 알려진 ‘대한수도원’이 한탄강 계곡에 설립되었다. 장흥교회에서 목회하던 박경룡 목사가 기도처를 찾아다니다, 한탄강 계곡에서 기도처를 발견하고 ‘조선수도원’을 세운 것이다. 해방 후에, 금강산 산기도로 은혜 받은 유재헌 목사가 원장으로 취임했으나, 한국전쟁 중에 납북되고 말았다. 전쟁 후, 전진 전도사가 새로운 원장으로 부임하여, 이름을 ‘대한수도원’으로 개칭하고 “기도와 노동 중심의 수도원 공동체”로 발전시켰다. 대한수도원의 독특한 특징은 “성령춤”이다. 매월 2회 실시하는 집회 시 밤 11시 30분이 되면 ‘구국철야 기도회’가 열리고, 2부 순서에 설교가 끝나면 ‘성령춤’이 시작된다.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차려입은 제단지기 여성들이 전도자의 뒤를 따라 실내를 빙빙 돌고, 집회에 참석한 일반 교인들은 넓게 흩어져서 ‘성령춤’을 추는 의식에 맞춰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마지막에 ‘주여!’라고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두 손을 높이 들고 흔들면서 끝이 난다.


대한수도원의 뒤를 이어, 1947년에 나운몽(1914-2009) 장로가 용문산기도원을 세웠다. 본래, 그는 1940년에 애향숙이란 사설학원을 용문산에 세우고 신앙운동과 민중운동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일제의 간섭으로 폐쇄했다가 1947년에 재 입산하여 기도원을 세운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입신과 방언 같은 성령체험을 강하게 했고, 전도서 4:12에 나오는 ‘삼겹줄’을 토대로, 1) 기도전도 2) 부흥전도 3) 문서전도 등 전도운동에 주력했다.2)


유럽식 수도원의 도입 중세유럽 수도원의 영향을 받은 수도원들이 한국에도 설립되었다. 성공회 소속 대천덕 신부와 성미가엘신학교 학생들이 그 길을 개척했다. 그들이 1965년도에 강원도 태백의 산골짜기에 ‘예수원’을 설립하고, 베네딕트수도원을 토대로 공동체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예수원은 교파와 종교의 유무, 독신과 기혼을 개의치 않고, 모든 이들이 예수를 따르며 공동체 안에서 기도와 노동의 삶을 추구하도록 개방된 수도공동체다. 예수원의 가족이 되기 위해선, 3개월의 지원기간과 2년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들은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하여, 6시에 아침기도(조도), 정오에 점심기도(대도)를 드리고, 모든 식사를 함께 하며, 각자에게 주어진 노동을 수행한다. 저녁식사 후엔 1주일 단위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밤 9시 이후로는 침묵시간이다. 특히 예수원은 대천덕(1918-2002) 신부의 영향 하에, “신학의 실험실로서 성령론, 코이노니아, 성경적 토지정의, 창조론, 성경연대기, 화해 등을 연구하고, 공동체 삶을 통하여 이러한 원리들을 실행하려고 노력해왔다.”3)


1979년에는 엄두섭 목사(1917- )가 경기도 포천에 은성수도원을 설립했다. 엄 목사는 전남 남평에서 목회할 때, 이현필 목사의 동광원에 대한 소식을 듣고 수도원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8년 동안 목회하면서 세속교회의 타락과 한계를 극명하게 목격하고, 마침내 용기를 내어 이현필의 제자 정인세 선생을 통해 동광원의 정신을 배운 후, 포천 운악산 계곡에 수도원을 세웠다. 엄 목사와 수도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은 저녁 7시에 취침하고 12시에 기상하여 냉수마찰을 했다. 이어서 산위의 십자가 탑 앞에서 찬송과 기도, 명상의 시간을 가진 후, 새벽예배시간까지 독서와 집필, 새벽예배 후에는 30분간 체조,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노동을 했다.4)


변형


기도원=수도원 종전에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기도원’ 대신 ‘수도원’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들이 빈번해졌다. 대표적인 예가 1987년에 경기도 광주에 설립된 광림수도원이다. 광림교회가 세운 이 수도원은 자신의 설립목적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기도는 한국교회의 부흥에 큰 힘이 되어 주었으며 이러한 기도운동을 이끈 것은 기도원이었다. 이에 광림교회는 아시아와 세계의 기도센터를 형성하기 위하여, 그리고 개인체험을 위주로 하던 한국의 기도원 운동이 공동제의 영적체험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목적으로 광림수도원을 건축한 것이다.5)


즉, 광림수도원은 기도원 전통에 서 있으나, 개인체험만 강조하던 기존의 기도원 운동을 극복하여, “공동체의 영적 체험”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에는 상주하는 수사나 수녀가 없고, 수도공동체도 없으며, 영성훈련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명칭은 수도원이지만, 기존의 기도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교회=수도원 교회와 수도원이 공존하는 경우다. 이 경우, 목회자가 관상기도 같은 영성훈련을 중심으로 목회한다. 대표적인 예가 2002년에 서울에서 시작한 ‘고려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수도원교회’와 공존하면서, 교회와 수도원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즉, 정규예배(주일과 수요일) 외에, 인터넷을 통해 관상기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수련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더 깊은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정기수도회, 부정기수도회, 관상기도 아카데미 등을 통해, 교육과 훈련을 제공한다. 이 수도원은 관상기도 중심의 영성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면에서 기존의 기도원과 다르지만, 공동체 생활이나 상주하는 수사들이 없다는 점에서 전통적 수도원과도 구별된다.   


수양관+수도원 기본적으로, 전통적 기도원의 틀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영성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수도원적 요소를 가미한 형태다. 대표적인 예가 동두천두레교회에서 설립한 ‘두레수도원’이다. 이 경우도, 교회와 수도원이 공존하지만, 동시에 수도원의 기능은 수양관과 수도원이 부분적으로 결합한 형태다. 수도원이 예배당, 숙소, 식당 등을 갖추고 있어서, 수양관 시설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금식수련회, 몽골광야체험 등의 자체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서, 개인기도나 집회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기도원과 다르다. 하지만 전문 수사·수녀들이 없고, 상주하는 공동체가 없으며,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전통적 수도원의 영성프로그램과 다르다는 면에서, 새로운 개념의 수도원이다.


인터넷=수도원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인터넷수도원이 출현했다. 이것은 인터넷을 통해 영성수련을 위한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성도들의 영적 형성과 발전을 추구한다. 즉, “영성수련의 실천적인 현장으로서 사회의 전반적인 곳, 가정과 직장에서도 인터넷을 통하여 영성수련을 받게 한다.” 이 수도원은 인터넷 상에만 존재하며, 사람들이 특정한 장소에 모여 함께 영성훈련을 하거나,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통적 의미의 수사와 수녀, 공동체, 혹은 공동체를 위한 규율 등도 없고, 단지 영성수련을 위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할 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터넷수도원’이다.6)


성찰


다양한 영성이 공존하고 있다. 한국개신교의 수도원 운동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이용도→이세종→박경룡→나운몽으로 이어진 토착적 수도원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대천덕→엄두섭→안병무 등으로 이어진 외래적 수도원 운동이다. 토착적 수도원운동은 교회의 영적 위기에 대한 개인적·교회적 반성, 혹은 영성수련을 목적으로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럽적 수도원 운동의 영향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수련의 방식이나 내용이 대단히 토착적이다. 반면, 예수원, 은성, 디아코니아자매회는 한국적 토양에서 독특한 형태의 수도원공동체를 형성했으나, 그것의 정신과 모형은 유럽의 수도원 전통에서 차용한 것이다. 예수원이 베네딕트 규칙을 수용하고, 엄두섭 목사가 프란체스코를 이상적 모델로 추구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한국개신교의 수도원 운동은 이 두 가지 흐름이 공존하면서 형성된 독특한 전통을 갖게 되었다.


한국교회의 대안적 영성운동이다. 한국교회는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선교활동을 통해 그 토대와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특히, 절대다수를 차지한 장로교회를 통해, 성경중심의 개혁주의신앙과 목회자 중심의 강력한 교권주의가 한국교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일제식민지, 분단과 전쟁, 군부독재와 경제발전 등을 통과하면서, 한국교회는 경이로운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치명적인 질적 결함도 함께 노출하고 말았다. 동시에, 무분별한 성령운동들이 우후죽순처럼 출현하여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의 수도원들이 출현하여, 교회의 변질과 영성의 왜곡에 저항하며, 신자들에게 영적 대안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도시 속의 교회와 자연 속의 수도원은 오랫동안 긴장과 대립 속에 있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수도원 운동은 교회가 간과했거나 부족했던 부분을 대신 채워줌으로써, 교회의 지속적 성장과 성숙에 부분적으로 기여했다고 평할 수 있다.
 
온전한 형태의 수도원이 부족하다. 수도원 운동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이런 관심의 반영으로서 다양한 형태와 이름의 수도원들이 출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세 유럽에서 출현했던 전통적 의미의 수도원은 아직까지 한국개신교회 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출가한 수사들이 공동생활을 통해 완전에 이르기 위해 엄격한 영성훈련을 받는 전문적 수도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다. 또 중세수도원이 타락한 교회의 개혁과 부흥의 주체로서 탁월하게 기능했던 것 같은 결정적 역할을 아직까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도원들이 성도들을 위한 휴식 혹은 입문수준의 영성훈련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역사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적 수도원과 비교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체계적인 연구와 전문가가 부족하다. 현재 한국개신교의 수도원 운동은 자생적 수도원 운동을 토대로 한 토착적 영성운동과 유럽형 수도원 운동에 근거한 영성운동으로 양분되어 있다. 하지만 이 흐름들이 완전히 분리되거나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대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개신교의 독특한 영성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아직까지 학계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영성에 대한 관심이 최근에 급증하고 있지만, 이 흐름들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연구자들의 수가 적고, 만족할만한 연구물도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운동과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연구자와 연구의 부족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성의 체계적 혹은 건강한 발전을 위해, 신학의 도움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치며


지난 20세기 동안, 한국교회는 경이로운 양적 성장과 영적 체험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런 성장과 체험은 동시에 심각한 신학적·신앙적 왜곡과 병리현상을 초래했다. 이에 대한 영적 면역체계의 활동으로 수도원운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동안 한국개신교회는 수도원 운동에서 적지 않은 긍정적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운동이 기존의 기도원 운동의 부정적인 전철을 답습하거나, 유럽의 수도원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의 갱신과 회복을 위한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수도원 운동이 자생적으로 한국교회의 제도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산물로 출현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동시에, 그것이 소수의 수사들만을 위한 배타적·폐쇄적 공간이 아니라, 기도원이라는, 일반 신자들의 영적 각성을 위한 성스러운 공간으로 발전했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그런 영성이 개인적 신비체험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문화적 변혁으로 이어지지 못한 명백한 한계도 잊어선 안 된다. 


부디, 다양한 목적과 형태의 개신교 수도원들이 이런 과거의 소중한 유산과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분별함으로써, 개인의 영적 체험, 거룩한 성품의 배양, 견고한 영적 공동체,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함께 추구하는 포괄적 성령운동으로 성장·성숙하길 바란다.


배덕만 | 교수는 드류대학교(Drew University)에서 미국교회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신대학원대학교 교회사 교수이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연구위원이며, 주사랑교회 담임목사, 성서대전 대표로 일하고 있다. 『교회사의 숲』 등을 썼으며, 『미국종교사』 등을 번역했다. 


댓글 '1'

들563

2016.01.15 08:03:39

제가 고려수도원 출신 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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