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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309-11.5】성당 앞 담벼락에서
성당 앞 담벼락에 담쟁이 넝쿨이 빨갛게 물들어 간다. 쪼그리고 앉아서 사진을 찍었더니 지나가던 할머니가 “참 잘 익었네.” 한마디 하고 가신다. 나뭇잎을 ‘익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고 보니 빨간 잎사귀가 마치 잘 익은 빨간 감처럼 보인다.
담쟁이는 혼자 힘으로 살아 갈 수 없다. 담이나, 나무를 야금야금 타고 다니면서 산다. 담쟁이도 추운 겨울을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에 아쉽지만 잎사귀를 다 떨어내고 낮게 엎드려서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내야 한다.
그렇게 온 몸을 빨갛게 불태우며 겨울을 준비하는 담쟁이 잎사귀를 보면서 아이고, 나도 빨리 월동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짧게는 올 겨울 준비요, 길게는 저물어가는 인생의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이왕이면 ‘잘 익은’ 준비를 하고 싶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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