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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김학현(연서교회목사) 

매혹적인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래요?
[책 뒤안길] 한국판 천일야화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 
김학현(연서교회목사) 2015.10.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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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속삭이는 이야기 1,2권>(김달 지음 / 애니북스 펴냄 / 2015. 10 / 1권 267쪽, 2권 271쪽 / 각권 1만3000 원)


<셰에라자드(Scheherazade)>,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가 1888년 작곡한 관현악 모음곡인데 <아라비안나이트>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오. 여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이 음악이 떠올랐소. 그것도 만화책을 읽으면서. 발레뤼스가 1909년 파리에서 이 음악을 모티브로 한 안무와 발레를 선보임으로 더욱 유명해졌죠.


 <아라비안나이트>는 1001일 동안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란 것쯤은 학교 때 배웠죠. 아내에게 배반당한 후 여자를 믿지 못하는 사산 왕조의 샤푸리 야르라는 왕이 있었소. 그는 여자들과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에는 모두 죽인다는 원칙을 정해 여자들에게 복수했소.


그런데 재상의 딸인 셰에라자드라가 자청하여 왕의 하룻밤의 왕비가 된 거요. 그는 매일 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줘 왕의 혼을 빼놓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왕은 셰에라자드를 죽일 수 없었소.


그 이야기는 결국 1001일 동안 계속되고요. 결국 왕은 그를 죽이지 못하고 결혼하여 자녀들을 낳고 잘 살았다는 뻔한 해피엔딩. 셰에라자드가 들려 준 이야기가 <천일야화>인 거죠.


작가 김달... 셰에라자드를 능가하는 이야기꾼
 

그런데 여보! 책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바로 그 이야기꾼, 셰에라자드가 생각난 거요. 작가 김달이 들려주는 신비로운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오. 하늘과 땅, 환상과 현실, 지금과 미래... 그 종횡무진이 얼마나 흥미롭던지. 내가 샤푸리 야르 왕이고 죽이도록 예정된 셰에라자드(김달)라도 결국 죽이지 못하고 말 것이 분명하오.


만화가 김달은 이미 <여자 제갈량>이란 작품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인데 이번에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출판함으로 본격적으로 만화계에 입문했다고 할 수 있소. 작가는 <루리웹(인터넷 만화 게시판)>에 습작을 올리며 시작한 만화 작업이 인기를 끌자 2014년 8월부터 웹툰 플랫폼 <허니앤파이>에 만화 연재를 시작했소.


이곳에 올렸던 작품들과 미공개 작품 2편을 묶어 30편의 단편을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 1,2권>에 수록했소. 여보! '천의 얼굴 달이 빚어낸 매혹과 환상의 세계'라는 출판사의 찬사가 그리 밉지 않은 것은 정말 매혹과 환상의 나래로 펼친 이야기 베틀이 여간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오.


쉽게 말하면 하루 종일 일에 지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달이 다가와 속삭인다는 거요. 피곤하지만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의 달콤한 중독성 때문에 그 이야기를 안 듣고는 배길 수 없는 거지요. <아라비안나이트>가 1001일 동안이라면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는 30일이라는 점만 다르오. 뭐, 이 기세라면 1001일이 아니라 10001일이라도 작가는 엮어낼 것 같소.


여보! 밤이면 떠오르는 달, 피곤에 지친 주인공 '나', 둘의 매일의 조우는 신비로움으로의 여행! 때론 현실이다가 때론 미래요. 남자가 주인공이다가 여자가 주인공이오. 사람이 주인공이다가 도깨비가 주인공이오. 마녀가 주인공이다가 외계인이 주인공이오. 그 배경도 동양이다가 서양이오. 지구이다가 우주요. 현재이다가 과거와 미래요.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만화를 그리다


 이런 기발한 발상은 처음이오. 물론 이야기가 모두 마음에 와 닿는 감동이 있는 거라곤 차마 말 못하겠소. 하지만 현실과 비현실 혹은 초현실을 넘나드는 거침없음에 대하여는 박수를 치지 않으면 안 되오.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시공을 초월한 종횡무진 스토리텔링' 뭐 이렇게 뭉뚱그릴 수 있을까요.


여보! 내가 만화를 즐기지 않아서 읽으면서도 어색했소. '이거 뭐하자는 거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예술, 즉 '아트'라는 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푹 빠지고 마는구려. 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가 책 안에서 펄떡거리고 덤벼드니, 책을 놓을 수가 없었소. 결국 두 권을 앉은 자리에서 훑어 내려가고 말았소. 단편들의 제목만 봐도 그 환상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거요.


여주인, 할아버지, 빨간 두건, 시안과 마젠타, 노예시장의 의사, 대장장이의 딸, 얼굴 없는 화가, 벙어리 소년인어의 꿈, 프랭크를 찾아서, 텔른의 숲, 도넛과 도깨비, 이웃집 비스마츠, 캐시와 디디, 달의 궁전 등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 단편 제목 일부


 어떻소? 여보! 모든 제목을 다 나열한 것은 아니오. 하지만 위의 제목들만 봐도 그리스 신화에서 우리의 도깨비 설화를 비롯한 전래동화는 물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어다 자신의 바구니에 담아 화려한 꽃을 피우는 솜씨가 대단하지 않소? 작가가 들려주는 변화무쌍한 이야기에 숨을 아끼며 읽어야 하오. 작가에게 못 끌어다 쓸 재료는 없는 듯하오.


글 쓰는 이유를 조지 오웰처럼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스티븐 킹처럼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서 행복하기 위해서도 아니라면서, 김달 작가는 왜 만화를 그리는지 '에필로그'에서 말해 주고 있소. 좀은 특이해서 적어보겠소.


"제가 만화를 그리는 가장 큰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 2권> 268쪽에서


 돈도 작은 이유 중에 하나지만 삶에의 두려움, 미래에의 불확실성이 만화를 그리게 한다는 것이오. '혼란스런 시기에 발버둥 치듯이 시작한 이야기'가 바로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라고 하오. 아마도 그는 만화 그리기 저주에 걸린 게 분명하오. '이야기 저주'에서 이렇게 말하오.


"동화 속의 저주는 마지막엔 결국 풀리는 법이에요. 다만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어요. 내 저주를 풀기 위한 '조건'은 뭘까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으면 저주는 풀리게 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 저주는 나의 뇌실에, 혈액에, 심장의 한구석에 깊이 배어버려서 영원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달이 속삭이는 이야기 2권> 252~254쪽에서


 여보! 이야기 저주가 풀린다고 할까봐 조마조마 했소. 다행이오. 조만간 또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테니 말이오. 작가의 말처럼 "달이 속삭이는 건 따뜻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잔인하기도 한 작은 이야기들"(1권 10쪽)이오.


하지만 영혼이 있는 인간에게 "중요한 건 슬픔과 증오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1권 235쪽)을 깨닫는 거요. 작가는 작은 이야기 토막들을 통해 바로 그걸 가르쳐 주고 있소. 만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달의 이야기 유혹에 빠져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제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김학현(연서교회목사)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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