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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일기83-3.23】 저러고 있네
낮에는 안 보이던 고양이들이 해 넘어가면 어디서 나타나 베란다 유리창문 밖에 저러고 앉아 있다. 낮에는 아무리 어슬렁 거려도 밥을 주는 사람이 없으니 어디 그늘에 들어가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좋은이가학교에서 돌아오고 아내가 오는 시간이 되면 어느새 나타난다.
아내는 자기를 기다리는 고양이들을 보고 호들갑을 떨며 고양이 사료를 사다 주어야겠다고 한다. “그냥 내비 두셔어. 이제 날씨 풀리면 밥 주는 것도 그만 혀어. 야생 고양이들은 스스로 사냥을 해서 먹고 살아야지 사람 손을 타면 버릇이 나쁘게 들어서 안 뒤여.”
올해부터 우리동네 음식물 전용 쓰레기통이 새로 보급되면서 그 통속에만 넣어서 버리게 되었다. 쓰레기통을 뒤져 먹고 살던 고양이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청천벽력(靑天霹靂)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데, 뭐야, 혹시 그럼 우리 집이 그 구멍?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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