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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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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김학현 목사 http://omn.kr/i3k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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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녀가 판사 앞에서 "나는 멋진 사람" 외친 이유
[책 뒤안길] 정의로운 재판 이야기 <판결>
"자, 나를 따라해 봐.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이영인(가명)이다. 큰 소리로 외쳐 봐."
"나, 나는 이 세상에서 가, 가장 머, 멋진 이영인이다."(본문 15, 16쪽)
'사회봉사든, 보호관찰이든, 어떤 처분이라도 내리라고. 땅, 땅, 땅! 방망이를 두들기라고. 다 뻔한 것 아냐?' 소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청소년 재판이란 거 한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고 이번에도 뻔한 판결을 내릴 거라고. 그러면 복지시설에 가서 청소도 하고 그러면서 지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가장 멋진 사람이다"... 멋진 판결문
그런데 권귀옥 판사는 달랐습니다. 느닷없이 일으켜 세우더니 "가장 멋진 이영인이다"라고 외치라는 겁니다. 어찌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상상을 초월한 권 판사의 명령은 불량소녀 이영인의 가슴을 두들겼습니다.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판사의 말을 따라했습니다.
권 판사는 온유한 음성으로 "영인아, 다시 한 번 해 봐"라고 했습니다. 이어 영인이는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에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따라했습니다. 소녀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권 판사는 부모에게 안아주라는 명령도 내렸습니다.
똑똑한 아이였지만 불량배들에게 씻을 수 없는 폭력을 당한 후 비뚤어진 영인이는 이 재판을 계기로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았습니다. 상처받은 과거를 씻어 준 재판,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재판은 딱딱하고 엄숙하다고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판결>은 영인이 이야기 외에도 알기 쉽게 시민의 편에서 약자의 손을 잡아 준 판결 12가지를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글을 쓴 홍경의는 역사와 법률을 공부한 사람으로 정의로운 판결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좋은 영향력을 미쳤는지 청소년의 눈높이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한밤중에 물난리가 나 재산을 잃은 망원동 주민들의 이야기는 첫 공익소송으로 유명합니다. 1984년 9월, 망원동 180여 가구 주민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홍수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비는 한강이 넘칠 만큼 많이 오지 않았는데 역류 방지용 수문이 무너져 난 사고였습니다.
조영래 변호사가 발 벗고 나서서 공익소송을 제기했고, 1987년 결국 이 사고는 시공자와 관리자 책임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소송을 이긴 사례입니다.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에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던 시대에 대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값진 판결을 이끌어 내 집단 소송의 물꼬를 텄습니다.
"하천이 자연스럽게 범람하여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설계부터 시공,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어요. 망원동 수재민 1200여 명에게 53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서울시에 내린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에 이르러서도 변함없이 확정되었습니다."(본문 51쪽)
망원동 수재민 배상 판결... 게리맨더링 위헌 판결 등
요즘 선거철입니다. 특히 선거구 획정을 못하고 있다가 20대 총선을 불과 50일 남겨둔 지난 달 23일 여야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국민과는 상관없는 게리맨더링(1812년 미국의 주지사 게리가 자기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나누다 보니 결과적으로 마치 도롱뇽 <샐러맨더>처럼 생겼다고 한 데서 유래한 말- 기자 말) 선거구라는 볼멘소리가 들립니다.
1995년 충북 영동·보은 선거구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경북 영주·문경·예천 선거구는 주민들의 반발에 현 국회의원이 나서서 자신이 관여한 선거구 획정이 아니라는 해명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5개 지역을 한 선거구로 획정한 데도 있습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국회가 한 선거구로 묶은 영동과 보은의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두 지역은 서로 접근성도 없고 하나의 생활권도 아니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공정하지도 않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반기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주민들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선거구 획정에 유권자가 뒷짐을 지고 지켜만 봐야 하는 현실은 문제가 있습니다.
책에는 위의 예들 뿐 아니라, 역사적인 인권 판결들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1950년 법으로 제정되었던 호주제의 2005년 폐지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판결 사건입니다. 여성들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씨 노고의 결과입니다. 유림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결국 남성 중심의 호적법은 폐지되었습니다.
1974년 남해의 양식장 김이 폐사하자 자살한 양식업자가 발생했습니다. 양식업자들은 인근 공장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종전의 입증 책임이 원고(어민)에 있다는 원칙을 깨고 피고(기업)가 김갯병의 책임이 없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여 패배한 판결이라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부가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 것입니다.
환경 문제나 의료 사고처럼 어떤 원인을 밝히기 위해 어렵고 복잡한 지식이 필요한 소송에서 '추정의 원칙'은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외에도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판결이 있습니다, 친일파 후손들의 땅 찾기 소송에서 소급 입법을 만들어서까지 '반민족행위처벌법'이나 '친일재산귀속법'을 만든 괄목할 만한 판결도 있습니다.
'유리 천장'을 없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확보, 환경권, 노령 연금과 사회권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산업재해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판결, 바다로 간 돌고래 제돌이 사건을 통한 동물의 권리에 대한 판결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법이 딱딱한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시민 편에 선 법률가가 있는 한 법은 아주 따듯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법률가가 정의로우면 세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특히 조영래 변호사의 활약이 참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청소년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나, 나는 이 세상에서 가, 가장 머, 멋진 이영인이다."(본문 15, 16쪽)
'사회봉사든, 보호관찰이든, 어떤 처분이라도 내리라고. 땅, 땅, 땅! 방망이를 두들기라고. 다 뻔한 것 아냐?' 소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청소년 재판이란 거 한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고 이번에도 뻔한 판결을 내릴 거라고. 그러면 복지시설에 가서 청소도 하고 그러면서 지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가장 멋진 사람이다"... 멋진 판결문
그런데 권귀옥 판사는 달랐습니다. 느닷없이 일으켜 세우더니 "가장 멋진 이영인이다"라고 외치라는 겁니다. 어찌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상상을 초월한 권 판사의 명령은 불량소녀 이영인의 가슴을 두들겼습니다.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판사의 말을 따라했습니다.
권 판사는 온유한 음성으로 "영인아, 다시 한 번 해 봐"라고 했습니다. 이어 영인이는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에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따라했습니다. 소녀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권 판사는 부모에게 안아주라는 명령도 내렸습니다.
똑똑한 아이였지만 불량배들에게 씻을 수 없는 폭력을 당한 후 비뚤어진 영인이는 이 재판을 계기로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았습니다. 상처받은 과거를 씻어 준 재판,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재판은 딱딱하고 엄숙하다고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한밤중에 물난리가 나 재산을 잃은 망원동 주민들의 이야기는 첫 공익소송으로 유명합니다. 1984년 9월, 망원동 180여 가구 주민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홍수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비는 한강이 넘칠 만큼 많이 오지 않았는데 역류 방지용 수문이 무너져 난 사고였습니다.
조영래 변호사가 발 벗고 나서서 공익소송을 제기했고, 1987년 결국 이 사고는 시공자와 관리자 책임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소송을 이긴 사례입니다.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에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던 시대에 대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값진 판결을 이끌어 내 집단 소송의 물꼬를 텄습니다.
"하천이 자연스럽게 범람하여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설계부터 시공,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어요. 망원동 수재민 1200여 명에게 53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서울시에 내린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에 이르러서도 변함없이 확정되었습니다."(본문 51쪽)
망원동 수재민 배상 판결... 게리맨더링 위헌 판결 등
요즘 선거철입니다. 특히 선거구 획정을 못하고 있다가 20대 총선을 불과 50일 남겨둔 지난 달 23일 여야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국민과는 상관없는 게리맨더링(1812년 미국의 주지사 게리가 자기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나누다 보니 결과적으로 마치 도롱뇽 <샐러맨더>처럼 생겼다고 한 데서 유래한 말- 기자 말) 선거구라는 볼멘소리가 들립니다.
1995년 충북 영동·보은 선거구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경북 영주·문경·예천 선거구는 주민들의 반발에 현 국회의원이 나서서 자신이 관여한 선거구 획정이 아니라는 해명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5개 지역을 한 선거구로 획정한 데도 있습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국회가 한 선거구로 묶은 영동과 보은의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두 지역은 서로 접근성도 없고 하나의 생활권도 아니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공정하지도 않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반기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주민들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선거구 획정에 유권자가 뒷짐을 지고 지켜만 봐야 하는 현실은 문제가 있습니다.
책에는 위의 예들 뿐 아니라, 역사적인 인권 판결들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1950년 법으로 제정되었던 호주제의 2005년 폐지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판결 사건입니다. 여성들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씨 노고의 결과입니다. 유림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결국 남성 중심의 호적법은 폐지되었습니다.
1974년 남해의 양식장 김이 폐사하자 자살한 양식업자가 발생했습니다. 양식업자들은 인근 공장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종전의 입증 책임이 원고(어민)에 있다는 원칙을 깨고 피고(기업)가 김갯병의 책임이 없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여 패배한 판결이라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부가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 것입니다.
환경 문제나 의료 사고처럼 어떤 원인을 밝히기 위해 어렵고 복잡한 지식이 필요한 소송에서 '추정의 원칙'은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외에도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판결이 있습니다, 친일파 후손들의 땅 찾기 소송에서 소급 입법을 만들어서까지 '반민족행위처벌법'이나 '친일재산귀속법'을 만든 괄목할 만한 판결도 있습니다.
'유리 천장'을 없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확보, 환경권, 노령 연금과 사회권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산업재해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판결, 바다로 간 돌고래 제돌이 사건을 통한 동물의 권리에 대한 판결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법이 딱딱한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시민 편에 선 법률가가 있는 한 법은 아주 따듯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법률가가 정의로우면 세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특히 조영래 변호사의 활약이 참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청소년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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