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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fzari.com/7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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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최후의 심판(3)
당신이 누구요?
대개 불교에서는 스님의 불심(佛心)이 크다고 해서 큰 스님이라고 부릅니다만 기독교에서는 예배당이 크면 큰 목사가 되더군요.
아무튼지 간에 누가 뭐라고 해도 지상에서는 큰 목사로 유명자자 하던 목사님 한 분이 “때가 되어”(이 말처럼 무서운 말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높은 무대 위에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도 없는 분이 앉아 계시는데 사람들이 줄을 지어 그분 앞에 한 사람씩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흠! 내가 설교 시간에 늘 말하던 그 모양 그대로구나!’
목사님은 속으로 흐뭇했습니다.
‘이제 곧 내 차례가 되겠지!’
목사님은 자기가 이룩한 찬란한 공적들을 하나님께 말씀드릴 순간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한 일이지요. 분명히 앞으로 걸어 나가는 데도 심판대와 자기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만 한참 동안 걸어 가다가 이제 내 차례가 되었으니 하고 쳐다보면 여전히 심판대는 저 만큼 떨어져 있는 것이었어요.
목사님은 갑자기 다리가 아팠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세상에 사는 동안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 건데 너무 자가용 신세만 진 것이 약간 후회가 되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제 자리 걸음인 것이, 마치 세상에 있을 때 가끔 들렸던 헬스 클럽의 자전거 타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헬스 클럽의 자전거는 싫증이 나거나 피곤하면 안장에서 내려올 수가 있었습니다만 여기서는 그럴 수도 없는 것이, 뒤에서 자꾸만 사람들이 목사님의 등을 밀어댔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은 다시 한 번 정신을 가다듬고 발걸음을 착실하게 앞으로 몸을 앞으로 떼어 놓았습니다. 몸이 앞으로 나가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옳지! 됐어.’
목사님은 한 걸음 한 걸음 힘을 주어 앞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심판대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를 않았습니다. 목사님은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분명히 이건 부정한 놈들이 새치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기관차 화통 같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습니다.
“거 앞에 새치기하는 놈들, 회-애-애-개하고 써∼억∼ 물러 가거라!”
사람들이 모두 목사님을 두려운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이 얌통머리 까진 놈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새치기를 하는 거냐? 배워먹지 못한 것들아!”
한참 이렇게 고함을 지르고 있는데 저쪽 심판대로부터 천둥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얘, 아무개 목사야. 왜 그렇게 시끄러우냐? 여기가 네 교회당의 사무실인 줄 아느냐?”
목사님은 자라처럼 목을 움추리고 잠잠해졌습니다.
“네 교회에서는 네가 황제였겠지만 여기서는 내가 왕이다. 시끄러워서 사무를 보지 못하겠으니 딱한 일이로구나. 너에게 큰 목청을 준 것이 내 실책이긴 하다만 목청이 크다고 말이 큰 것은 아니다. 좀 잠자코 있어라.”
목사님은 용기를 내어서 한 말씀 드리기로 작정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나님. 그렇지만 이 신성한 심판대 앞에서 염치도 없이 새치기를 하는 자들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새치기라니? 무슨 얼토당토 않는 소리냐?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아닙니다! 분명히 새치기 꾼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까부터….”
“아까부터 부지런히 걸었는데 같은 자리에 있느냐, 그 말이렷다?”
“그렇습니다!”
“그건 바로 네 탓이다. 그러니 너나 새치기 할 생각 말아라.”
“하나님! 제 탓이라니요? 그런 말씀이야말로 얼토당토 않는 말씀이십니다.”
“네 이 녀석! 아무리 세상에서 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했기로서니 감히 하나님 보고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니? 잔소리하지 말고 기다려라!”
목사님은 하릴없이 제 자리 걸음을 계속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지요. 그 때, 웬 헙수룩한 차림을 한 남자가 목사님을 보고 꾀죄죄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청해 왔습니다.
“어이쿠, 목사님. 마침내 여기서 목사님을 뵙게 되는군요.”
목사님은 심기가 불편한데다가 상대방이 워낙 초라해 보여서 마뜩찮은 얼굴로 그를 마주 보았습니다.
“당신이 누구요?”
“목사님, 저를 모르시는군요.”
“모르니까 묻잖소?”
“목사님 교회에서 교육관 오층 복도 청소를 하던 아무갭니다. 직원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었는데요.”
“오십 명이 넘는 청소부를 내가 어떻게 일일이 기억한단 말이오?”
“아무렴 그렇습죠.”
“그런데 아까 당신 말이, ‘마침내 여기서 뵙게 되는 군요’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오? 주일마다 나를 봤을 텐 데.”
“아무렴, 그렇습죠.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목사님을 뵙고 제 딱한 사정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면담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되었읍지요.”
“당신도 아다시피 내가 얼마나 국내외적으로 바쁜 몸이었소? 청소부까지 만나 줄 시간은 없었소. 양해하시오.”
“아무렴, 그렇습죠. 이젠 다 지나간 얘긴데요 뭐!”
목사님은 심판받는 자리에서 청소부하고 노닥거리는 것에 다시 불끈 화가 났습니다.
“하나님, 저는 심판하시지 않는 겁니까?”
“너는 지금 심판을 받고 있는 중이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직 만나 주시지도 않았으면서.”
“너도 아다시피 내가 얼마나 우주적으로 바쁜 몸이냐?”
이현주/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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