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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집

마가복음 김부겸 목사............... 조회 수 442 추천 수 0 2016.05.16 23:58:04
.........
성경본문 : 막11:15-17 
설교자 : 김부겸 목사 
참고 : 수도원교회http://blog.naver.com/malsoom/133396000 

2011년 7월 24일 주일설교

성경말씀 : 마가복음 11장 15절~17절

설교제목 : 나를 지키는 집

 

<영성 시>


오늘


/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셔서, 성전 뜰 안에서 팔고 사고 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면서 돈을 바꾸어 주는 사람들의 상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시고, 성전을 가로질러 물건을 나르는 것을 금하셨다. 예수께서는 가르치시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기록된 바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너희는 그 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마가 11:15~17)】


  <옛 이야기>

  조선시대의 실학자 정약용 선생 이야기입니다. 선생에게는 약현이라는 맏형이 있었는데, 그가 살고 있는 집 이름을 ‘수오재’(守吳齋), 즉 “나를 지키는 집”이라고 지었답니다. 정약용 선생은 이 집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만물 중에 나와 굳게 맺어져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 중 내 자신보다 더 절실한 것이 없으니, 지키지 않는다한들 어디로 가겠는가. 그 이름이 이상하구나.”


  그런데 정약용이 동해바닷가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중 홀로 지내면서 조용히 앉아 그 이름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어느 날 어렴풋이 떠오르는 게 있었습니다. 그 순간 벌떡 일어나 스스로에게 말하였습니다. “대체로 천하의 만물 중에는 지킬 만한 것이 없으니 오직 내 자신을 지키는 것이 옳을 뿐이다. … 이른 바 ‘내 자신’이라는 것은 달아나기를 잘하는 성품 때문에 드나듦이 일정하지 않다. 비록 가까이 붙어 있어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으나, 잠깐이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지 않은 데가 없다. 이익과 벼슬이 유혹하면 그리로 가고, 위세와 재앙이 위협하면 그리로 간다. 흥겹고 고운 음악을 들으면 그리로 가고, 새까만 눈썹에 흰 이를 가진 아름다운 미인을 보면 그리로 간다. 한번 가면 되돌아 올 줄 몰라 붙잡아도 만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천하에서 내 자신만큼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없으니 끈으로 잡아매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정약용 선생은 그의 둘째형 약전이 동해와 남해 바닷가에서 귀양살이를 하는데 비해, 큰 형 약현은 세파에 휘둘리지 않고, 수오재에서 편안하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 상황을 부러워하면서, “이는 본바탕을 잘 지켜 자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고 말하였습니다. (『여유당전서』)

  인생을 깊이 생각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성경 이야기>

  이제 성경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셔서, 성전 뜰 안에서 팔고 사고 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면서 돈을 바꾸어 주는 사람들의 상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시고, 성전을 가로질러 물건을 나르는 것을 금하셨다. 예수께서는 가르치시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기록된 바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너희는 그 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마가 11:15~17)】


  예수님 당시에 예루살렘 성전은 거대한 시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기도와 예배는 뒷전으로 밀렸고, 거룩한 예루살렘 성전은 ‘몰려든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기 위한 장사꾼들의 시장바닥으로 타락해 버렸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 예수님께서 그 성전의 백성들을 꾸짖으시면서 일갈하신 말씀이 오늘 성경본문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생각하신 바, 성전은 곧 ‘기도하는 집’이었습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나 사이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집입니다. 하느님과 나 사이에 놓여지게 된 방해물들 -왜곡된 가치관, 물질주의적 욕망, 불신앙과 불경건, 명예와 이익 등-을 다 치워버려서, 하느님과 나 사이에 아무런 장벽이 없는 태초의 친밀함을 회복하는 집입니다. “하느님이 내 안에 살아계시고, 내 안에 하느님이 숨쉬고 계신” 에덴의 신성(神性)을 다시금 회복하는 집, 그게 예루살렘 성전의 존재이유였습니다. 그랬으니, 예수님께서 성전을 더럽힌 사람들에게 채찍을 드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성서의 해석>

  예수께서 말씀하신 ‘기도하는 집’은 곧 정약용 선생이 말씀하신 ‘나를 지키는 집’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아니 같습니다. ‘기도하는 집’이란 곧 ‘나를 지키는 집’입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서 나를 지켜야 합니다. 무섭고 끈질기고, 집요한 세상의 파도들은 ‘기도’가 아니면 물리칠 수 없습니다. 세파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려면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집은 곧 ‘나를 지키는 집’입니다.


  세상의 파도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덕목은 악마적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악마가 되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더 독해지라고 요구하고, 더 야비하라고 요구하고, 더 치사하라고 요구하고, 더 굴욕적이 되라고 요구하고, 더 잔혹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의 악마적 요구에 순응하는 자들은 살아남고, 악마적 요구에 저항하면서 하느님의 질서를 지키려 하는 자들은 도태되고 있습니다. 무서운 일이고, 두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기도를 통해서 나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도 역시 저 세상의 많은 사람들처럼 악마적인 세파에 휘둘려서 무력하게 소멸해갈 것입니다.


  <설교를 마치면서>

  이제 설교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말씀의 제목을 ‘나를 지키는 집’이라고 잡아보았습니다. 교우 여러분들의 집, 그리고 우리 교회가 ‘기도를 통해서 나를 지키는 집’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잠깐 기도하겠습니다.


* 축도

 

이제는 진리의 세계로 진입한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와 우리 생명의 근원 되시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사랑과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를 아름다운 곳으로 인도해 주시는 성령님의 은총이 우리 수도교회 교우들 머리 위에 영원토록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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