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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의 구원론

사도행전 허태수 목사............... 조회 수 831 추천 수 0 2016.06.20 23: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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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행27:33-44 
설교자 : 허태수 목사 
참고 : 2016.4.24 주일 http://sungamch.net 춘천성암교회 

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의 구원론  
행27:33-44

사도행전 끝 부분에 보면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는 중에 폭풍을 만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울은 죄수의 신분으로 로마로 호송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지중해 연안을 운행하는 그 배에는 선장, 백부장, 군인들 그리고 죄수들이 모두 합하여 276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 배는 가는 도중에 큰 폭풍을 만나서 항로를 벗어나 바람에 떠밀려가고 있었습니다. 사도행전의 표현에 따르면, 여러 날 동안 해도별도 보이지 않고 거센 바람만이 심하게 불었으므로 그들은 살아남으리라는 희망을 잃었다고 합니다(20절).

이런 위기의 순간에 그들에게 희망을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죄수 바울이었습니다. 22절, 34절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운을 내십시오. 이 배만 잃을 뿐, 여러분 가운데 한 사람도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입니다.”“나는 여러분들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권합니다. 그래야 여러분은 목숨을 유지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여러분 가운데서 아무도 머리카락 하나라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크게 위로를 받고 힘을 내게 되었고, 마침내 그들은 모두가 살게 되었습니다.

주석가들은 사도행전의 이러한 보도가 사실이라기보다는 문학적인 표현이라고 봅니다.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속에서 이런 설교를 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입니다. 또 35절에서는 바울이 빵을 들어서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떼어서 먹었다고 했는데, 이는 성만찬을 의미합니다. 그런 위기의 상황 속에서 성만찬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누가 기자가 바울의 선교를 집약하면서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주의적 역사는 아니라 할지라도 바울의 복음과 선교의 핵심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 핵심은 무엇입니까? 폭풍에 떠밀려가면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이 죽지 않도록 이끈 사람은 선장도 아니고 백부장도 아니고 일개 죄수 바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이었고, 하나님은 그들 통하여 사람들을 살리셨다는 것입니다.

배가 튼튼하다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장비가 좋다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우왕좌왕했다면 그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살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런데 그 희망이 하나님께 닿아 있는 사람, 하나님께 안테나를 세운 사람 바울에게서 나왔습니다.

로빈 윌리엄스 주연, 피터 가소비츠 감독의 <제이콥의 거짓말>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제이콥은 2차대전 중 나찌 점령 하 폴란드 유태인 게토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야간 통행금지 위반으로 독일군 사무실에 붙들려 갔다가 거기서 우연히 소련군이 독일군을 물리치고 진격한다는 라디오 뉴스를 듣게 됩니다. 제이콥은 이 소식을 친구에게 들려주었는데, 그 친구는 제이콥이 라디오를 숨기고 있다고 추측을 하고 게토 안에 그런 소문을 퍼뜨립니다. 게토 안에서 라디오를 갖고 있다 발각되면 즉시 사형에 처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제이콥은 처음에는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보려 했지만, 이미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고 그에게 너무나 많은 기대를 품게 됩니다. 이제 제이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람들에게 거짓말로 전쟁 소식을 전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지만,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희망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자진해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전에는 자살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가 거짓 소식을 전해 준 후부터 자살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희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마을의 이발사는 자살을 하려다가 그의 거짓말을 듣고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고, 전직 권투 선수 미샤는 밝은 내일을 꿈꾸며 애인에게 청혼을 합니다. 수용소로 가는 열차에서 탈출하여, 부모와 헤어져 병들어가고 있던 소녀 리나는 이제 희망찬 웃음을 되찾습니다.

독일군은 제이콥이 라디오를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찾아 마을을 뒤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끌려 들어가자 제이콥은 자수를 합니다. 온갖 고문을 당하고 나서 제이콥은 모든 게 거짓말이었음을 밝힙니다. 독일군은 게토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제이콥에게 사실을 밝히라고 합니다.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단상에 선 제이콥은 말없이 청중들을 둘러봅니다. 의아한 눈빛으로, 그러나 아직 희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제이콥은 말없이 오래오래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독일 총독은 그를 총으로 쏴버립니다. 이렇게 그는 쓰러지게 되고 그의 거짓말은 영원히 묻혀 지게 됩니다.

그들은 곧 수용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그런데 도중에 기적이 일어납니다. 기차에 실려 수용소로 가는 도중에, 진군해 오는 소련군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제이콥이 거짓말로 꾸며낸 것이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소녀 리나는 제이콥이 거짓으로 꾸며서 들려주었던 라디오 방송의 음악을 그 자리에서 다시 듣고 있었습니다. 소련군의 탱크 위에서 재즈밴드와 가수들이 소녀가 라디오에서 들은 그 음악을 흥겹게 공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이콥 한 사람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지 않고 희망 속에서 기다릴 수 있었고 마침내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울의 이야기와 제이콥의 이야기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죄수였다는 것과, 사람들이 절망하고 자살하게 되는 위기에 처했을 때 그들이 모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서 살아남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침몰해가는 배에 타고 있었습니다. 그 배에서 생명을 구한 사람은 선장도 아니었고 백부장도 아니었습니다. 죄수 바울, 어쩌면 그 배를 구해야 할 어떤 책임도 없는 그가 그들의 목숨을 구하였습니다. 유대인 게토에서 그 죄수들을 구한 사람은 그 어떤 책임자도 지도자도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일개 죄수 제이콥이 그들을 살아남게 하였습니다. 바울과 제이콥, 그들은 모두 이름 없는 구원자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아우슈비츠 이전의 신학과 이후의 신학을 나누는 것처럼, 어쩌면 이제 우리는 세월호 이전의 신학과 이후의 신학을 나눠야 할지도 모릅니다.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모든 허세와 위선이 침몰했습니다. 어쩌면 영혼 구원을 목표로 하는 내세적 관념적 신학과 그런 교회도 침몰했습니다.

오늘 본문 맨 끝(44절)에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게 되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폭풍 속에서 떠밀려가던 배가 어느 섬의 해안으로 접근하다가 이물은 모래톱에 박혀서 꼼짝 못하게 되었고 배의 고물은 파도에 부서졌습니다. 백부장은 선원들과 군인들은 물론 탈출할 위험이 있는 죄수들에게까지 퇴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들은 각자 널빤지나 부서진 배 조각을 타고 육지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누가 기자는 그들이 이렇게 해서 모두 “구원을 받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구원받았다’는 뜻의 ‘디아소조’는 말 그대로 죽지 않고 살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기독교에서 중요한 ‘구원하다’라는 뜻의 ‘소조’도 본래는 이런 의미입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생명을 살려낸다는 뜻이었습니다. 나중에 종교적, 영적인 구원의 의미가 추가되었지만, 그것은 생명을 살린다는 의미를 확장한 것뿐입니다.

로마 사회에서 구원자는 로마 황제를 뜻했습니다. 그것은 소테르인데 소조와 같은 어원의 말입니다. 로마 황제가 전쟁에서 이겨서 백성들의 목숨을 구하고 양식을 제공해서 먹여주니 구원자라는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이에 대응해서 로마 황제가 아니라 그에 의해 십자가에 처형당한 죄인 예수가 구원자라고 선포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의 핵심입니다. 오늘 본문의 요지도 그런 것입니다. 선장도 백부장도 아닌 죄수 바울이 이름 없는 리더요 이름 없는 구원자였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물량적으로 커졌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영적 구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영적 구원이 아니라, 실제로 침몰하는 배에서 생명을 구하는 구원이 진정한 의미의 구원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신자로 만들고 영혼을 구원하기보다는 침몰하는 배에서 생명을 구조하기 위하여 널빤지 하나 부서진 나뭇조각 하나라도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여기 빠져 죽어가는 사람에게 퇴선을 명령하는 게 급한데, 구원은 이미 왔느냐 아직 안 왔느냐, 오는 중이냐, 영혼 구원이냐 몸의 구원이냐 이런 논의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울은 하나님께 닿아 있고 주님에게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사람답게, 폭풍 속에서 하늘의 음성을 듣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안심하게 하고 희망을 주어 살아남게 했습니다. 제이콥은 하나님께 닿아있기는커녕 독일군 라디오 방송 하나 들은 것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게토의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그 희망을 끄지 않기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리고 세월호의 이름 없는 구조자들은 그렇게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바쳤습니다.

이제 오늘 이 땅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해집니다. 특히 하늘에 닿아 있는 사람들, 하늘의 음성을 듣고 이 세상에 그것을 전해야 하는 우리들의 사명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것은 이전의 허위와 관념적 논의에서 벗어나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우며, 관념적이고 현학적인 논의에서 벗어나서, 물에 빠진 사람에게 널빤지 하나 나뭇조각 하나라도 던져주는, 생명을 살리는 일들을 해야 할 것입니다.

바울과 제이콥, 그리고 세월호의 많은 이름 없는 구원자들이 그것을 했습니다. 선장이하지 못했습니다. 지휘계층의 어떤 권력자도 배에 갇힌 아이들을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자기의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구원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되고 하나님의 손이 되어서 그것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어떤 고매한 영적 통찰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이름 없는 구원자들의 손을 통해서 하나님은 생명을 구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세월호 이전의 구원론과 세월호 이후의 구원론을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실행의 기준점을 바울과 제이콥 그리고 세월호라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에서 찾지 않는다면 우리의 믿음은(교리적이고 관념화되고 제도화되어 버린)저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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