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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일기174-6.22】 김재순 -한 눈 뜨고 꿈꾸는 사람
초등학교 6학년 때 정만이라는 친구가 ‘샘터’라는 작은 책을 한 권 학교에 가지고 왔다. 눈이 송아지 만하게 커졌던 것은 <이달의 누드>라는 마음을 흐믓하게 하는 칼라 사진이 떡 허니 있었다. 왕~
나는 곧바로 읍내에 있는 서점에서 월간<샘터> 1979년 12월호를 500원 주고 샀다. 내가 내 돈 주고 생애 처음 산 책이다. 뽈 얼뤼아르의 ‘커브’라는 시가 첫 장에 실려 있었는데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캬 ~ 멋져불어!!!! 그 두 줄밖에 짧은 詩에 매료되어 시인이 되겠다고 작정했고 지금 시집 몇 권 낸 얼치기 시인흉내를 내고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38년 동안 나는 매월 <샘터>를 구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산 샘터를 한 권도 잃어버리지 않았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가 되어 내 책꽂이 위쪽 짜투리 틈새기에 자리잡고 있다.
어릴 땐 ‘누드’ 보려고 샀고 중고등학교 땐 문예반에서 글쓰기 연습 하려고 샀고 청년 땐 법정스님 글 보려고 샀고 그 이후로는 그냥 샀다. 청년 때 헌책방에서 과월호를 찾아 짝을 맞췄다.(아직도 70년대 초반 10여권을 못 찾았지만)
그런데 샘터를 사면 딱 뒤집어 가장먼저 읽었던 뒷표지 칼럼 김재순 선생님이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 최초의 여소야대 국회의장, 토사구팽... 바로 그분이다. 창간호부터 45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매월 칼럼을 쓴 분이다. 참 대단! 어쩌면 나는 뒷표지 칼럼을 읽으려고 지난 39년 동안 샘터를 봤는지 모른다. 이제 어쩌냐....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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