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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도 없고 계급도 없는 신앙생활

마태복음 김부겸 목사............... 조회 수 266 추천 수 0 2017.01.16 23:55:01
.........
성경본문 : 마19:27-30 
설교자 : 김부겸 목사 
참고 : 수도원교회 http://blog.naver.com/malsoom/163886188 

2012년 8월 12일 주일설교

성경말씀 : 마태복음 19장 27절~30절

설교제목 : 보상도 없고 계급도 없는 신앙생활

 

【그 때에 베드로가 대답하여 예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선생님을 따라왔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 받겠습니까?"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새 세상에서 인자가 자기의 영광스러운 보좌에 앉고 만물이 새롭게 될 때에, 나를 따라온 너희도 열두 보좌에 앉아서,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이다.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녀나 논밭을 버린 사람은, 백 배나 받을 것이요, 또 영생을 상속받을 것이다. 그러나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마태 19:27~30)】

 

  <사이비 종교 이야기>

  사이비 종교에 잘못 빠져서 신세를 망친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 사람 개인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가족들의 인생도 망치고, 특히 그 집안의 재산을 몽땅 날리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오늘 성경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될 수 있는 ‘위험한 기록’입니다. 베드로가 예수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보십시오,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선생님을 따라왔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 받겠습니까?" 이에 예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새 세상에서 내가 자기의 영광스러운 보좌에 앉고 만물이 새롭게 될 때에, 나를 따라온 그대들도 열두 보좌에 앉아서,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입니다.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녀나 논밭을 버린 사람은, 백 배나 받을 것이요, 또 영생을 상속받을 것입니다.”


  아! 아주 위험한 기록입니다. 과연 예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글쎄요. 믿기 어렵습니다. 마태의 이 기록에 대해서 고개를 가로 젓게 됩니다.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서 그냥 침묵할 뿐입니다.

 

  <예수의 어록>

  다만 저는 예수의 다음 어록, 즉 “그러나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제 생각에 이 어록이 예수의 오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언급’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렸을 때, 예수의 이 어록을 들으면서 내심 기분 나빴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의 이 어록은 ‘쉼 없는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아주 고약한 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면, 대충 이런 식이 되겠습니다. 여기 동네 골목대장이 하나 있습니다. 이 친구가 동네 꼬마들을 모아 놓고, 긴 연설을 합니다. “너희들 말야, 내 말 잘 들어야 돼! 너희들 중 내 말 잘 듣는 놈은 내 부하로 삼고 그렇지 않은 놈들은 다 내쳐 버릴 꺼야. 그리고 내 부하 된 놈들도 조심해야 돼. 너희들이 지금은 내 부하지만, 앞으로 내 말 제대로 안 들으면 쫓아내 버린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 한국교회의 1백년 역사 속에서 많은 목회자들이 이런 식으로 유치하게 설교했더랬습니다. 예수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면서, - 교회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면서, - 목회자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면서 저급한 협박을 했더랬습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저는 예수께서 이런 저급한 협박조의 이야기를 말씀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뭔가 다른 의미와 차원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그 ‘다른 의미와 차원’을 추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책 이야기>

  최근 아주 의미 있게 읽은 책이 『시선은 권력이다』(박정자 지음, 기파랑 출판사)입니다. 이 책에는 헤겔이 이야기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라는 게 나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역사적 상황 속에서 어느 순간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집니다. 죽음도 불사하는 도박을 통해 상대방을 노예로 만드는 주인 계층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희생시켜 물질적 안위를 노예계급이 생겨난 것입니다. 주인 계층은 노예계급으로 하여금 자기들 대신 자연의 조야성(粗野性)과 대결하여 사물을 가공하도록 함으로써 노동 없이 살아가는 특권층이 됩니다. 그때부터 이제는 인생을 특권적으로 향유하는 사람과 노동만 하는 사람으로 갈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주인과 노예 사이에 놀라운 역전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노예는 처음에는 죽음의 공포 때문에 남에게 예속된 비겁한 존재였는데, 나중에는 ‘노동’을 통해서 자연과의 통일을 이루는 존재가 됩니다. 노예 계층은 자아 대신 생명을 택한 까닭에 폭넓은 대자연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동을 통해서 자연과 합일을 이룬 노예계층은 사회의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창조자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주인 계층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주인은 자연세계의 물질을 가공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대상을 직접 생산할 줄 모릅니다. 대상 세계와 단절되어 오로지 모든 것을 소모하기만 하는 주인의 이러한 욕구와 충족행위는 대상세계의 실체성과 통일을 이루지 못합니다. 자연에 단단히 발을 딛지 못하고 노예의 노동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가상적인 생이라는 점에서 주인은 허공에 떠 있는 공중인간(Luft-mensch)입니다.


  노예 없이 주인은 주인이 아니므로 주인의 개념은 전적으로 노예에 예속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노예에게 의존하고 있는 주인은 자신의 개념을 완성하자마자 노예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학교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무식한 늙은 노동자의 얼굴에서 우리는 인생을 달관한 듯한 관조적인 표정을 발견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주인은 일시적인 향유만을 획득하지만 노예는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인생을 관조합니다. 생사를 위협하는 절대적 불안은 인간의 구차한 관심을 절대적 차원의 관심으로 고양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에픽테토스 같은 노예 출신 철학자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철학적 사색과 내면적 성찰 속에서 노예는 고유한 사변적 세계를 구축합니다. 주인은 자기만이 자유로워야 하고 노예는 당연히 예속 되어야 한다는 편협한 생각에 빠져 있지만, 노예는 주인도 인간이기 때문에 자유로워야 한다는 자유의 보편적 개념을 깨닫게 됩니다.


  왜 이런 역전 현상이 일어날까요? 노예는 자연의 사물을 가공하는 노동을 통해 주인 없이도 얼마든지 생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예를 통해서만 자연과의 관계를 맺었던 주인은 노예가 사라지면 단 하루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노예가 서서히 자기 도야를 통해 자립성을 획득해 가는 동안 역설적으로 주인은 의존상태에 떨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주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노예의 노예로 드러나고, 노예는 주인의 주인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주인은 노예를 해방함으로써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노예와 대립하는 주인은 아직 참으로 자유롭지 않습니다. 노예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자기의식의 순환운동에 의해 역으로 예속당하여 노예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주인은 자기자신을 위해 대타적(代他的)으로 존재하는 노예를 해방함으로써만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성경의 해석>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이야기가 예수께서 말씀하신 ‘첫째와 꼴찌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해 낼 수 있는 키워드일 것입니다. 주인은 노예가 되고 노예가 주인이 되는 역전 현상, 노예를 해방시켜야만 주인도 해방될 수 있는 놀라운 신비, 결국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주인도 없고 노예도 없는 상태임 … 뭐 그런 메시지가 오늘 예수의 이 어록에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설교의 결론>

  신앙생활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습니다. 없어야 합니다. 또 신앙생활에는 아무런 계급이 없습니다.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신앙생활이 됩니다. 주인도 없고, 노예도 없으며, 첫째도 없고 꼴찌도 없고, 먼저 된 자도 없고 나중된 자도 없습니다.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신앙 생활이 되는 것입니다.

 

  <설교를 마치면서>

  이제 설교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말씀의 제목을 ‘보상도 없고 계급도 없는 신앙생활’이라고 잡아보았습니다. 오늘 이 설교말씀의 제목을 깊이 묵상하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 축도

 

하늘의 님이여. 땅의 예수여. 바람의 성령이여!

이제는 우리 생명의 근원 되시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사랑과

이 땅에서 진리의 세계로 진입한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와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를 아름다운 곳으로 인도해 주시는 성령님의 은총이

우리 수도교회 교우들 머리 위에 영원토록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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