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언어로 쓰여진 聖書 600여 권 소장

: 오효림 월간중앙 기자 (hyolim@joongang.co.kr)

“성서는 2,000년 동안 자그마치 2,300여 언어로 번역됐습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언어로 번역되고 오랫동안 읽힌 베스트셀러는 없습니다. 비교언어학 자료로서는 성서가 최고죠.”

구가톨릭대 김동소(金東昭·60) 교수의 말이다. 김교수는 400여 종의 언어로 쓰여진 성서(聖書) 600여 권을 소장한 성서 수집가. 대학생 시절부터 원어 성서 모으기를 시작해 외국에 갈 때마다 성서를 구했다. 새로운 도시에 가면 제일 먼저 그 도시에서 발간된 성서부터 샀다. 또 국내 헌책방을 뒤지거나 외국에 나가는 친지나 외국 친구들에게 부탁하기도 했다.김교수가 성서 수집에 관심을 가지에 된 것은 가톨릭 신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일반 가톨릭 신자들과 달리 김교수 아버지의 성서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김교수가 어려서부터 성경을 가까이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김교수가 본격적으로 성서 수집을 시작한 것은 대학에서 비교언어학을 전공하면서부터. 성서는 비교언어학을 공부하는 데 가장 좋은 자료였다. 알타이어를 연구하는 김교수는 ‘몽골어 구약성서에 관해서’ 등 10여 권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교수가 수집하는 성서는 가톨릭 성서. 가톨릭 성서와 개신교 성서는 신약은 공통으로 하지만 구약은 권수가 다르다. 가톨릭은 개신교에서 외경으로 배척하는 7권을 정경(正經)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신교 성서를 수집하는 사람은 꽤 있지만 가톨릭 성서를 수집하는 사람은 국내에서 김교수가 유일하다고. 그만큼 수집이 더 어려웠다고 한다.
김교수는 몇 권의 희귀본도 소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단 두 권만 남은 것으로 보고된 1850년 러시아에서 찍은 몽골어 성서가 그 중 하나다. 19세기 중반 몽골어 자료로, 값진 책이다. 독일 대학에 소장되어 있던 것을 우연히 입수한 독일 사업가에게서 구입했다. 또 일본 동양문고에 원고로만 남아 있는 만주어 성서는 마이크로 필름으로 가지고 있다.

세계 주요 언어로 된 성서 수집을 끝낸 김교수는 방언 성서 및 제4세계 소수민족어 성서 수집에도 관심을 쏟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이들 성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까지 직접 가야 한다. 또 간다고 해도 이미 언어가 소멸했거나 별로 쓰고 있지 않아 헛수고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방언 성서는 남에게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독일을 방문하는 친구에게 독일어 방언 성서 목록을 적어 주며 부탁했지만 한 권도 구해 오지 못했다고 한다. 방언 성서는 성서와 방언에 대한 기본 이해가 요구되기때문이다.

“시간과 돈, 건강이 허락하면 1년 정도 전 세계 오지를 돌려 제4세계 소수민족어 성서를 수집하고 싶습니다.”

김교수는 평생 수집한 성서를 자료로 정년 후 ‘성서로 보는 세계 언어와 문자’라는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또 성서를 대구 지역 방언으로 번역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
일 것 같다며 의욕을 불태운다.

 

월간중앙 2003년 11월 19일 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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