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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왕따

청둥오리 닭, 비둘기, 토끼가 오골거리던 닭장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개가 잡아먹고, 매가 채가고, 사람이 먹고, 도둑맞고... 결국 '왕따'라는 수탉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목청이 얼마나 큰 지, 아침마다 꼬끼오~ ~ ~ 소리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이불을 뒤집어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왕따가 가출을 하여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왕따는 운동장을 100미터 경주하듯 뛰어다니다 급하면 30m 정도는 날아갑니다. 아무도 잡을수가 없습니다. 왕따는 세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숲 속을 뛰어다니며 벌레를 잡아먹고, 아침마다 더 큰 소리로 숲이 떠나가라 울어댑니다. 어짜피 다른 짐승에게 잡혀 먹힐 것 내가 먼저 잡아먹자며 숲 속으로 들어갔지만 '오사마 라덴'같은 왕따를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왕따는 가끔 계곡으로 내려옵니다. 제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 밀을 뿌려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왕따가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 보니 열려진 닭장문을 통해 다시 들어와 제 집 둥우리에 능청맞게 앉아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 잘 돌아왔다. 앞으론 사람에게 잡아먹히는 한이 있어도 다시는 집 나가지 말그라. 사람이든 짐승이든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모습은 너무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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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마을 왕따 닭  2000.11  최용우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