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news.zum.com/articles/43071109?cm=twitter&tm=1533735992265 |
---|
소비자 취향 저격하자 골목서점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원문 l 입력 2018.02.05 00:03 l
문화와 컨셉을 파는 독립서점 붐
책+저자와 대화+음료 판매 융합
디지털시대ㆍ혼족 문화도 한 몫
오프라인 체험 원하는 욕구 해소
향후 일자리 창출과 사업 기회는
온ㆍ오프라인 융합에서 찾아야
일본 특파원에서 돌아온 지 7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부러운 것이 있다. 몇 걸음만 걸으면 닿는 골목서점들이다. 서점이 도처에 널려 있으니 시도 때도 없이 서점 앞을 지나게 된다. 점심 시간에도 참새 방앗간 스쳐가듯 잠깐 들러 책 제목이라도 둘러보고, 퇴근 길에도 서점 한두 곳을 지나쳐야 귀가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에선 서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내 대형서점은 큰 마음 먹어야 가게 된다. 꼭 필요한 책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골목서점이 속속 되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얼굴이다. 아니 얼굴만 조금 고친 게 아니라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신이다. 그 변화의 최전선을 다녀왔다.
JTBC를 비롯해 방송국들이 몰려 있는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근처에 있는 북바이북을 찾아나섰다. 서울시청 근처 서소문에서 버스 172번을 타자 30분만에 도착했다. 골목길을 지나 10분쯤 걷자 북바이북이 눈에 들어왔다. 겉 모습은 흡사 카페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잠시 이게 서점인가 싶었다. 머릿속에 있던 전통 서점과는 풍경이 아주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매장은 깔끔했고 책은 명품백 매장처럼 보기 좋게 배열돼 있었다.
서가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카운터를 보니 더 놀랍다. 커피와 음료에다 맥주까지 나열된 메뉴판이 걸려 있어서다. 서점인지 카페인지 호프집인지 잠시 헷갈렸지만 골목서점의 변화상을 실감하게 해줬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 밀려 사라졌던 골목서점이 ‘독립서점’ 또는 ‘컨셉서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북바이북은 이런 트렌드의 원조로 꼽힌다. 2013년 9월 처음 문을 연 북바이북은 처음부터 새로운 개념의 서점을 지향했다. 책만 팔아선 고객을 불러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근처 3040직장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혼족 바람도 한몫했다. 커피숍에선 차만 마신다. 반면 독립서점에선 책을 둘러보고 차 한 잔 하며 사색하는 작은 호사(豪奢)를 누릴 수 있다. 카페ㆍ맥주집과도 고객 경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유니클로를 키운 야나이 다다시 퍼스트리테일링 회장은 “나의 경쟁자는 옷 회사에 그치지 않고 도요타와 소니를 포함한 모든 기업”이라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무슨 뜻인가 물으니 그는 “소비자가 쓸 돈은 한정돼 있다. 소비자 지갑에 든 돈을 유니클로에 먼저 쓰도록 하는 것이 사업 성장의 관건이다”는 얘기였다. 이런 점에서 독립서점은 서점은 책만 판다는 선입견을 깨고 있다. 그 대신 다른 서비스와 융합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이런 전략은 책만 팔아선 굴러가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인터넷에 뉴스와 정보가 넘치는 디지털 세상에서 종이 책을 팔아선 살아남기 어렵다. 그래서 독립서점들은 책은 중심 테마로만 활용한다. 김진아 북바이북 대표는 “책 판매와 강연, 음료가 매출의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은 책을 쓴 저자들을 서점으로 초청해 독자와의 대화 자리를 갖는 유료 프로그램이다. 1만원을 받고 있는데 적지 않은 독자들이 몰려든다. 작가번개는 북콘서트나 저자 강연과 비슷하지만 훨씬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를 듣기도 해 책맥(책+맥주)이라고도 불린다. 일방적인 강연이나 쇼가 아니라 저자와 독자의 소통이 가능한 축제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독립서점이 서울에만 벌써 1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홍대 앞과 신촌ㆍ북촌 근처에서 시작돼 지금은 강남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서울 선릉역에 자리잡은 최인아책방도 그 중 하나다.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으로 책을 좋아해 독립서점을 냈다. 지난 2일 예고 없이 이곳에 들러 최 대표를 만나지 못했지만 책방은 틀을 잡아가고 있었다.
3층 나만의 서재에 들어서니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싶었다. 2시간에 3만원, 온종일 6만5000원의 입장료가 비싸다는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입장료에 포함된 음료와 쿠키를 먹으면서 최고급 쿠션의 소파에 앉아 책의 세계로 풍덩 빠져들 수 있는 아늑한 환경이었다. 마침 젊은 혼족 여성 두 명이 책에 몰입돼 있었다. 책방 직원은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제공하고 특정 테마에 대해 시리즈 강연도 하면서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선릉로 영동고등학교 앞에 최근 들어선 라이프북스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이 자리는 원래 미국의 유명 의류 매장이었으나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곳이다. 강남의 금싸라기 땅에 들어선 독립서점의 운영 계획이 궁금했다.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이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역시 신선한 충격이 몰려왔다. 책이 빽빽이 들어선 대형서점과는 달리 넉넉한 공간을 두고 배치된 테이블 위에는 마치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은 것처럼 책들이 놓여져 있었다. 이곳의 북 디렉터인 정지돈씨에게 물었다.
-책을 팔아선 운영이 어렵지 않겠나.
-그래도 적자를 봐선 되겠나.
“초기엔 그럴 수 있으나 앞으로 알려지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번화가 대로변에 들어선 새로운 개념의 서점이라 그런지 문 연 지 며칠 되지 않지만 손님이 적지 않게 있었다. 1층과 연결된 지하 카페는 북적대는 편이었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업모델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 제공이다. 단순히 책을 판다기 보다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거점이 되면 책 자체의 수입은 적더라도 다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콘텐트나 이 공간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니까 경제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유명 브랜드 옷가게를 밀어내고 서점이 들어서고, 돈을 내고 작가와의 북토크에 참여하는 젊은층이 늘어나는 것은 소비 트렌드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책에 대한 욕구가 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다. 책과 신문 등 종이 매체가 모바일에 밀리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죽었던 골목서점이 돌아오는 것은 상전벽해 중인 소비패턴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이끌어내고, 책과 음료ㆍ맥주, 책으로만 만났던 저자와의 북토크가 결합되면서 업종을 넘나드는 융합된 상품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 창출에도 의미가 크다. 주인 혼자 지키던 과거 골목서점과 달리 독립서점은 창업자를 비롯해 북토크 담당, 음료 담당 직원 등 최소 4명이 필요하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9%(체감 기준 22.7%)였다는 점에서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니다. 디지털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업 트렌드의 일면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중앙일보 (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
혹 글을 퍼오실 때는 경로 (url)까지 함께 퍼와서 올려 주세요 |
자료를 올릴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단 자료는 통보 없이 즉시 삭제합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