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오늘의

읽을꺼리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http://news.donga.com/List/Series_70070000000665/3/70070000000665/20050509/8187895/1 

6945665_1.jpg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32>픽션들-호르헤 L 보르헤스


세르반테스 이후 스페인어권 최고의 문제작가로 일컬어지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단 한 편의 장편소설도 쓰지 않았다. 대신 ‘픽션’으로 명명한 단편에서 작가로서 희구하는 모든 것을 치밀하게 요약해 냈다.
‘픽션들’(1944)은 보르헤스 문학의 본령으로 간주되는 두 번째 단편집으로 그의 주된 관심사인 자아와 시간의 문제를 천착한 열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문고판으로 200쪽밖에 안 되는 적은 분량이지만 그의 철학적 문학적 사유가 온축된 이 작품집은 예기치 못한 폭발력으로 들뢰즈, 푸코, 데리다 등의 후기구조주의 사상가들과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을 비롯한 20세기 후반의 서구 지성계를 흔들었다.

이 책이 불러일으킨 지적 충격은 이성주의의 한계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소설을 무한한 사유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소설 문법의 창안에서 비롯됐다.

보르헤스는 새로운 세계 인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도발적 사유를 통해 탈근대 담론의 지적 경향을 선취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21세기 인문학 패러다임의 출발점에 위치시킨다.

철학과 문학의 경계적 글쓰기를 보여 주는 그의 픽션은 흔히 경험세계의 재현이 아니라 관념적인 허구의 세계를 다룬 ‘지적인 가설’로 여겨진다. 실제로 ‘픽션들’에 실린 많은 단편은 가상의 텍스트에 대한 주석으로서의 글쓰기라는 메타픽션적 성격을 지닌다.
‘픽션들’은 지배적 가치체계의 전복을 통해 세계의 질서를 재정의하고 글쓰기와 언어 자체에 대해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환상문학의 형이상학적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작가는 초월과 무의미의 순수한 유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질서로 파악해 온 상투화된 현실 개념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자기반성을 통해 경험 세계 너머로 인식의 지평을 넓힘으로써 더욱 심오하게 현실에 관여한다.

그러나 복잡한 추상과 심오한 형이상학에도 불구하고 보르헤스에게 관념 자체는 심미적 상상적 가능성만큼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형이상학 역시 ‘환상문학의 한 분파’이며 그것이 내세우는 객관진리라는 것도 실상 상상력의 산물로서 ‘우주에 대한 그럴싸한 묘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픽션들’에서 보르헤스는 이념적 테제가 아니라 철학의 존재 의미 자체를 회의케 하는 급진적인 유희성을 통해 글을 쓰고 있다.

따라서 미로, 도서관, 복권, 도플갱어, 꿈, 거울 같은 상징들은 우주의 본질적 무질서와 그에 대한 작가의 회의주의를 드러내는 존재론적 유희의 도구들로 아르헨티나 작가를 동반한 강박관념을 엿보게 한다.

‘픽션들’은 독자들에게 경이로운 문학 체험을 선사한다. 그러나 다양한 영역을 경쾌하게 넘나드는 보르헤스 특유의 현학성과 단 몇 줄의 글귀에 우주를 탁월하게 담아 내는 엄밀한 내적 논리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픽션들’은 독자의 기대지평을 무너뜨리는 기발한 상상력의 유희와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웅숭깊은 철학적 사유 그리고 텍스트에 구현된 복잡한 미로 구조를 음미하며 한 구절 한 구절 천천히 읽어야 한다.


김현균 서울대 교수·서어서문학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43 순전한신앙이야기 유대식 샬롬과 복음적 샬롬! 황부일 2018-12-16 215
3242 순전한신앙이야기 언제부터인가 교계에 유행되어 온 중보기도에 대해 [1] 황부잏 2018-12-06 216
3241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38] 정부론(통치론)-존 로크 file 김세균 교수 2018-12-04 139
3240 순전한신앙이야기 사람을 죽게하는 교회들(?) 황부일 2018-11-30 235
3239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37] 종의 기원 -찰스 다윈 file 최재천 교수 2018-11-28 210
3238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36] 페더랄리스트 페이퍼-알렉산더 해밀턴 外 file 조홍식 교수 2018-11-21 74
3237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35] 마의 산-토마스 만 file 안삼환 교수 2018-11-19 82
3236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34] 다산시선-정약용 file 금장태 교수 2018-11-17 113
3235 순전한신앙이야기 목사가 되기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에 대해 황부일 2018-11-11 436
3234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33] 리바이어던-토머스 홉스 file 박효종 교수 2018-11-10 75
3233 경포호수가에서 그에 관한 호불호... file [1] 피러한 2018-11-09 107
3232 순전한신앙이야기 성경에 나오는 신다는 말에 대해 황부일 2018-11-09 171
»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32] 픽션들-호르헤 L 보르헤스 file 김현균 교수 2018-11-06 63
3230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31] 안나 카레니나-레프 톨스토이 file 박종소 교수 2018-11-01 78
3229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30] 감시와 처벌-미셸 푸코 file 오생근 교수 2018-10-28 112
3228 순전한신앙이야기 목회는 성공도 실패도 없다! 황부일 2018-10-26 179
3227 경포호수가에서 개똥같은 인생 file 피러한 2018-10-18 200
3226 순전한신앙이야기 우리들의 진실은 하나님의 구원을 원치 않는 다는 것이다! 황부일 2018-10-15 164
3225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9] 카인의 후예 (황순원) file 조남현 교수 2018-10-13 90
3224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8] 주홍글씨(너대니얼 호손) file 신문수 교수 2018-10-12 115
3223 순전한신앙이야기 성경전체 내용은 구원의 원리와 구원의 삶의 규례로 되어있다! 황부일 2018-10-11 286
3222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7] 실천이성비판(이마누엘 칸트) file 백종현 교수 2018-10-10 65
3221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6] 파우스트(괴테) file 임홍배 교수 2018-10-09 74
3220 수도관상피정 수도원은 멋이 아니다.(5끝) 기도원과 수도원은 다르다 file 당당뉴스 2018-10-08 118
3219 정치건강취미 방탄소년단, 그 성공의 이유 file 예베슈 2018-09-24 475
3218 경포호수가에서 우연과 필연 사이 file 피러한 2018-09-23 218
3217 순전한신앙이야기 양무리의 본이 되지 않는 목자들 황부일 2018-09-22 228
3216 순전한신앙이야기 교회에서 김사패와 공로패증정은 교회를 모르는 세상의 일 황부일 2018-09-15 146
3215 수도관상피정 수도원은 멋이 아니다.(4) 경건한 삶 file 당당뉴스 2018-09-12 109
3214 수도관상피정 수도원은 멋이 아니다.(3) 인간 공동체 file 당당뉴스 2018-09-10 91
3213 순전한신앙이야기 하나님을 개혁하려는 자들 황부일 2018-09-08 120
3212 정치건강취미 레바논 참극과 코라비아 로맨스 file 크리스챤투데이 2018-09-06 129
3211 경포호수가에서 재미와 영혼... file 피러한 2018-09-05 82
3210 수도관상피정 수도원은 멋이 아니다.(2) 위대한 침묵 당당뉴스 2018-09-03 131
3209 수도관상피정 수도원은 멋이 아니다.(1) 수도자는 길을 찾는 사람들이다. 당당뉴스 2018-08-31 121

 

 혹 글을 퍼오실 때는 경로 (url)까지 함께 퍼와서 올려 주세요

자료를 올릴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단 자료는 통보 없이 즉시 삭제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