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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전북일보] 엄마의 빨간 구두 - 최빛나

신춘문예 최빛나............... 조회 수 180 추천 수 0 2018.11.12 00:01:47
.........

엄마의 빨간 구두 / 최빛나

 

“승아네 엄마도 삼 개월 만에 가출했잖아.”

“가출이 아니라 돈 벌러 간 거라니까!”

“그럼 소식조차 없는 이유가 뭔데?”

팽팽한 토크 배틀이 이어졌다. 외국인 엄마는 가출한다는 태수의 주장과 그럴 리 없다는 영호의 주장. 그 사이에 심판처럼 앉아있던 나는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모르는 비밀이 있다. 사실, 우리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성진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짐짓 심각한 얼굴로 영호가 물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지만 머릿속엔 새엄마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게다가 어젯밤 있었던 일까지 떠오르면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사물함의 교과서를 두세 권씩 집어 아무렇게나 가방에 챙겨 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조성진! 갑자기 어디가?”

“이따 축구하기로 했잖아!”

교실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뒤로 날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정문 앞에 도착하니 시커먼 하늘에선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더욱 확실해졌다. 집을 향해 뛰는데 아이들이 말한 ‘가출’이라는 단어가 무섭게 쫓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신발장부터 살폈다.

그 자리에 있어야할, 새엄마의 빨간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안방에도, 부엌에도 엄마는 없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엄마를 찾아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나는 흐엉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커다란 갈색 눈동자를 굴리며 새엄마가 인사했다. 두 달 전, 처음 본 새엄마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작은 몸집에 까무잡잡한 피부, 누런 치아. 눈에 들어오는 거라곤 촌스럽기 그지없는 빨간 구두뿐이었다.

이 사람이 나의 새엄마가 된다니 머릿속이 깜깜해졌다. 언젠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진희에게 ‘깜씨’라고 놀렸던 일, 국제결혼 한 정태네 가족을 보고 아무 이유 없이 비꼬았던 일 등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아빠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친구들한테 보이는 내 입장은 생각해봤어?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새엄마가 앞에 있는 것도 잊고 굵은 침을 튀어가며 흥분했다. 내 따발총 공격에 불같이 화낼 줄 알았던 아빠는 대답 대신 내 손을 꼭 잡아줬다. 다 이해한다는 아주아주 자상한 눈빛으로 말이다. 그건 담임 선생님의 백 마디 말보다 더 강압적으로 다가왔다. 에휴, 아빤 정말 고단수라니까. 나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새엄마가 온 뒤로 좋은 점이라곤 아빠가 일찍 들어온다는 사실 한가지 밖에 없었다. 새엄마는 요리도 할 줄 몰랐고 한국말도 서툴렀다. 게다가 얼마 후 있을 운동회에 찾아올 생각만 하면 불안해 잠도 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베스트 영호에게만 살짝 털어놓을까 생각했지만 그 녀석도 백퍼센트 신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차일피일 엄마 얘기를 미루고 있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제대로 명중하겠는데?”

“대박 재밌겠다. 일단 던져보자!”

친구들이 창가에 껌처럼 붙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양손에는 빨갛고 파란 물풍선을 쥐고 있었다. 요즘 우리 학원에선 차가운 물을 볼록하게 채운 물풍선을 갖고 노는 게 유행이었다. 서로에게 던지거나, 지나가는 행인에게 기습적으로 떨어뜨려 골탕 먹이는 식이었다. 짓궂은 행동이었지만 무더위와 공부에 지친 우리에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뭐 재밌는 거 있어?”

나는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아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한 곳을 향해 있었다. 무심코 그곳을 바라봤다. 작고 검은,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새엄마였다. 그제야 학원 수업 마치고 새엄마를 치과에 데려다주라던 아빠의 문자가 번쩍 떠올랐다.

 

“물폭탄 맞으면 피부도 하얘지는 거 아니냐?”

“충격으로 아프리카 갈지도 몰라.”

아이들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태수의 손에선 물풍선이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새엄마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물폭탄을 맞게 할 순 없었다. 나는 태수의 손을 황급히 잡고 소리쳤다.

“안 돼! 잠깐만!”

아이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설마 네가 아는 사람이라도 되는 거야?”

태수가 좋은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듯 눈이 매섭게 반짝였다. 평소 나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저 녀석에게 새엄마가 외국 사람이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수가 물풍선을 힘껏 집어 던졌다.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황급히 창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나도 숨죽이고 몸을 웅크렸다.

“대박! 명중이야!”

아이들은 목표물이 홀딱 젖었다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재밌어죽겠다는 듯이 배를 움켜잡았다. 하지만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나올 때까지도 새엄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에 젖은 차림 그대로였다. 아이들은 가지 않고 있는 새엄마를 보고 우릴 혼내려는 게 아니냐며 쑥덕거렸다. 어쨌든 나는 새엄마와 마주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친구들 사이에 섞여 고개를 푹 숙이고 살금살금 빠져나갔다. 문밖으로 완전히 나오고 나서야 슬그머니 뒤를 돌아봤다.

오 마이 갓! 새엄마와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으악! 걸렸다! 다들 튀어!”

새엄마가 나를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누런 이를 드러내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멍하게 서 있던 내 손을 누군가가 잡아 당겼다. 얼떨결에 나도 뛰기 시작했다. 언뜻 새엄마의 실망스런 눈빛이 스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뜀박질을 멈추면 나 역시 의심받을 거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새엄마가 왔는지부터 살폈다. 새엄마의 빨간 구두는 가지런히 제자리에 놓여있었다. 나는 새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내 방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생각을 떨치려 휴대폰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엄마 병원에 모셔드렸어?”

뒤늦게 온 아빠가 내게 물었다. 치통을 참아내는 엄마가 걱정된 모양이었다. 나는 통화하는 척 슬그머니 일어섰다. 아빠가 내 손에 들린 휴대폰을 빼앗으며 무섭게 말했다.

“엄마 병원에 모셔다드렸냐고!”

아빠의 이맛살이 구겨졌다. 아까 일을 사실대로 말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어떡하지? 못 봤다고 잡아뗄까? 고민하는 사이 새엄마와 눈이 턱하니 마주쳤다. 커다란 두 눈 가득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하려는데, 그보다 더 먼저 새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학원을 찾지 못했습니다. 흐엉 실수입니다. 미안합니다.”

내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식사 시간, 음식을 씹지 못하는 새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몸이 안 좋은지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차가운 물폭탄을 맞아서 더 심해진 것이 분명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는 깨작거리고 안 먹던,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를 보란 듯이 한 숟갈 크게 떴다. CF찍는 배우처럼 맛있어 죽겠다는 얼굴로 꿀꺽 삼켰다.

하지만 새엄마는 나를 보지 않았다.

“몸이 안 좋습니다. 그만 먹겠습니다.”

새엄마는 이렇게 말하고 소파 위에 작은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따끔거렸다. 나는 당장이라도 새엄마에게 달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새엄마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자신조차 없었다. 결국 그렇게 찜찜한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다음날 새엄마가 사라진 것이었다.

“엄마! 엄마!”

집안 곳곳을 다 뒤졌다. 거실에도, 안방에도, 그 어디에도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엄마가 사라졌다고 문자를 남기는데 미처 닦지 못한 빗물이 휴대폰 액정 위로 뚝뚝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엄마는 대체 어디를 간 것일까? 아이들 말처럼 정말 집을 나간 것일까?

엄마를 찾으러 무작정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 사이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있었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 눈은 빠르게 엄마를 찾았다. 언젠가 새엄마와 함께 지났던 익숙한 길이었다. 새엄마가 부끄러워 한 발짝씩 늘 앞서 걸었던 길. 이곳에서 나는 목이 터져라 엄마를 부르고 있었다.

“엄마 없어도 무섭지 않지? 성진이는 이제 다 컸으니까 어떤 두려운 상황이 와도 다 이겨내는 거다?”

친엄마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피자집이었다. 최신형 게임기를 손에 쥐어주며 엄마는 마지막 유언처럼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렁한 눈빛으로 엄마가 나를 보는 순간에도 나는 새로운 게임에만 정신이 팔려 알지 못했다. 그것이 엄마와 함께 한 마지막 식사라는 것을. 그 후로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무서웠어. 새엄마가 나를 떠날까봐. 내가 마음을 열면 또 다시 달아날까봐 두려웠던 거야. 바보같이…….’

마음이 나에게 속삭였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이었다.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새엄마가 이대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온몸에 힘이 빠졌다.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비에 젖은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터벅터벅 신발 하나가 눈앞에 멈춰 섰다. 익숙하게 보아온, 빨간 구두였다. 설마, 설마……. 나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꾸욱 누르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나의 새엄마가 서 있었다.

“비가 와서 우산 갖다 주려고 했습니다. 어떡해. 다 맞았습니까?”

엄마의 손에는 내 파란색 우산이 들려있었다. 새엄마는 황급히 손수건을 꺼내 비에 젖은 나를 닦아주었다. 호수처럼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툭하고 울음이 터지더니, 어찌할 새도 없이 와르르 흘러내렸다.

어느새 비가 갠 하늘 위로 무지개가 고운 다리를 놓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햇살에 비친 새엄마를 가만히 바라봤다. 새엄마가 나를 향해 해바라기처럼 수줍게 미소 지었다. 내 눈에 더 이상 새엄마는 타지에서 온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햇살보다 더 빛나고 아름다운, 나의 진짜 엄마였다.

“엄마는 내가 밉지 않아?”

엄마는 대답 대신, 다 이해한다는 눈으로 내 손을 꼭 잡아줬다. 언젠가 아빠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아주아주 자상한 눈빛으로 말이다. 칫, 누가 부부 아니랄까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때였다.

“야! 조성진! 거기서 뭐하냐?”

멀리 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축구를 끝내고 왔는지 태수의 손에는 축구공이 들려있었다. 그제야 축구 약속도 어기고 부랴부랴 집으로 뛰어갔던 내 자신이 생각났다. 새엄마는 친구들과 나를 번갈아보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엄마 먼저 가겠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뒤돌아서는 엄마의 손을 황급히 붙잡았다.

“괜찮아!”

엄마가 놀라 나를 돌아보았다. 나도 엄마를 바라보았다.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괜찮을 것 같았다.

“야, 축구도 안 하고 거기서 뭐하냐?”

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아이들이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당선소감>

 

  "어둠 속 반짝이는 별처럼 묵묵히 정진할 터"

 

  한숨 자고 일어나면 봄이 오길 바랐습니다. 평년보다 따뜻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몸도 마음도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노트북에 빈 공간을 채워갈 때마다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무지를 확신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상냥한 목소리는 ‘당선’이라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온 세상이 환하게 물들면서 모든 감탄사의 조합들이 입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아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유독 상쾌하게 느껴졌습니다. 숨이 차 올려다본 하늘은 한없이 높고 푸르렀습니다. 가슴에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습니다.

 

  숨 고르고 돌아보니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길 위에 선 지금, 더 많이 치열하게 고민할 과제가 주어진 것 같아 양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제 흐름대로 걷고 싶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넘어지고 방황하고 끌어안겠습니다. 아직 많이 미약하지만 어둠 속 반짝이는 별처럼 그렇게 묵묵히 정진하겠습니다.

 

  한 해에 두 딸의 등단 소식을 듣고 함박웃음이 끊이질 않는 존경하는 아버지와 늘 사랑으로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여러모로 손볼 데가 많은 부족한 졸고를 너그러이 품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전북일보사에도 가슴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누가 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거창한 포부를 품기 보다는 소소한 울림이 있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 최빛나, 1983년 서울 출생,

동서문학상 수상,

근로자문화예술제 수상

 
<심사평>

 

"독창· 참신성 아쉬워…동심의 시각으로 봐야"

 

  신춘문예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독창성과 참신성입니다. 기존의 모습과 다른, 실험정신이 충만한 동화가 우리의 동화문단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 동화는 제재나 형식이 참신하지 못하고 고루하여 그러한 기대에서 다소 벗어났습니다.

  최종심에 오른 5편의 작품을 보면 정유나의 ‘낮은 계단’은 지체부자유자가 보행보조기를 타고 서른 두 계단을 극복하니 높게 버티고 있던 계단이 낮게 보였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보행기를 고철이라고 한다든지,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가 경마에 빠지는 등 작위적 불행한 환경 도출은 극복의지의 당위성을 희석시켰습니다.

  ‘하늘을 나는 백층이’는 산동네에 백층이 넘는 계단을 비행기 그림으로 변신을 시켰더니 주인공을 태우고 밤하늘을 날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동화에서 제목의 기능은 동화의 핵심인데 백 계단을 백층이라 한 것과 깔딱이란 별칭이 낯설고 계단과 주변의 애환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엄마 인증제’는 비록 엄마 인증 기준에는 미달되었지만 자녀 사랑은 특 1급이라는 내용인데 엄마 인증제 필요성의 당위성이 부족했습니다.

  ‘꿀이와 별이’는 꿀벌들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동화에 삽입시켰으나 과학 동화에 가까웠고 특히 동화 분량이 20매 내외인데 40매를 웃돌아 기준에 미달했습니다.

  최빛나 씨의 ‘엄마의 빨간 구두’는 그동안 많이 다룬 다문화 가정 소재여서 참신성은 결여되었으나 새 엄마로 들어온 외국인 엄마와의 갈등 해소 과정을 문장 및 화법의 간결함이나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공감을 주었습니다. ‘팽팽한 토크 배틀’ 등 약간의 동화적 부적절한 언어가 거슬렸지만 가능성을 높이 사서 당선작으로 뽑았습니다.

  동화작가로 입문하려는 분들에게 고언을 하고자 합니다. 시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정보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화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합니다. 힘든 현실의 배경을 작위적으로 설정하고 동심이 아닌 어른의 시각으로 무리하게 교시적 교훈을 주려는 태도와 가슴으로 감동을 주지 못하고 머리로 짜내는 캐릭터 설정을 버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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