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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일기006-1.6】 무게 단상
장독대 위에 눈이 한 뼘 정도 쌓여 있는데 그 눈이 참으로 가벼워 보인다. 나도 저렇게 가벼울 때가 있었다. 진짜?
내가 아부지 몸 속에 있을 때는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정자였었지. 별로 빠르지도 않고 눈치도 없어서 누가 봐도 3억명 정자형제자매들의 경쟁을 뚫고 사람으로 태어날 가능성은 없었다.
그런데 열심히 달려가다 보니 내 앞으로 총알처럼 달려가던 수많은 정자 형제들이 산성 물질에 죽고, 대식세포에 잡아먹히고, 방향을 잃어버리고... 점점 숫자가 줄어들어. 내가 드디어 난자에 도착했는데 1등으로 온 놈이 구멍을 뚫어 놓고 지쳐서 죽어 있더라고. 그래서 그냥 그 구멍으로 쑥 들어갔지.
그랬더니 지금 이렇게 84kg이나 되는 엄청난 세포 덩어리가 되어서 낑낑대고 있다고. 아유 나도 가벼울 때가 있었는데.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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