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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 롬6: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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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 : | 허태수 목사 |
참고 : | 2018.8.1 성암감리교회 http://sungamch.net |
전은순 장로를 떠나보내고 나서
롬6:1-11
제 나이가 40에서 50살 되던 즈음에는 누구를 만나느냐가 생의 관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만나고자 하면 누구든, 어느 영역의 인물이던 만나게 되던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나날이었습니다. 그게 저를 흥분케 했던 매일 매일이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희열 말입니다. 그런 덕에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교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만나는 일보다는 헤어지는 일이 더 많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러고 보면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픈 마음이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지난 주 우리는 가장 좋은 동역자이며 친구이며 가족이던 전은순 장로를 하나님 나라로 떠나 보냈습니다. 전장로님은 제 개인적으로도 아주 중요하고 큰 분이셨습니다. 제가 책을 출판하기 시작한 것도 전 장로님의 경제적인 후원 덕분이었고, 제 생애에 처음 자동차를 샀던 일의 출발도 장로님이었습니다. 적금을 부었다가 제게 주셨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김규현 목사가 장로님의 천국 입성 소식을 접하고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도 편지에서 그런 내용을 적고 있습니다. 장로님은 그에게 가족이었다고 말입니다. 가족들은 아프고 슬프겠지만, 이렇게 사셨던 분리라는 사실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힘입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내내 교회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신앙적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는가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일순간에 오늘날과 같은 교회나 제도가 만들어 진 게 아니므로 그걸 전제로 교회가 전하는 가르침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뜻으로 그렇게 하는 겁니다. 지난 주일에는 바울은 부활을 살았던 사람이지 ‘미래의 일로 믿었던’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2천 년이나 지나오면서 ‘사는 일’은 뒤로 밀려나고 ‘믿기만’하는 부활이 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이후 교회는 어떤 양태로 변화가 되었을까요?
바울 신학은 예수 운동과는(예루살렘에 모이던 바울의 친족과 제자들 그룹)본질적으로 다른 상황에서 형성됩니다. 예수 운동은 민중과 함께 일으킨 운동입니다. 거기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어부, 농부, 세리, 창녀, 떠돌이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지역도 농촌이나 어촌입니다. 예수님은 어느 지역에 정착해서 교회를 세운 적이 없습니다. 그저 갈릴리 촌락을 돌아다니며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치던 떠돌이 설교가 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은 오늘날과 같은 교회를 세운 적이 없습니다. 단지 그 시작이 되는 사건을 일으켰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다가온 하나님의 나라 앞에서 과거의 윤리나 가치 체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고 선포했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행동과 생각을 회개하고 결단을 내려 하나님의 뜻에 맞는 새로운 삶,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간이 되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는 새로운 공동체에 속하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인간이 되는 첫째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강조하는 뜻으로, 새로운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 아버지의 장례도 지내지 말고, 깁 던 그물도 내팽개치고 급박하게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이 팔레스타인 농촌 마을을 떠돌아다니면서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 하라고 촉구했다면, 바울은 로마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정착해 사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예수님의 선포와 활동의 중심이 하나님 나라였다면, 바울의 선포와 활동의 중심은 예수 였습니다. 바울은 교회의 모범을 예수님의 공동체 갱신 운동에서 보았습니다. 갓 태어난 어린 아기와도 같은 교회를 키우고 돌보는 것아 바울의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예수의 해방 선언에 대한 인식과 바울의 현장에서 오는 괴리감에서 긴장이 일어났습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 출신(헬라파)이던 바울은 회심 후 주로 시리아와, 소아시아, 유럽의 대도시에 살면서 선교 활동을 벌입니다. 그의 선교 활동은 차차 성공을 거두면서, 불가피하게 유대교 당국과 대결하게 됩니다. 그 때 유대교의 종교적인 권위는 예루살렘의 부패한 사제 권력과 모세 율법을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확대 적용했던 바리새파 율법학자들이 대표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둘 다 유대 민중의 종교적인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대중적인 지지도 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팔레스타인에서는 다양한 종교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습니다. 사실 오늘날 기독교 현실에 이단이 득세하는 이유도 그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세례요한의 세례운동,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 예수 사후의 예수 운동이 그런 예들입니다.
바울 시대의 예루살렘 교회는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유대교 내의 작은 종파였습니다. 예수를 메시아라고 하는 신앙은 원칙적으로 유대교 신앙과 충돌하지 않습니다. 메시아 신앙이 본래 유대교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칭 메시아라고 등장했었습니다. 예수도 그 수많은 메시아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것은 서기 70년 이전에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때까지 예루살렘의 교회는 유대교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방인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과정에서 할례 문제에 직면합니다. 어제 아침 신문에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 기사가 나왔는데, 1억 3천만 명 정도의 소녀들이 성기의 예민한 부분을 잘라내는 할례를 받는다고 합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율법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할례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할례는 남자나 여자나 엄청난 신체적 부담이었습니다. 생명과도 직결된 일이니까요. 바울은 이 문제에 대해서 구원에서 율법의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에 도전을 합니다. 그래서 율법이 아니라 믿음에 의해 의로워지고 구원을 받는다는 사상을 정리합니다. 그게 인의론 혹은 의인론입니다. 이는 이방선교 과정에서 유대교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적인 문제였죠. 그래서 율법의 문제를 깊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바울의 이런 임기 웅변식의 해답들이 결코 일시적이거나 상황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필요에 의해 나타난 것이기는 해도 그의 논리들은 그의 교회에서 보편적인 신학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의 편지들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제시이면서도 보편적인(누구나, 어느 경우거나, 어느 시대거나)신학적 사유들을 포함하는 단서가 됩니다.
이방 선교의 현장에서 부딪힌 율법의 문제로 인해 ‘의인론’이 구축 되었고, 고린도 교회에서의 적대자들과의 논쟁을 통해 ‘십자가 신학’이 세워지게 되듯이 말이죠. 이 밖에도 그의 답변은 그때까지 없었던 신학의 기초가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끝에 드디어 바울은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유대교에서 벗어난 새로운 종교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보세요, 새로운 세계와 세계의 운영체제는 이렇게 ‘한 사람의 새로운 삶’을 통해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은순 장로의지난 생은 누군가로 인하여 또 다른 새로운 존재 하나를 잉태하는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부족 종교의 한계를 넘지 못했던 당시 종교 체계에서 인종. 성. 계급과 같은 인간적 차별의 장벽을 넘어서서 보편종교로 가는 길을 닦았습니다. 인의론은 구원사건에서 율법의 효럭을 정지 시켰습니다. 또한 하나님 앞에서 인간은 빈손으로, 맨몸으로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대인이라는 특권도, 남자. 성인. 부자. 지식 이라는 특권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기존 사회에서 차별을 일으키는 모든 특권이 하나님 앞에서 무효가 됩니다. 율법과 그로 말미암은 모든 특권에 대한 바울의 무효 선언은 그 시대의 대중에게 엄청난, 핵폭탄 같은 커다란 폭발력과 함께 해방을 안겨주는 자유의 소식이었습니다.
바울이라는 한 사람의 삶이, 이런 엄청난 세기의 변화와 새로운 인간의 출현을 견인했습니다. 우리도 우리 각 사람의 분량만큼 세계를 변화 시키고, 새로운 사란의 출현을 돕는 생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오늘날의 교회는 바울이 세운 것이라고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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