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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마구간 성탄
많은 사람이 예수님의 마구간 탄생 사건을 특별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왕이 될 인물의 비천한 출생이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로마의 설립자 로물루스는 바구니에 담겨 티그리스강에 버려졌습니다. 강을 따라 흘러가다 팔라티노 부근 언덕에 걸려 멈춘 것을 늑대가 물어다 젖을 먹였습니다. 페르시아 고레스 대왕도 버려진 아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마구간 탄생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구간이 ‘왕’이신 예수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였기 때문입니다. 세상 영웅들은 비루한 곳에서 시작할지라도 화려한 왕궁으로 끝이 납니다. 그러나 예수의 삶은 마구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마구간부터 광야, 빈들, 선상, 동굴, 가난한 자들의 집을 거쳐 십자가에서 삶을 마칠 때까지 한순간도 예외 없는 낮아짐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마 8:20)고 하셨나 봅니다.
변하지 않는 자기부인의 삶이야말로 예수가 왕 중 왕이신 이유입니다. ‘마구간 성탄’은 기독교가 향해야 할 곳,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가리키는 놀라운 메시지입니다. 마구간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여야 합니다.
오연택 목사(대구제일성결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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