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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르의 풀베르투스의 기도] 처음이요 나중이시고


1.
처음이요 나중이시고, 부활이요 생명이시며,
죄인들을 위하여 생명을 내어 준 완전한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을 예배하고 당신을 기리고 당신 이름을 큰소리로 찬양합니다.
저는 당신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구원해 주시고 자유롭게 해 주신 자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당신은 죄의 노예였던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고약한 죄인이며
저의 모든 행동이 쓸데없고 사악하다는 느낌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불타는 사막의 메마른 모래 같고
감옥에서 시들어가는 죄수 같습니다.
선한 이들이 저를 도우려 하고
저 또한 그들이 당신께 보상받기를 기대합니다만,
저들의 선함이 저의 나쁜 감정을 가라앉혀주지는 못합니다.
참을성 있는 이들이 저에게 길을 가리켜 주려고 합니다만,
제가 너무 고집이 세어서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습니다.
겸손한 이들이 저를 섬기려 합니다만,
제 교만이 그 섬김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합니다.
저에게 사악함의 짐을 벗겨 주시고,
제 고집을 꺾으시고, 제 교만을 뿌리뽑아주십시오.
생명까지 내어주는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하시고
저를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2.
무엇을 어찌해야 할는지 알 수 없어서,
어떻게 하면 평화를 찾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몰라서,
사랑하올 예수님, 이렇게 당신 가까이 나아갑니다.
주교직을 받아들인 것이 아무래도 성급한 처사였던 것 같군요.
맡겨주신 양들에게 유익은 관두고 오히려 해를 입힐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훌륭한 누군가에게
주교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자리에 오른 것이 무슨 명문 귀족 출신이거나
재물이 많아서가 아이었음도 저는 알고 있지요.
그래서 저처럼 가난하고 비천한 집안 출신을 주교로 뽑으신 것이
당신의 선택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님! 비록 죄 많은 몸이지만 당신의 분명한 표지(sing) 없이는
주교직을 내어놓지 않겠습니다. 저에게 표지를 주십시오.


3.
당신이 우주를 지으신 그 세월에 견주어
우리의 한 평생이란 얼마나 짧은 순간인지요.
당신이 지으신 우주의 방대함에 견주어
우리 자신은 얼마나 왜소한지요.
당신이 지으신 우주의 복잡함에 견주어
우리가 아는 세계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요.
우주를 지으신 당신의 천재에 견주어
우리의 두되는 또 얼마나 모자라는지요.
그런대도,
우리 삶의 갈피갈피에, 우리 안에, 당신은 계십니다.


4.
당신은 우리 하나하나를 온전하고 한결같은 눈으로 지켜보십니다.
우리의 관심사를 곧 당신의 관심사로 삼으로십니다.
우리의 어리석음을 끝없이 참아 주십니다.
저의 감사라는 것이 당신의 크심에 견주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잘 압니다만,
그래도 제 마음을 모아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
<Fulbert of Chartres 960-1028>
북부 프랑스 농업 지방에서 태어나 사르트르 주교가 된 풀베르투스는 재치있는 설교와 철학적인 언변으로 이름을 얻었다. 비록 겉모습으로는 오만하고 건방지게 보일 때가 있었지만, 그의 기도에는 자신의 비천한 출신과 세속적 성공의 덧없음에 대한 예민한 자각이 배어있다. -월간<풍경소리 제98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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