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동백 2002.4 


[꽃편지26] 동백꽃


동백꽃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떨어지는

          

제가 본 동백꽃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동백은 영암 도갑사에서 월출산을 오르며 길바닥에 마치 누군가가 고통의 각혈을 해 놓은 핏덩이처럼 군데군데 떨어져 있던 동백꽃이었습니다.... 음
동백꽃은 가장 화려하고 예쁜 순간 그냥 다 부질없다는 듯이 뚝뚝 떨어져 버립니다. 수많은 꽃 중에서 떨어진 꽃이 예쁜 것은 동백꽃 밖에 없지 싶습니다.
나 어렸을 때 동네에 ‘동백 아저씨’라는 분이 살았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경찰’이었다는데 어쩌다가 동네 머슴이 되어 전전하다가 느닷없이 죽어서 공동묘지 입구에 평토장 되어버린 사람, 술 한잔 들어가며 멋지게 ‘동백 아가씨’를 부르던 동백을 닮은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미련 없이 떨어지는 꽃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