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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튼의 기도] 우리는 당신과 하나입니다.
1
처음부터 당신 안에서 도달한 길을
얼마나 멀리 당신 찾아 걸어야 했던가요.
오, 하나님.
이제부터 제가 말 할 상대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아무도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요.
제가 지금 당신의 빛 안에 머물고 있는 이 구름 안으로
그러니까 지금 제가 그 안에서 길을 잃고
어리둥절해하는 당신의 어둠 안으로
이 땅의 다른 어느 누구도 데려올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기쁨인 당신의 고뇌에 대하여
당신을 얻음인 저의 상실에 대하여
당신에게로의 도달인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짐에 대하여
당신 안에서의 태어남인 저한테의 죽음에 대하여
저는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에 대하여 아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것이 끝났기를
그것이 시작되었기를 제가 바란다는 사실 뿐입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모순으로 만드십니다.
당신은 사람 없는 땅에 저를 혼자 두십니다.
저로 하여금 온종일 나무들 사이로 오르내리게 하시며
거듭거듭 한 말씀만 하십니다.
“홀로, 홀로”
당신은 저를 돌려놓으시고 세계를 발 앞에 던지며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등지고 나를 따라라”
시끄러운 제 마음을 기둥 뒤에서 무릎 꿇게 하셨습니다.
성 요셉 축일에
서른 세 살 나이로 종신서약 하고 부제 서품을 받기 전
당신은 저에게 홀로 있으며 묵상으로 살아가기 위해
세상에 대한 모든 동경을 버리라고 하셨습니다.
글을 쓰거나 철학을 강의하거나
수도원 주변에 잡다한 일을 함에 있어서
모든 것을 윗사람 지시에 따르라고
하루 네 차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설교하는 일도
그만 두어야 할른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아무 하는 일 없어도
새벽 두 시에 일어나 밤 일곱시까지 저는 종종걸음을 쳐야 합니다.
2.
오, 하나님.
우리는 당신과 하나입니다.
당신이 우리를 당신과 하나로 만드셨어요.
우리가 서로에게 자기를 열어놓으면 당신이 우리 안에 거하신다고
그렇게 당신은 우리를 가르치셨습니다.
이 열려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온 마음으로 그것을 위해 싸울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서로가 서로를 부인하고 거절하는 곳에는
그 어떤 이해도 있을 수 없음을 깨닫도록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오, 하나님.
서로를 온 마음으로, 충만하게, 남김없이 받아들일 때
우리는 당신을 받아들이고 당신께 감사하고
당신을 숭배하고 온 몸과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있음이 당신의 있음 안에 있고
우리의 영이 당신 안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즉 우리를 사랑으로 채워 주십시오.
서로 다른 길을 걸어도 사랑으로 결속되게 하시고
당신을 세상에 현존케 하시는 한 분 영 안에서 하나 되게 하십시오.
사랑이 모든 것을 극복합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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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Merton 1915-1968>
머튼은 불우한 소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내고 나서 카톨릭으로 개종하여 스물여섯살에 캔터키의 트라피스트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에게 카톨릭교회가 처음에는 편협하고 엄격한 곳이었지만 수도원에서 영성수련이 깊어질수록 신앙의 지평이 넓어졌다.
-월간<풍경소리 제99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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