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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s://news.khan.kr/t18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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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에게 1
너의 집은 어디니?
오늘은 어디에 앉고 싶니?
살아가는 게 너는 즐겁니?
죽는 게 두렵진 않니?
사랑과 이별, 인생과 자유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늘 물어볼 게 많은데
언제 한 번 대답해 주겠니?
너무 바삐 달려가지만 말고
지금은 잠시 나하고 놀자
갈 곳이 멀더라도
잠시 쉬어가렴, 사랑하는 나비야
나비에게 2
너는 항상 멀리 날아야 되니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할 적이 많지?
사랑의 먼 길을 떠나는 나도 그렇단다
백일홍 꽃밭에 잠시 쉬러 온 네게
나는 처음부터 사랑을 고백한다
샛노란 옷을 입고
내 앞에서 춤을 추는 너를 보는데
가슴이 뛰었단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너는 이미 알고 있지?
나의 눈물도 너는 보았지?
내가 기쁠 때 함께 웃어다오
내가 힘들 때는 작은 위로자가 되어다오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에서
한참 어린 예비수녀 시절, 산에서 소나무를 전지해 어깨에 지고 내려오는 노동이 힘들어 나는 원장님을 찾아가 밖에서 일하는 법을 좀 배워서 다시 들어오고 싶다고 청한 일이 있습니다. 눈이 파란 원장님은 서툰 한국말로 “자매의 빨래번호도 88번이니 나비 모양을 닮았네. 일이 서툴러도 실망하진 말고 남에게 기쁨을 전하는 ‘나비’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하면서 나를 돌려보냈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나 자신은 그리 아름다운 나비가 되지 못했어도 어쩌면 내가 빚어낸 시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나름대로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나비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나의 글방 앞 꽃밭에는 하얀나비, 노란나비, 호랑나비 등 많은 종류의 나비들이 놀러오기에 나비를 향해 러브레터처럼 가볍게 쓴 시들이 몇개 있습니다. 나비무늬가 새겨진 손수건, 컵, 카드, 스티커들을 모으니 친지들이 기억했다 사다 주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나비와 바다를 낭만적으로만 노래하기엔 이 땅의 봄에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에 슬픕니다. 2002년 4월15일 김해 돗대산 부근에서 일어난 중국민항기 추락사고, 2014년 4월16일 일어난 세월호 사고의 수많은 희생자들을 먼저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잔인한’ 슬픔의 봄입니다.
내일은 5년 전의 그날, 죄 없는 어린 학생들과 어른들이 배에 탔다가 돌아오지 못한 날, 그들을 살릴 수 있는데도 살리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운 실수를 평생 참회해야 할 날입니다. 그 이후로 세월, 바다, 배라는 단어가 전과는 다르게 살아옵니다. 나비를 닮은 노란 리본을 게시판에 붙여두거나 가방에 달고 다니는 수녀들도 많습니다. ‘시간은 어떻게든 흐르네요. 이제 봄은 평생 슬픈 계절이 될 것 같아요.’ 배 안에서 제일 먼저 구조요청을 했던 최덕하군의 엄마인 상희씨와 문자를 주고받던 오늘. 시신을 찾지 못한 5명의 희생자와 유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실종자들을 안타깝게 찾고 있을 때 우리는 특별 기도지향으로 한 사람씩 이름뽑기를 했는데, 나는 아들이 사는 제주도에 가다 희생당한 이영숙님을 뽑았는데 3년 만에 그를 찾은 날은 얼마나 기뻤는지! 그의 아들에게 연락하여 만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유족들에겐 이 봄이 얼마나 슬플까요? 특히 오늘과 내일은 우리 모두 중국민항기 사고, 세월호 사고로 죽은 이들과 유족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이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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