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티일기393】관악산삼성산 11국기봉 등산

 

7월 19일 밤에 아내가 조치원역까지 태워다주어서 열차를 타고 영등포에 도착하여 전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 까지왔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주변에 찜질방이 네 개가 검색되어 그 중에 남성전용찜질방을 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수놈들만 모아서 벗겨 놓으니 정말 눈뜨고는 못 봐 줄만큼 가관이었습니다.  밤새 시끄러워서 한숨도 못잤습니다. 전용으로 오면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정말 달랐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남녀공용으로 가야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뜬눈으로 네시간을 보내다가 차라리 밖이 더 나을 것 같아 5시쯤 산행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5시부터 산행을 시작해도 되는데, 안산에서 첫차 타고 오실 김종천 목사님이 도착할 시간은 6시 30분! 그래서 서울대입구역 3번출구 롯데시네마 앞 계단에 앉아 사람구경 좀 했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갔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은 역시나 등산을 하기 위해 배낭을 맨 사람들이었습니다. 길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사람들, 김밥이나 토스트를 만들어서 파는 사람들, 간혹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다들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입니다.
 6시 30분에 목사님이 도착하여 햄버거로 아침요기를 간단히 하고 버스를 타고 서울대입구로 갔습니다. 편의점에서 초코파이 한 상자와 물을 사서 가방에 넣고 드디어 7시 5분에 삼성산관악산 11국기봉 종주를 시작하였습니다.
 국기봉은 누가 언제 왜 설치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찾아도 그런 내용을 알려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산꾼들이 11국기봉 종주를 꿈꾸며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 11국기봉을 모두 돌면 삼성산 관악산을 구석구석 모두 한바퀴 도는 셈입니다. 총 길이는 22km 그런데,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다가 국기봉 도전 3번만에 성공한 어떤 분이 준비 없이 그냥 갔다가는 100% 실패한다는 내용의 글을 봤습니다. 국기봉 길 안내판이 전혀 없어서 완전히 직감으로 찾아야 한다는 충격적인 사실! 저는 그분이 사진까지 찍어서 자세히 안내해 놓은 자료를 A4용지로 40페이지를 프린터했습니다. 아마도 이 자료가 없었다면 국기봉을 몇 개 못 찾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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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옥문봉

첫 번째 국기봉인 '옥문봉 국기봉'부터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관악산둘레길 이정표 아래 누군가 매직으로 써놓고 화살표를 해놓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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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칼바위봉

 두 번째 칼바위능선 국기봉은 높은 바위 끝에 있어서 가까이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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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주동산

 세 번째 민주동산 국기봉은 10명중에 아홉명은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가다가 거울이 있는 곳에서 무조건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글을 보고 거울을 찾으며 산을 올랐습니다. 거울은 없었습니다. 누군가 깨뜨려서 유리조각만 있었습니다. 덕분에 무조건 오른쪽으로 가서 쉽게 국기봉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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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깃대봉

 네 번째 깃대봉 국기봉은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위험한 곳이라 합니다. 안내판이 없어서 정말 직감으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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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산(477m)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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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삼성산깃대봉

 다섯 번째 삼성산 상불암위 478국기봉은 멀리서도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국기를 보며 찾아가 사진을 찍고 가지고 간 점심을 먹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삼성산 국기봉 5봉이고 이제는 산을 내려간 다음 건너편에 있는 관악산으로 올라가 6봉-11봉을 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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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육봉

 중간에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하고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숨겨진 관악산의 비경을 구경하면서 불성사를 향했습니다. 자그마한 절인 불성사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서둘러 불성사 뒷산인 육봉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이때부터 산에 얼마나 사람들이 많은지 구석구석 그야말로 바글바글바글바글... 안양쪽에서 사람들이 육봉의 국기를 보고 올라온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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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팔봉 국기봉

  순서는 일곱번째인데 이름은 팔봉인 팔봉국기봉을 찾는다고 완전 기운을 다뺐습니다. 지도상에서 팔봉은 능선을 타고 1km쯤 내려가는 지점이었습니다. 무조건 바위를 타고 곡예를 하면서 내려갔지요. 그런데 국기봉은 안 보이고 다리는 아프고... 상당히 많이 내려간 다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가 내려오기 시작한 그 지점에서 야속하게도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지도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곳에 국기봉이 있었습니다. 다시 죽어라고 내려왔던 길을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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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학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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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바위 반쪽 태극기

 여덟번째 학바위 능선 국기봉은 연주암 방송탑 아래까지 와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학바위 국기봉 방향을 물으니 "우리는 관악산이 손바닥이지... 그동안 천번도 더 올랐을거야" 그대로 쭉 내려가면 서울대 후문이 나온다고 하면서 방향을 가르쳐 줍니다. 바위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학바위 국기봉을 찍고 다시 기어 올라와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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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자운암

 아홉번째 자운암능선 514국기봉은 관악산 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축구공 아래로 긴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구조물 밑으로 들어갑니다. 상당히 먼 곳에 국기가 펄럭이는 것이 보여 "우와... 저기가지 갔다가 다시 올라오는거야?"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갔습니다. 갔다가 사진을 찍고 올라왔습니다. 벌써부터 몸 안의 에너지는 다 고갈되어 지금 거의 아무생각 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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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산(629m) 정상

  열번째 낙타바위국기봉은 지금부터 사당역까지 계속 내리막길 중간에 있어 마음이 편합니다. 그런데 관악산 정상에서 사당역 방향으로 가는 이정표가 아무리 찾아도 없었습니다. 여기인가? 하여 갔다가 길이 막혀 돌아오고, 저기 인가? 하여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오아...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의 직감을 믿는 수 밖에..." 연주암 내려가는 길에 왼쪽으로 나무데크길이 있어 타고 내려가니 마당에 풀이 가득한 작은 절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질금질금 내리는 비를 맞으며 무심코 나무 사이로 난 길로 열심히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내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볼펜으로 써서 나무에 붙어놓은 사설이정표(?)에 이 길은 과천향교방향으로 간다고 되어 있네요. 뜨아! 지금 우리가 사당역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었어? 우리는 맨붕상태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마당에 풀이 가득한 절에서 위쪽으로 희미한 길이 나 있는데 그 길로 가야 된다고 되어 있네요. ㅠㅠ)
 "목사님 오늘은 산이 우리를 여기까지만 허락하는가 봅니다. 그냥 내려갑시다." 그래서 허탈한 마음으로 과천향교까지 내려와서 산행을 마쳤습니다. 10-11봉은 아쉽게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상당히 많은 산을 올랐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당황해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한해에 700만명이 찾는다는 관악산에서 제대로 된 이정표가 없어 길을 잃다니... 다시 찾고 싶음 마음이 싹 없어지네요. 오늘 산행은 트랭글 기록으로 총 20키로미터 10시간 30분 걸렸습니다. 과천역 화장실에서 가지고 간 옷으로 갈아입고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 땀 냄새를 파스냄새로 위장하고 서울역으로 와 기차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최용우 2013.7.20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