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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 출처 : | https://news.khan.kr/SM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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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한 일도 없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보내시다니요!
내내 부끄러워하다가
다시 생각해 봅니다
꽃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다시 친구가 되는 거라고
우정과 사랑을 잘 키우고 익혀서
향기로 날리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꽃잎마다 숨어 있는 거라고
꽃을 사이에 두니
먼 거리도 금방 가까워지네요
많은 말은 안 해도
더욱 친해지는 것 같네요
꽃을 준 사람도 꽃을 받은 사람도
아름다운 꽃이 되는 이 순간의 기쁨이
서로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군요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침묵 속에 향기로워 새삼 행복합니다
- 시집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시인에게는 무엇보다 꽃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우리 수녀원을 방문할 때면 많은 지인들이 나에게 꽃을 사들고 옵니다. 동네 꽃집을 찾느라 약속시간이 늦으면 왜 하필 꽃에 집착하느냐고 빵이나 음료수를 사면 더 간단할 텐데…라고 잔소리도 종종 하지만 그래도 꽃을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공동체가 아니라 내 개인 이름의 리본이 달린 화려한 난 화분을 받으면 살짝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보낸 이의 그 마음을 헤아리며 일단은 감사부터 하리라 마음먹습니다.
그래서 이 시는 꽃을 받은 사람으로서의 아름다운 책임감과 일종의 ‘사명선언문’ 같은 마음으로 적은 것이기도 합니다.
교도소에서 나의 답장을 받고 기뻐하던 어느 재소자가 출소해서 제일 고운 장미를 보내고 싶었다며 특별항공으로 보내준 흑장미 백송이도 기억에 남고, 강원도에 사는 어느 독자분이 택배로 보내준 국화의 향기도 아름답게 기억됩니다. 신간 도서 사인회장에서 하얀 안개꽃 다발을 전하려고 끝까지 기다려준 어느 청년의 미소는 꽃보다 더 은은하게 아름다웠습니다.
꽃을 배달시킬 때 시 한 편을 장식으로 얹어오거나 새로 나온 책을 곁들여 고운 메시지와 함께 보내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래전 여름, 제주의 어느 성당에서 특강하고 나오니 교우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메모를 끼워 준 7개의 꽃다발은 지금도 잊히질 않습니다. 직접 키운 노란 장미이니 예쁘게 봐달라는 어느 주부의 편지, 스스로 생을 마감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유명 배우의 사진엽서에 빼곡히 글을 적은 어느 여고생의 편지 등. 꽃다발에 얽힌 추억담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살면서 어떤 사소한 일로 오해가 빚어져 슬프거나 우울한 순간들이 올 때는 내가 꽃을 받았던 날의 추억과 기쁨을 꺼내 음미하며 빙그레 웃어보곤 합니다. 사계절 내내 자기 차례를 인내롭게 기다리며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처럼 모두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꽃마음의 온유함을 닮을 수 있는 은총을 구합니다. 그리고 누구에게 꽃이 되라고 주문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한 송이 꽃으로 사랑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고운 꽃을 받은 날 곱게 물들었던 기쁨과 순수의 그 꽃마음을 새롭게 기억하면서, 오늘은 허브밭을 가꾸는 친구 수녀와 함께 꽃차를 마시며 꽃시를 읽어주고 싶습니다.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우리 모두 꽃이 됩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작은 평화. 작은 위로/ 슬며시 피어납니다…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누구도 남의 흉을 보지 않네요/ 죄를 짓지 않네요’(이해인의 시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에서)
이해인 수녀 /2019.5.26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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