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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 출처 : | https://news.khan.kr/8h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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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떠세요?
누군가 내게 묻는
이 평범한 인사에 담긴
사랑의 말이
새삼 따뜻하여
되새김하게 되네
좀 어떠세요?
내가 나에게 물으며
대답하는 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평온하네요-
좀 어떠세요?
내가 다른 이에게
인사할 때에는
사랑을 많이 담아
이 말을 건네리라
다짐하고 연습하며
빙그레 웃어보는 오늘
살아서 주고받는
인사말 한마디에
큰 바다가 출렁이네
-시집 <희망은 깨어있네>에서
‘좀 어떠세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눈만 뜨면 수없이 많이 들어왔던 이 말이 요즘은 문득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워낙 침묵과 절제를 강조하는 수도원에 살다보면 필요한 침묵조차 때론 거룩함을 위장한 무관심으로 여겨져 서운할 적이 있습니다.
원내에서 어떤 행사를 주관해서 마치고 방으로 들어올 때, 밖에서 볼일 보고 며칠 만에 집으로 들어올 때 동료가 건네주는 간단한 인사말 한마디가 때로는 피곤을 풀어주는 위로가 되며 따뜻한 힘을 실어주곤 합니다.
어느 날 제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데 마침 후배수녀 한 명이 지나가길래 도움을 청하려고 부르려는데 그는 저를 외면하고 쏜살같이 저녁기도 종소리가 들리는 성당을 향해 언덕길을 올라갔습니다. 그 다음날 저는 그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기도에 늦지 않으려는 그 마음은 잘 알겠는데 그래도 먼길 떠났다 오는 이에게 이제 오느냐고 묻고 엘리베이터 타는 데까지만이라도 가방을 같이 들어주었으면 너무 기뻤을 것이라고.
그는 미안하다면서 저를 얼핏 보긴 했으나 성당가야겠다는 마음만 급해서 인사할 여유가 없었노라고 말했습니다.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저도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 옆사람의 필요에 깨어있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뒤늦게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 안타까움!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인사말을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뇌수술하고 퇴원해서 겨우겨우 걸어다니는 후배수녀에게, 약간의 치매로 말문을 닫고 미소만 띠는 선배수녀님에게,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고 상심하는 어느 지인에게, 그리고 바로 며칠 전 복잡한 가정사를 고백하며 울먹이다가도 미래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환히 웃어주던 어린 학생 독자에게 좀 어떠냐는 안부 인사를 다시 전해야겠습니다. 말이나 글로 평범하지만 뜻깊은 인사말의 위로를 전하다 보면 제가 앞으로 어떻게 그들을 도와야 할지 좀 더 구체적인 애덕의 방법도 떠오를 것이라 믿습니다.
요즘도 일상의 길 위에서 각자의 몫을 다하며 수고가 많으실 여러분께도 ‘오늘은 좀 어떠세요?’라고 묻고 싶습니다. ‘힘 내세요!’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해인 수녀
경향신문 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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