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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

한재욱 목사............... 조회 수 277 추천 수 0 2020.02.24 22: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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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무승부


“가후쿠-가마족으로 구성된 두 팀이 축구 시합을 하면 무승부가 날 때까지 시합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무승부가 나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을 계속 경기했다.” 황진규 작가의 책 ‘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 중의 한 구절입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로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공동체 간의 차별이 아닌 공존의 세계를 구성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원주민들이 기를 쓰고 무승부를 내려고 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패자는 카운터로!” 탁구장 벽에 붙은 천둥 같은 이 한 줄. 탁구에서는 승패를 나눠야 하지만, 승패 없이 비기는 무승부가 잦아지면 삶은 더 풍요로워집니다. 승리만을 탐하면 인생에 패할 수 있습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질 수 있습니다. “이겼어? 졌어?” 이 흑백의 중간에 무승부가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특히 무승부가 좋습니다. 승부가 나는 순간 관계는 깨져갑니다.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느니라.”(잠 11:30) 사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무승부입니다. 부부싸움 무승부, 친구와 벌이는 시금털털한 시국 토론 무승부, 네가 내린 커피와 내가 끓인 라면 무승부, 상대의 홈그라운드에서 무승부, 라이벌 대결에서 무승부…. 냉엄한 승부보다 비김 수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재욱 목사(강남비전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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