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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한 이와 기도하지 못한 이들 -윤용 목사

묵상나눔 조한빈잉............... 조회 수 59 추천 수 0 2020.04.07 23: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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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한 이와 기도하지 못한 이들]

(마가복음 14:43-52)


1. 기도한 이


주님은 기도하셨다.
기도는 잘 아는 바대로 '주님과의 대화'다.
주님은 습관을 따라 기도하셨고
십자가 지기 전 마지막으로 겟세마네 기도를 하셨다.

기도를 했다면 상황이 바뀌어서
고난도 피해가고 슬픈 일도 사라지고
고통과 아픔의 환경도 물러가야 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겠지만,

기도하신 주님에게 일어난 일들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가룟 유다의 배신을 겪으셔야 했고
폭력을 모르는 주님이 칼과 몽둥이의 위협 가운데
잡혀가셔야 했고
모든 제자들이 도망치고 혼자 되는 고통도 겪으셔야 했다.

도대체 기도는 왜 하신 것일까?
기도한 효과가 하나도 없는 것 아닐까?
그러나 주님께 기도의 효과는 확실했다.

(막 14:48-49, 새번역) [48]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강도에게 하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나왔느냐? [49] 내가 날마다 성전에 너희와 함께 있으면서 가르치고 있었건만 너희는 잡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 말씀을 이루려는 것이다."

주님의 기도의 효과는
분노나 두려움 등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야 마땅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말씀'으로 뚫고 나가셨다는 것이다.

배신당하고 억울하게 잡혀가고
수제자라 말할 수 있는 베드로는 칼고 대적하려 하고
자신은 목숨을 빼앗겨야 하는 상황 속으로
담담히 걸어가실 수 있는 담대함이
주님의 기도의 효과였다.


2. 기도하지 않은 이들


제자들은 기도하지 않았다.
아니 기도하지 못했다.
그들은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었다.

그 결과 그들은 어떻게 했을까?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팔았고
베드로는 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덤볐고
결국 제자들 모두는 예수를 버리고 도망치고 말았다.

그런 중에 성경을 기록한 마가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묘사했다.

(막 14:51-52, 새번역) [51] 그런데 어떤 젊은이가 맨몸에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이 그를 잡으려고 하니, [52] 그는 홑이불을 버리고, 맨몸으로 달아났다.

무겁고 두렵고 암울한 이 상황 속에서
한 젊은이가 알몸으로 도망치는 이 장면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메디 같다.
그 젊은이는 당연히 마가 자신일 것이다.

일촉즉발의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홑이불을 버리고 알몸으로 도망친 이 사건을
마가는 왜 이렇게 분명하게 기록했을까?

기도하지 않고 결국 도망쳐버린 제자들과
홑이불 버리고 알몸으로 도망친 자신이
전혀 다르지 않음을 말하기 위함이었으리라.

베드로의 제자였던 마가인데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찾아오자
가장 찌질한 모습으로 도망치고 말았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람은
예수님 팔아 먹은 가룟 유다도 아니고
칼을 휘두르며 설쳤던 베드로도 아니고
발가벗고 도망친 마가 자신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었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말씀에 관심이 없어진다.
하나님과 대화하는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은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성경이 자신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어서
자신의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두려움에 함몰되고 슬픔에 무너지고
아픔에 쓰러지고 고통에 넘어져서
자신이 걸어가야 할 본연의 길을
결코 보지 못하게 된다.

그 사실을 모든 제자들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3. 기도해야 할까?


그럼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분명해지는 것 같다.
기도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기도해야 한다.'라는 결론이
합당한 결론일까?
그렇게 단순한 문제라면
주님이 고난당하고 죽으실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기도하라고 하시고 기도를 훈련시키시고
기도의 삶을 강제로 시키시고
하루에 몇 시간씩 기도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기도하지 않는 제자는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제자들과의 공동체 삶을 살아가시기만 하면 되었으리라.

그런데 주님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기도하지 않는 제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라고 하시고,
그럼에도 계속 잠을 자는 제자들에게
"이제 자고 쉬어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주님은 잡히시고 끌려가시고
십자가를 향한 길을 걸어가셨다.
어쩌면 주님이 제자들을 버리고
죽음의 길을 가는 듯 보이는 이상한 상황으로 가신 것이다.

기도라는 행위를 하는 것이
제자도의 핵심이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제자도의 핵심은 전혀 다른 것에 있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 기도하는지,
매일 큐티하는지,
예배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지,
성경은 하루에 몇 장씩 꼭 읽는지,
성경구절 암송을 빠지지 않고 잘 하는지 등을
열심히 체크하면서 시키는 것이
이 시대 대부분의 제자훈련 과정이다.

그 과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중요한 개념을 놓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제자들이 모두 도망갔다는 사실,
심지어 마가는 발가벗고 도망쳤다는 사실이다.
즉 실패의 제자도를 놓쳤다.

제자는 성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패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도를 잘 해서 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기도하지 않아서, 기도하지 못해서
무너지고 넘어지고 도망치는
그 처절하고 비참하고 비루한 자신을
적나라하게 직면하는 과정이 제자도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기도가 중요하지만
기도만 훈련한다고 해서
제자가 될 수는 없다.

말씀묵상이 중요하지만
말씀묵상만 훈련한다고 해서
제자가 될 수도 없다.

이 모든 훈련이 필요하지만,
제자도에서 피할 수 없는 핵심은
자신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찌질하고 비루한 존재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이리라.

마가는 아마 홑이불을 결코 잊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찌질함을 대변하는 그 홑이불을
끝까지 기억하고 또 기억했으리라.
그래서 자신이 얼마나 비루하고 찌질한지를
끝까지 잊지 않았으리라.
그것이 참된 제자됨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4. 나는?


젊은 날에 속했던 공동체에서는
기도 훈련을 참으로 빡세게 시켰다.

새벽 1시에 전교인이 자기 처소에서 기도해야 했고
월요일에는 정기적인 구국기도 모임을 가졌다.
2~3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예배하고 기도하는 모임이었다.

그런데 나는 새벽1시 기도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시계 맞춰놓고 깨어서는 계속 졸기만 하다가
다시 잠에 빠져들곤 했다.

그런데 그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열심히 기도했다.
1시 구국기도 때 얼마나 열심히 기도했는지,
그 때 얼마나 많은 은혜를 받았는지를 나누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한없이 열등감에 빠졌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시점이 되면서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던 분들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기도 많이 하고 은사가 많았던 분들이
이상하게 타락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었다.

그 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지금 나는 목사가 되어있다.
이제는 그 때 그 사람들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것 같다.

온라인으로 말씀묵상 세미나를 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인원이 참석했고
참석하신 분들이 남겨주신 피드백은
참으로 은혜가 되고 위로가 되었다.
감사로 충만한 마음이 되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가면서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마음에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갈급해졌다.

목사님 몇 분과 교제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분명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마음이 이상하게도 깊은 만족이 없었다.
그건 분명 갈급함이었다.

사역에 열매가 나왔고 그걸로 행복했는데
왜 나는 이토록 갈급한 것일까?
잠을 잤는데,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잠을 깼다.

다시 잠을 청해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잠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음을 알았다.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켜고 말씀을 펼쳤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오늘의 본문을 읽었다.
처음엔 맹숭맹숭한 그 본문을 읽고 또 읽었다.

서서히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말씀이 하나하나 마음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가룟 유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요,
칼 들고 설친 베드로가 나 자신이요,
알몸으로 도망친 마가를 읽으며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그렇다. 나는 비겁하고 비루하고
그러면서 혈기를 부리고
그러다가 나에게 손해가 될 상황임이 파악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런 존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그런 나 자신이 사역에서 조금의 열매가 맺혔다고 해서
그 성공에 잠시 취해 있었음을 발견했다.

이런 내가 참 부끄럽다.
이런 내가 참 슬프다.
감사하게도 그런 상태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갈급한 마음을 갖고 말씀 앞으로 나아왔다.

말씀이 있어서 나의 죄와 비루함이
이렇게 드러난다.
말씀을 통해 주님과 대화할 수 있어서
나의 찌질함을 다시 직면한다.

나의 작은 성공이,
나의 작은 열매들이
나로 제자답게 만드는 것이 전혀 아님을
다시 확인한다.

그건 나의 성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주님이 자신의 백성을 세워가시는 과정에서
나를 도구로 잠시 사용하셨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비루하고 찌질해서
주의 긍휼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하고 불쌍한 존재일 뿐이다.

말씀 속에서 만나는 가룟 유다와
베드로와 마가를 통해서
나의 비루함과 다시 직면하고서야
나는 주의 긍휼에 온전히 기대는 마음이 된다.

나의 성공과 실패가 아무 것도 아님을,
나의 비루함과 찌질함을 잊지 않고
주의 긍휼에만 온전히 기대는 그 마음이
나에게 유일한 생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무리 열심히 기도한다 해도,
아무리 열심히 말씀을 묵상한다 해도,
아무리 열심히 사역을 한다 해도,
그 모든 것을 통해서 자신의 찌질함과 비루함을 잊어버린다면
그 모든 것들은 헛것이 되고 만다.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고 사역하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찌질함을 다시 발견하고
주의 긍휼에만 온전히 기대는 마음이 되어야만
그 모든 경건의 훈련들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교회 성도께서 나에게 따뜻함을 전해오셨다.
너무 감사했다.
나 같은 찌질한 사람에게 베풀어주시는
이런 따뜻함은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하다.

나의 찌질함을 결코 잊지 않아서
주의 긍휼에만 기댈 뿐 아니라,
나에게 베풀어지는 작은 따뜻함에 대한
감사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길 기도한다.

혹시 배신 비슷한 걸 당해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작은 성공 비슷한 걸 경험해도
우쯜대는 마음이 되거나 교만에 빠지지 않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의 죄인됨을 결코 잊지 않길,
그래서 상황에 상관없이
그저 말씀의 길을 담담히 걸어갈 수 있길 간절히 소원한다.


윤용 목사 (말씀의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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