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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사나이

가족글방 최주훈 목사............... 조회 수 16 추천 수 0 2023.09.16 08: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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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나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유명한 동화입니다. 쥐 떼로 골머리 앓던 하멜른 사람들이 이국적인 복장의 한 사내를 고용합니다. 그는 온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술 피리 소리로 쥐들을 유인해 강에서 몰살시킵니다. 그것으로 도시의 문제는 해결됩니다. 그런데,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르다고 했던가요? 마을 사람들은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고, 이에 화가 난 사내는 그 도시 아이들에게 똑같은 마법을 걸어 동굴로 들어갑니다. 세 명의 아이만 돌아왔을 뿐 나머지 아이들은 그 후로 종적을 감추었다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 동화는 인간의 탐욕과 배신, 그리고 의무와 책임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는데, 아마도 13세기 독일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에 기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사라진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쥐를 통해 전파되는 흑사병 때문에 유래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이야기의 13세기 버전에는 쥐 이야기가 아예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사실은 남습니다. 이 동화가 사실이든 아니든,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사람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기다렸다는 점입니다. 흑사병이 휩쓸던 14세기뿐 아닙니다. 20세기 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시작된 변종 독감의 치사율은 총과 포탄보다 위협적이었습니다. 여러 나라 가운데 뒤늦게 참전한 미국만 예로 들어봅시다. 5년 남짓한 기간 이 병으로 사망한 미국인의 숫자가 67만 5,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1차 세계대전에 나가 죽은 미국 병사보다 10배나 많습니다.
최근에 우리도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코로나19가 출현했을 때 온 세계는 두려움에 질식당하며 이를 해결할 백신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기다린 것은 단순히 ‘백신’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전염병이 얼굴을 치켜 올릴 때마다 사람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기다리며 그에게 의지합니다.
즉, 혼란의 시대에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과 과감한 혜택을 내놓은 사람들이 그런 이들입니다. 레닌과 스탈린, 무솔리니와 히틀러도 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입니다. 알고 보면, 이들 모두 못 살겠다 갈아엎자던 사람들 손으로 불러들인 사내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퍼트린 이데올로기의 전염병은 세상의 미래를 동굴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과거라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20세기 경제공황, 최근 더욱 빈번해진 세계 경제의 전염병도 세상을 두렵게 만듭니다. 세상은 다시 피리 부는 사나이를 기다립니다.
난세의 영웅을 기다리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입니다. 하지만 피리 부는 사나이(들)에게 무턱대고 권력을 넘겨준 마을 사람들이 자기 자식들의 목숨을 대가로 치렀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는 약속한 돈을 주지 않은 시민들의 탐욕만 문제 삼지 않습니다. 다시 들어보면, 자기들이 해결 못 하는 일을 알지도 못하는 낯선 사람에게, 그것도 이국적인 색동 옷을 입고 신비한 피리를 분다는 이유만으로 마을의 운명을 맡겼다는 대목도 숨겨진 복선입니다. 이 동화는 아이들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국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교회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필연적으로 지도자를 기다리고 선택합니다. 단지 색동 옷이 멋져 보인다거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마술 피리 소리 같다고 단박에 홀려 지도자를 세운다면, 그 공동체의 운명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하멜른의 비극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다시 찾아옵니다.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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