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아버지들의 지게자국

무엇이든 4597 ............... 조회 수 715 추천 수 0 2004.01.05 00:22:00
.........
[안도현의 러브레터 156] 아버지들의 지게자국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손택수의 시 <아버지의 등을 밀며> 중에서

 어릴 적부터 시인의 아버지는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목욕탕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목욕탕에서 다정스레 함께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원망이 교차했겠지요. 돈을 아끼려고 목욕탕도 안 가는 가난한 아버지라고, 속으로 비난하며 입도 삐죽거렸겠지요.

그런데 아버지의 말년,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아버지를 병원 욕실에서 씻겨드리다가 등짝에 낙인처럼 찍힌 지게자국을 보게 되었던 겁니다. 자신 말고 남에게는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마치 누군가 후려친 채찍자국 같은 그 지게자국. 시인의 아버지는 지게뿐만 아니라 가난과 고통의 지게자국을 평생 등에 지고 사셨던 거지요.

지게자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는 등이나 어깨나 목덜미에 분명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상처가 있습니다. 그 아버지들의 상처를 생각하는 겨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8 무엇이든 채움과 비움 4725 2004-01-19 915
2937 무엇이든 풍수지리설과 한반도 ① 김진홍 2004-01-19 758
2936 무엇이든 사랑으로 오신이여!! 4724 2004-01-19 600
2935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285 2004-01-19 629
2934 무엇이든 십자가 지는 사랑 4722 2004-01-18 729
2933 무엇이든 따듯한 세상 4721 2004-01-18 726
2932 무엇이든 딱 한 사람 286 2004-01-18 747
2931 무엇이든 신학과 교회에서 진화론을 몰아내자!(34) : '화학진화'는 가능한 것인가?(히 1:11-12, 벧후 3:12-13) 장대식 목사 2004-01-18 684
2930 무엇이든 언제까지나 행복하여라 4720 2004-01-18 589
2929 무엇이든 행복의 파도소리 4719 2004-01-17 689
2928 무엇이든 행복의 비결은 284 2004-01-17 737
2927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꼬마지기 2004-01-17 1056
2926 무엇이든 오직 한분만 얻으면은 4718 2004-01-17 608
2925 무엇이든 말씀을 실천할 때! 4714 2004-01-17 587
2924 무엇이든 어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4713 2004-01-17 610
2923 무엇이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4711 2004-01-17 646
2922 무엇이든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283 2004-01-17 632
2921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김윤환 2004-01-17 916
2920 무엇이든 청년부에게 보내는 어느 전도사의 편지 채은희 2004-01-17 820
2919 무엇이든 항상 두려운 것은 ..... 4710 2004-01-17 600
2918 무엇이든 고양이 꼬리 4709 2004-01-17 890
2917 무엇이든 내게 온 그대의 행복향기 4706 2004-01-16 592
2916 무엇이든 ~척하기 참 어렵습니다 4705 2004-01-16 668
2915 무엇이든 리더의 인생 7단계론/ 김진홍 4702 2004-01-16 620
2914 무엇이든 최선의 것을 원하신다 282 2004-01-16 652
2913 무엇이든 단 둘이 사는 세상 4701 2004-01-16 751
2912 무엇이든 그리움이 있다는 것은 4700 2004-01-15 681
2911 무엇이든 안부 4698 2004-01-15 683
2910 무엇이든 니들 ... 나 없으면 병신이야 ...^^** 4697 2004-01-15 774
2909 무엇이든 미안해요. 사랑해요. 행복해요 4696 2004-01-15 686
2908 무엇이든 독도가 우리땅이 아닌 이유 4695 2004-01-15 769
2907 무엇이든 영화 속에 주인공처럼 4694 2004-01-15 678
2906 무엇이든 기록하고 잊어라 4693 2004-01-15 665
2905 무엇이든 나는 침묵하고 싶사옵니다. 4692 2004-01-15 698
2904 무엇이든 작심삼일(作心三日)/ 김진홍 4690 2004-01-15 606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