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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

칼럼수필 경향신문............... 조회 수 67 추천 수 0 2018.10.25 11: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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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


정은숙 | 마음산책 대표
2018.10.14


깜짝 놀랐다. 출판인으로서 ‘2018 책의 해’ 집행위원장으로서 얼마나 견고한 관념에 싸여 있었는지를 알았다. 나는 사람들이 ‘책이란 좋은 것’이란 명제에 모두 동의한다고 생각했다. 읽지 않는 사람도 시간이 없어서, 여러 상황상 못 읽는 것이지 언젠가 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책은 지적이고 감동적이고, 그러니까 좋은 것이니까.

 
얼마 전 포럼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은 국내 최초의 비독자 연구 발표였다. 왜 책을 읽지 않는지를 설문하고 심층 면담한 고려대 이순영 교수팀이 그동안의 연구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전국 17개 시와 도를 통틀어 10세 이상 가구원 1200명을 조사한 결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내적 요인은 ‘독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독서 의향이 낮은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취미에 해당하며 책을 읽어도 보상이 없고, 책보다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더 유용하다고 자신 있게 믿고 있었다.


물론 불립문자의 세계에 대한 의미도 알겠고 문맹 시대의 현자에 대해서도 경외감을 갖고 있었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종교적 차원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우리들은 적어도 책을 통해 진화하고 삶이 더 나아진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문학적 수사라고 치부하더라도 김연수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가 지금 좋아서 읽는 책들은 현재의 책이 아니라 미래의 책이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지금 읽는 이 문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고 굳게 믿었다. 지금도 믿는다. 어렵게 소화한 만큼 길게 남는 것, 거기에 스마트폰과 다른 미덕이 있다.


포럼 발표는 초등학생 때와 20대에는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입시와 취업 때문에 독서에 부담을 느끼고 멀어진 사람들을 어떻게 돌이켜야 하는지, 생애 독서 그래프를 온전한 모습으로 완성하게 만들려면 어떤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지, 하는 논의로 이어졌다. 독서에 대한 관심을 회복할 뾰족한 방법이 있겠는가. 교육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거시적 희망으로 논의가 귀결될 수밖에.


읽는 사람은 왜 읽을까. 예상대로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 독서가 습관이 되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같은 이유로 책이 버림도 받고 사랑도 받는 아이러니한 풍경.


포럼장을 떠나며 독서 습관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외로워도 슬퍼도 읽는 책들의 목록이 떠오른다. <행복의 시학> <야만인을 기다리며> <고독의 발명> <개인적 체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무한화서> <인생극장> 등 제목만 들어도 마음이 약간 구워지듯 노릇해지는 책들.


이 책들은 모두 인생에 관한 대화였다. 누구와 마음을 죄다 터놓고 인생 이야기를 해서 약점 잡힌 일들에 비하면 얼마나 안심이 되는 벗이고 체험이었는지. 지금도 정말 힘들 때는 사람 대신 책을 찾는다. 책은 뒤탈이 없고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추스른다. 덤으로 지식도 주고 아름다운 문장도 주니 평생 습관으로 길들여도 좋을 친구다.


책읽기의 습관은 책을 생활의 반경 안에 두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작정하고 책을 읽겠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수록 좋다. 운동처럼 생각하면 어떨까.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물리지 않을 만큼, 몸이 허용하는 만큼 누리는 ‘이기적인 즐거움’으로 생각한다면.


예를 들어 침대 머리맡에 가볍게 읽기 좋은 책, 식탁 앞에는 실용적이고 이야깃거리 풍성한 책 두어 권, 무엇보다 가방에 틈이 생기면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도록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한 권 정도 넣고 다니기만 해도 전혀 손대지 않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러기까지는 어쨌든 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몇 페이지만 읽어도 좋다는 마음, 저자가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 알고 싶다는 심정으로 충분하다. 그러다 욕심이 나면 인상적인 부분, 요점, 메시지를 메모하거나 감상을 적어본다. 그렇게 필기하는 순간 그 문장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와서 마음에 내려앉을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삶이 얼마나 크게 다른지는 모른다. 다만 책 읽는 생활이 좀 더 밀도 높은 일상을, 좀 더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덜 외롭게 만든다. 함께 읽으면 더욱 외롭지 않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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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142027015&code=990100#csidx4ed597e2701c0ac955425494a603d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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