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별별시선] 어떻게 벌써 잊을 수 있나

뉴스언론 정지은............... 조회 수 440 추천 수 0 2014.06.02 07:23:42
.........
[별별시선]어떻게 벌써 잊을 수 있나

 

지난 주말 세월호 희생자 추모위령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에 다녀왔다. 세월호가 제주로 떠났던 인천연안여객터미널 바로 옆 친수공간이었다.

경향신문
바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평온했고, 갈매기들이 날아다녔으며 날씨는 뜨거웠다. 땡볕에 열린 추모행사가 끝나고 만신 김금화 선생과 함께한 진혼굿은 4시간 넘게 이어졌다. 고령의 선생은 좀 피곤해보였지만 만신다운 위엄으로 모두를 이끌었다.

내일, 그러니까 6월3일이면 49재라는 것도 알게 됐다. 만신은 이 49재는 국상이나 마찬가지니 그들 모두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부탁하셨다.

하지만 그 씻김굿을 하는 내내 반대편에서는 ‘렛잇고’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환상의 ‘불꽃선상축제’ 티켓을 사라는 안내 방송과 영화 <겨울왕국>의 음악이 울려퍼졌다. 처음에는 몰라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노래와 방송은 난데없이 툭툭 튀어나와 공기 중에 떠돌았다. 노래는 다섯 번 가까이 갑자기 흘러나오다 끊겼고, 홍보 방송은 횟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명랑하게 만신들의 말씀에 끼어들었다. 참다 못해 “지금 뭐 하시는 거냐” 항의하자 당당하게 짜증을 낸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벌써 많이들 왔다 가셨다며 꿈쩍도 안 한다. 마이크를 잡고 있던 분과 옥신각신하고 있자니 책임자로 보이는 분이 “세월호 때문에 계속 영업을 못 했다.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할 것 아니냐”고 한다. 자기들도 음악은 안 틀기로 했고, 충분히 협조하고 있다는 거다. “음악 트는 게 무슨 협조냐”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아이를 데리고 나왔던 어머니 한 분이 거들고 나선다. “놀러왔는데 저런 걸 하고 있으면 우리 애가 무서워하지 않느냐”는 항의다. 결국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대답을 듣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홍보 방송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돌아오는데 문득 한 구절이 떠올랐다. “어떻게 벌써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얼마나 됐다고, 어떻게 벌써 그럴 수 있습니까.” 5월 광주에서 살아남은 소녀는 6월의 분수대가 뿜어내는 눈부신 물줄기를 견딜 수 없어 날마다 도청 민원실에 전화를 건다. 얼마 전 나온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 구절 위에 한 장면을 더 올려놓자. 세월호 추모 행사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이 연행되던 지난 5월18일, 나는 광화문광장에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 제34주년 기념 서울행사의 일환으로 전시 중인 다큐멘터리 사진과 백일장 수상작들을 지나쳐 광장 구석구석 빈틈없이 서 있는 경찰들 사이를 걸었고, 물이 뿜어져나오는 분수대 사이를 뛰어다니느라 홀딱 젖은 아이들의 신나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추모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금요일부터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을 다시 집어들었고 이 대목을 오래오래 곱씹었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잊었다는, 혹은 잊고 있다는 점에서 5월 광주와 세월호는 다르지 않다. 외면만큼 쉬운 게 없다고 하지만, 이건 외면이라기보다는 망각에 가깝다. 광주는 30년이 넘었지만 ‘세월호’는 한 달 조금 넘었을 뿐인데 이미 박제화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면 과장일까.

이미 수많은 대못이 유족들의 가슴에 박히지 않았는가. 더 이상 세월호가 5월 광주처럼 폄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할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테니까.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세월호의 유족들과 생존자들이 ‘상처받은 인간’ 대신 ‘회복하는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소설 <소년이 온다>를 권하고 싶다.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꽃 핀 쪽으로’ 당신을 잡아끌고 싶어서. 망각 대신 기억을, 체념 대신 행동을 약속하기 위해서.

<정지은 | 문화평론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02 무엇이든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우리의 삶에 참 평안을 드립니다 박은주 2014-06-23 633
9601 광고알림 기독교 캠프코리아 대학청년캠프 2014여름 안내 크리스천투데이 2014-06-23 595
9600 광고알림 제5회 중독심리치유공연 saip75 2014-06-23 386
9599 광고알림 6월KCP영성훈련학교(COST)): 안재홍 목사 치유세미나 밀알 2014-06-22 1019
9598 뉴스언론 [여적] 그들의 군대 이종탁 논설위원 2014-06-21 318
9597 뉴스언론 [기고]환경오염 피해구제 법률 뭉개지 말라 김홍균 교수 2014-06-21 360
9596 뉴스언론 [낮은 목소리로] 염치 김별아 | 소설가 2014-06-21 381
9595 무엇이든 [정제윤 목사] 롯의 인본주의 신앙관:동천교회(총공회) 박노아 2014-06-20 467
9594 뉴스언론 목사들의 망언과 신학적 단상 거북이 2014-06-20 432
9593 뉴스언론 목회자 1000인 선언 cyw 2014-06-20 761
9592 광고알림 (제11기) 은사사역자학교 (7월 7-8일) 주님사랑 2014-06-20 442
9591 광고알림 (토요일 오전 11시) 예언 상담 축사 치유 집회 주님사랑 2014-06-20 419
9590 뉴스언론 [야! 한국사회] 하나님과 공산당 이라영 집필노동자 2014-06-19 432
9589 뉴스언론 [경제와 세상]한국 보수의 경제사관 홍기빈 소장 2014-06-19 454
9588 뉴스언론 [녹색세상] 나쁜 꿈 황윤 영화감독 2014-06-19 471
9587 뉴스언론 [김상조의 경제시평] 삼성에 보내는 경고와 충고 김상조 소장 2014-06-19 601
9586 뉴스언론 [세상읽기] 망가진 국가, 살아 있는 국민 김윤철 교수 2014-06-19 352
9585 무엇이든 [토마스주남=거짓선지자] 거짓선지자가 많이 일어나 많은 사람을 미혹하겠으며..(by 마태복음 24:11) 박노아 2014-06-18 445
9584 뉴스언론 [한기호의 다독다독]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한기호 2014-06-16 421
9583 뉴스언론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5) 한글 홍윤표 2014-06-16 1039
9582 뉴스언론 [여적]하나님 김석종 논설위원 2014-06-16 384
9581 뉴스언론 [사설]1천만명이 월급 139만원도 못 받는 한국사회 경향신문 2014-06-14 424
9580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소득불평등, 1970년대 후반 가장 컸다… 오창민·박병률 기자 2014-06-13 719
9579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상·하 계층 자녀 대학 진학률 24%P 차이… [1] 임지선 기자 2014-06-13 845
9578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월 소득 139만원 미만 1000만명 육박… 김경학 기자 2014-06-13 497
9577 뉴스언론 [시론] 정부의 ‘의료법 위반’ 어디에 고발하나 우석균 | 보건의료단체연합 2014-06-13 432
9576 자료공유 [연세중앙교회] 베리칩은 666이 아니야! (by 윤석전) 박노아 2014-06-13 1188
9575 뉴스언론 [양권모칼럼] ‘바보 김부겸’을 위하여 양권모 논설위원 2014-06-13 653
9574 뉴스언론 [생태경제 이야기] 친환경 급식의 위력 우석훈 | 영화기획자 2014-06-13 315
9573 광고알림 미디어를 통한 사단의 문화전략과 전도스관회복 세미나 문화 2014-06-12 476
9572 뉴스언론 [경제와 세상] 경제학자들에게 보내는 격문 류동민 | 충남대 교수·경제학 2014-06-12 564
9571 뉴스언론 [이대근칼럼] 박원순·조희연의 서울 모델을 만들자 이대근 논설위원 2014-06-12 477
9570 뉴스언론 [녹색세상] 물러설 수 없는 ‘자동차 탄소전쟁’ 안병옥 소장 2014-06-12 449
9569 뉴스언론 [기고]포스트 세월호 한국 이성청 교수 2014-06-12 559
9568 뉴스언론 [박범신의 논산일기] 나쁜 권력의 습성 박범신 | 작가 2014-06-12 533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