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이대근칼럼] 박근혜 극장

뉴스언론 경향신문............... 조회 수 484 추천 수 0 2014.05.15 06:34:28
.........
[이대근칼럼]박근혜 극장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에 관해 몇 가지 알게 되었다. 그 하나는 의외로 공감할 줄은 모르면서 책임회피는 잘한다는 사실이다. ‘순수 유가족’ ‘70년 적폐’ ‘유언비어’. 이 용어만으로도 세월호 참사를 보는 시선이 보통 시민과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70년 적폐론은 ‘세월호 참사는 70년 전부터 쌓인 결과다. 내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의미다. 그는 주요 회의 때마다 유언비어로 사회가 불안하다고 주장한다.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민심이 흉흉한 건 나 때문이 아니라 유언비어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는 핵심을 파악할 줄 모르거나 정직하지 않다.

우리는 그가 정쟁 유발로 국면을 유리하게 이끄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 자리를 내놓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NLL 포기라며 1년 내내 소모전을 이끌던 이가 알고 있던 걸 박 대통령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쟁 그만두기를 바랄 때 박 대통령이 싸움을 거들고 은근히 부추긴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는 그가 이미지 정치에 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는 장관 여럿을 모아 놓고 가르치거나 잘못을 지적하며 고쳐주는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어떻게 혼자 빛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걸 위해선 순발력과 즉흥성이 뛰어나야 한다. 그는 그것도 잘한다. 어느 신문이 국가개조론을 제기하자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걸 받아서 반복했다. 공직사회를 질타하던 날에는 그날 아침 신문에 실린 ‘관피아’ 기사를 거의 그대로 되풀이했다.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개혁가 이미지로 바꾸고 책임 전가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관료에 의존해 국정을 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상황에 맞게 대사를 고치고 연기할 수 있느냐가 문제 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국제무대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핵안보가 의제였을 때다. 북핵 문제로 핵의 위험성을 부각하면 모양이 좋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영변 핵이 폭발하면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같은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설을 했다. 이 근거 없는 폭로에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그에게는 국제회의에서 주목받는 게 우선이었다. 지난해에는 한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학생들이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역사교육 강화를 위해 역사를 수능 필수 과목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지도자가 뭔가 보여주는 그럴듯한 장면이다. 하지만 그건 성인도 헷갈리기 쉬운 남침·북침 용어를 사용한 엉터리 여론조사였다.

우리가 몰랐던 것도 있다. 그는 무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침몰 다음날 신속히 현장을 방문하고 직접 지휘했다. 그것까지는 모양이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잘 알다시피 아무것도 없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꿀 때도,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고 할 때도 그랬고, 창조경제와 공기업 개혁을 내세울 때도 그랬다. 깃발만 나부낄 뿐 제대로 한 게 없다. 그 높은 지지율은 무엇에 쓸모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너무 자주 정치적 적대, 당파적 비판을 위해 동원하느라 본래의 의미를 잃은 오염된 언어가 됐지만 그것 말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표현력이 부족해도 어쩔수 없다. 무능한 건 무능한 거다.

그가 이미지에는 능하면서 현실에서 실패한 이유는 단 하나, 현실과 직접 부딪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게 현실이란 우아하지도 않고, 멋지게 말하고 행동할 기회도 좀처럼 주지 않는 불친절한 공간이다. 그래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가공된 현실, 무대가 필요하다. 배우는 준비되어 있다. 통치 행위가 연극적일수록 현실과 괴리되었고, 그럴수록 그는 무능해졌고, 그 무능 때문에 더욱 연극적이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능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소비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처음으로 그의 이미지와 현실의 충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충돌로 찢긴 곳을 메우기 위해 그도 달라지기는 했다. 부하로부터 사과받는 대신 부하 앞에서 사과하는 정도로는 변한 것이다. 그러나 정권위기 상황에서도 지지율은 40%대다. 여전히 거품이 끼어 있다는 뜻이다. 그게 바로 그가 아직도 두 다리로 현실을 딛지 않고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 걸쳐 있는 이유다. 거품이 더 커져 40%대를 넘으면 그는 다시 극장으로 들어갈 것이고, 거품이 빠져 30%대가 되면 완전히 극장 밖으로 나올 것이다. 우리는 어떤 박근혜를 원하는가.

<이대근 논설위원>

 경향신문 경향신문 2014.51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69 뉴스언론 [기고]포스트 세월호 한국 이성청 교수 2014-06-12 559
9568 뉴스언론 [박범신의 논산일기] 나쁜 권력의 습성 박범신 | 작가 2014-06-12 533
9567 무엇이든 감사합니다. 이롬맨 2014-06-11 389
9566 뉴스언론 [정동칼럼] 미국이 MD를 묻는다 최종건 | 연세대 2014-06-11 505
9565 뉴스언론 [기고]쌀 수입 허가제 폐지와 인권 경제 송기호 | 변호사 2014-06-11 517
9564 뉴스언론 [세상읽기] 사치품과 명품 전우용 | 역사학자 2014-06-11 447
9563 뉴스언론 [경향마당]온실가스 감축, 한국만 호들갑 떠는 걸까 유제철 | 환경부 국제협력관 2014-06-11 532
9562 광고알림 6월KCP 영성훈련 학교(Course Of Spritual training: COST): 사람의 원축복- 능력기도 예언의 활성화 밀알 2014-06-09 447
9561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환란 이후 자산·소득 불평등 악화 오창민 기자 2014-06-09 608
9560 뉴스언론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 쪽방촌 주민은 쉼터서 끼니.... 김경학 기자 2014-06-09 744
9559 뉴스언론 소득 양극화, 임계점에 다다르다 오창민 기자 2014-06-09 473
9558 뉴스언론 [여적] 서울대 26동 사건 신동호 논설위원 2014-06-08 435
9557 뉴스언론 [이택광의 왜?] ‘미래에서 온 유령’이 남긴 과제 이택광 | 경희대 교수 2014-06-08 494
9556 뉴스언론 [기자 칼럼] 눈물, 진짜와 가짜 강현석 전국사회부 기자 2014-06-08 715
9555 뉴스언론 [뒤집어 보는 인터넷세상](21) 인터넷 세상 사전 백욱인 |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2014-06-08 664
9554 뉴스언론 [마감 후] 민주주의를 알 때까지 자라라 김준기 사회부 차장 2014-06-06 355
9553 뉴스언론 [김종락의 마포스캔들] ‘백정’이 되어버린 이들의 예수 공부 김종락 |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2014-06-06 699
9552 뉴스언론 [여적] 마이너스 금리 박용채 논설위원 2014-06-06 344
9551 광고알림 찬양과 경배의 기도- 홍대 기도의 집 밀알 2014-06-05 835
9550 광고알림 [6월 강좌] 중독심리상담, 치료에 필요한 심층이론 강좌 안내 saip75 2014-06-03 375
9549 묵상나눔 정탐을 가려한다면 하나님의꿈 2014-06-02 478
9548 무엇이든 [정제윤 목사] 아브라함의 길 & 롯의 길:동천교회(총공회) 박노아 2014-06-02 540
9547 뉴스언론 [손호철의 정치시평] 촛불과 데자뷰 손호철 2014-06-02 356
9546 뉴스언론 1%의 탐욕을 막는 방법 안호기 경제부장 2014-06-02 399
9545 뉴스언론 [기고] ‘대통령 희화’를 허하라 남태현 2014-06-02 488
9544 뉴스언론 [별별시선] 어떻게 벌써 잊을 수 있나 정지은 2014-06-02 440
9543 뉴스언론 [사유와 성찰] 실패 경험은 자산이다 김찬호 2014-05-31 623
9542 뉴스언론 [기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교육감 장준호 2014-05-31 544
9541 뉴스언론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 진정성의 정치 황현산 2014-05-31 526
9540 뉴스언론 [기자 칼럼]“박근혜가 누구예요” 백승찬 사회부 기자 2014-05-31 617
9539 뉴스언론 [마감 후] 부자 최우규 산업부 차장 2014-05-30 522
9538 뉴스언론 [여적] 고장난 자본주의 박용채 논설위원 2014-05-30 399
9537 광고알림 말씀으로열린 영성치유 행복 2014-05-29 739
9536 광고알림 [경기]환상입신예언치유축복대성회 임마누엘 2014-05-29 565
9535 광고알림 김흥영목사 여름성경학교 부흥회,인형극 김흥영 목사 2014-05-29 1319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